주식 기초 · 68/89강 · 고급 · 4분 읽기

CAPM(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이란 — 기대수익률을 계산하는 원리

"이 종목의 적정 기대수익률은 몇 %인가"라는 질문

베타(Beta)란 무엇인가에서 베타는 종목이 시장 대비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라고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 하나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이 종목에서 대체 몇 %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입니다. ROIC와 WACC현금흐름할인법(DCF)에서 "주주가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자기자본비용)"이라는 개념이 이미 여러 번 등장했지만, 그 숫자가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아직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빈칸을 채우는 것이 1960년대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를 비롯한 학자들이 정립한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CAPM이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어떻게 하나의 공식으로 연결하는지, 그리고 이 모형을 실무에서 쓸 때 반드시 함께 알아야 할 한계까지 다룹니다.

CAPM 공식 — 세 가지 숫자로 기대수익률 구하기

CAPM의 결론부터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베타 × (시장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여기서 괄호 안의 "시장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을 시장위험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 ERP)이라 부르므로, 공식을 좀 더 단순하게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베타 × 시장위험프리미엄

이 공식이 말하려는 논리는 사실 직관적입니다. 투자자가 어떤 자산에서 기대하는 수익률은 크게 두 조각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조각은 시간에 대한 보상입니다. 아무 위험도 지지 않고 돈을 묶어두는 것만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률로, 보통 국채 수익률(한국은 국고채 10년물, 미국은 10년물 국채 금리)을 무위험수익률의 대용치로 씁니다. 두 번째 조각은 위험에 대한 보상입니다. 주식시장 전체에 돈을 넣는 것 자체가 국채보다 위험하므로, 투자자는 그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국채 금리를 웃도는 추가 수익률(시장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베타에서 다룬 것처럼, 개별 종목이 시장 전체보다 더 예민하게 움직인다면(베타 > 1) 그만큼 시장위험프리미엄에 곱해지는 배수도 커지고, 시장보다 덜 움직인다면(베타 < 1) 그 배수도 작아집니다. 결국 CAPM은 "위험이 클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는 상식을, 그 위험을 정확히 어떻게 측정하고 얼마나 더 요구해야 하는지를 계산 가능한 숫자로 바꿔놓은 모형입니다.

왜 하필 베타인가 — 증권시장선(SML)이 그리는 그림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깁니다.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는 표준편차 같은 다른 선택지도 있는데, CAPM은 왜 굳이 베타를 쓸까요. 베타에서 다룬 체계적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의 구분을 떠올리면 답이 나옵니다. 비체계적 위험(개별 기업의 소송·회계 이슈 등)은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면 상당 부분 상쇄되어 사라지는 위험입니다. 시장이 "이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추가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분산투자로 충분히 없앨 수 있는 위험이라면, 굳이 그 위험을 떠안았다고 해서 시장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반면 체계적 위험(베타로 측정되는, 시장 전체와 함께 움직이는 위험)은 아무리 분산투자를 해도 없앨 수 없습니다. CAPM은 바로 이 "분산으로 없앨 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만 시장이 보상을 지급한다고 가정하고, 그 보상의 크기를 베타에 비례하도록 설계한 모형입니다.

이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가로축이 베타, 세로축이 기대수익률인 직선이 나오는데, 이를 증권시장선(Security Market Line, SML)이라 부릅니다. 무위험수익률에서 시작해 베타가 1일 때 시장기대수익률을 지나는 직선입니다. CAPM 이론상으로는 모든 자산이 이 직선 위에 놓여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어떤 종목의 실제 기대수익률이 이 직선보다 위에 있다면 그 위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아래에 있다면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균형 상태를 전제로 한 해석이며, 뒤에서 다룰 여러 한계 때문에 실제로 이 직선을 곧이곧대로 저평가·고평가 판단 기준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이 개념은 실제로 개별 종목 리서치에서 "알파(alpha)"라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알파란 어떤 종목의 실제 수익률에서 CAPM이 예측한 기대수익률을 뺀 나머지, 즉 순수하게 그 종목의 개별 요인으로만 설명되는 초과수익 부분을 뜻합니다. 알파가 꾸준히 플러스라는 것은 그 종목(또는 그 종목을 고른 펀드매니저)이 시장 위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를 추가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고, 펀드 성과를 "단순히 위험을 많이 짊어져서 낸 수익인지" 아니면 "종목 선정 능력으로 낸 수익인지" 구분할 때 이 알파 개념이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부채비율이 다른 기업을 비교할 때 — 무차입 베타

CAPM을 실제로 자기자본비용 계산에 쓰려고 하면 한 가지 실무적인 문제에 부딪힙니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베타는 그 회사의 현재 부채비율이 반영된 값인데, 자본구조 이론에서 다뤘듯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주주가 짊어지는 변동성 자체가 커지므로 베타도 함께 커집니다. 그래서 부채비율이 서로 다른 두 회사의 베타를 그대로 비교하면, 사업 자체의 위험이 아니라 자본구조 차이 때문에 베타가 벌어지는 왜곡이 생깁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실무에서는 베타에서 부채효과를 제거한 무차입 베타(unlevered beta)를 구한 뒤, 이를 비교 대상 기업이나 신규 사업의 목표 자본구조에 맞춰 다시 "재레버리지"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상장되지 않은 사업부나 신규 프로젝트처럼 시장에서 직접 관측되는 베타가 없는 대상을 평가할 때, 유사한 상장 기업들의 무차입 베타 평균을 구해 대신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무위험수익률)가 3%, 코스피 장기 기대수익률이 8%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시장위험프리미엄은 8% − 3% = 5%입니다. 이 조건에서 베타가 서로 다른 세 종목의 CAPM 기대수익률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A종목 (통신주, 베타 0.5) B종목 (코스피 추종, 베타 1.0) C종목 (반도체 성장주, 베타 1.8)
베타 0.5 1.0 1.8
계산식 3% + 0.5 × 5% 3% + 1.0 × 5% 3% + 1.8 × 5%
CAPM 기대수익률 5.5% 8.0% 12.0%

베타가 낮은 A종목은 위험이 작은 만큼 요구되는 기대수익률도 낮고, 베타가 높은 C종목은 위험을 더 많이 짊어지는 만큼 요구되는 기대수익률도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숫자가 "이 종목을 사면 실제로 이만큼 번다"는 예측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CAPM이 계산하는 것은 "이 정도 체계적 위험을 지는 대가로 시장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이며, 실제 주가는 이 수준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더 오르거나 덜 오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CAPM은 어디에 쓰이는가

CAPM이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자리는 종목을 사고팔지 판단하는 매매 신호가 아니라, WACC를 구성하는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을 계산하는 자리입니다. DCF에서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할 때 쓰는 할인율이 바로 이 WACC이고, WACC를 구하려면 부채비용뿐 아니라 주주가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용도 필요한데, 이 자기자본비용을 추정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CAPM입니다. 애널리스트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쓸 때, 그 안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할인율 산출 과정 어딘가에 CAPM 계산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베타에서 언급했듯 포트폴리오 전체의 베타를 조정해 시장 국면에 대한 노출도를 가늠할 때도, 그 밑바탕에는 "베타가 기대수익률과 연결되어 있다"는 CAPM의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는 신규 설비투자나 신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때 CAPM으로 구한 자기자본비용을 기준선(허들레이트, hurdle rate)으로 삼기도 합니다. 그 사업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이 기준선을 넘지 못한다면, 회계상으로는 이익이 나더라도 주주 입장에서는 차라리 그 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편이 나은 셈이므로 투자를 보류하는 판단 근거로 쓰이는 식입니다.

CAPM의 한계 — 왜 이론과 현실이 자주 어긋나는가

CAPM은 수십 년간 재무학의 기본 뼈대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 시장 데이터로 검증했을 때 예측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실증 연구도 그만큼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지점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CAPM은 애초에 완전경쟁시장, 동일한 정보 접근, 무제한 공매도 가능 같은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가정 위에 세워진 모형입니다. 둘째, 베타에서 다뤘듯 베타 자체가 계산 기간과 벤치마크 지수에 따라 달라지는 추정값이라, 입력값부터 불안정합니다. 셋째, 이른바 "저변동성 이례현상(low-volatility anomaly)"으로 불리는 실증 결과들이 있는데, 베타가 낮은 종목들이 CAPM 예측보다 실제로는 더 높은 수익률을, 베타가 매우 높은 종목들은 오히려 예측보다 낮은 수익률을 낸 사례가 여러 시장·기간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이런 발견들이 쌓이면서 학계와 실무는 베타 하나만으로는 수익률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보고, 팩터 투자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파마-프렌치 모형처럼 밸류·사이즈·모멘텀 같은 추가 요인을 더한 다요인 모형으로 CAPM을 확장해왔습니다. CAPM은 이런 확장 모형들의 출발점이자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기본형이지만, "이 공식이 계산해낸 숫자가 곧 정답"이라기보다는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를 보는 가장 단순한 출발선" 정도로 다루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

  • CAPM은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 베타 × 시장위험프리미엄이라는 공식으로,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하나의 관계식으로 연결합니다.
  • 분산투자로 없앨 수 있는 비체계적 위험에는 시장이 추가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분산으로 없앨 수 없는 체계적 위험(베타)에 대해서만 보상이 비례한다고 봅니다.
  • 실무에서는 종목을 고르는 매매 신호가 아니라, WACC를 구성하는 자기자본비용을 추정하는 표준적인 방법으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
  • 완전자본시장 가정, 불안정한 베타 추정치, 저변동성 이례현상 같은 실증적 반례 때문에 예측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파마-프렌치 같은 다요인 모형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무위험수익률과 시장위험프리미엄은 어떤 숫자를 써야 하나요?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무위험수익률은 보통 장기 국채 금리를 쓰고, 시장위험프리미엄은 과거 수십 년간의 주식시장 초과수익률 평균치를 추정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떤 기간과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어, 같은 종목이라도 분석 기관마다 CAPM 기대수익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CAPM으로 계산한 기대수익률보다 실제 수익률이 낮으면 그 종목은 나쁜 투자인가요?

CAPM이 계산하는 것은 사후에 실제로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사전에 그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요구되는 최소 수익률입니다. 실제 수익률이 이보다 낮았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시장의 기대나 개별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뜻이지, CAPM 계산 자체가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CAPM과 파마-프렌치 모형 중 무엇이 더 정확한가요?

실증 데이터로 보면 파마-프렌치처럼 밸류·사이즈 등 추가 요인을 더한 다요인 모형이 CAPM 단독보다 과거 수익률 차이를 더 잘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CAPM은 구조가 단순하고 계산에 필요한 입력값이 적어, 지금도 실무에서 자기자본비용을 추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널리 쓰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