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9/89강 · 중급 · 4분 읽기
상관계수와 분산투자 — 종목 수가 아니라 상관관계가 위험을 줄인다
이 글의 목차
"10종목에 나눠 담았는데 왜 다 같이 빠질까"
리스크 관리의 기본에서 분산투자는 종목·업종·시점을 나누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10개 종목에 골고루 나눠 담았는데, 시장이 흔들리는 날 계좌 전체가 마치 한 종목을 들고 있는 것처럼 똑같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종목 수는 분명 10개인데 왜 분산 효과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답은 "몇 종목을 들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종목들이 서로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가"에 있습니다. 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이고, 분산투자의 실제 효과는 종목 수가 아니라 이 숫자가 결정합니다.
상관계수 — -1에서 +1 사이의 숫자 하나
상관계수는 두 자산의 가격이 얼마나 같은 방향, 같은 정도로 움직이는지를 -1과 +1 사이의 값으로 나타냅니다.
-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이 거의 완벽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A가 오르는 날 B도 거의 항상 오르고, A가 내리는 날 B도 거의 항상 내립니다.
- 0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의 움직임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없습니다. A가 오르든 내리든 B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이 거의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A가 오르는 날 B는 대체로 내립니다.
같은 업종의 반도체 대형주 두 종목을 예로 들면, 둘 다 같은 수요 사이클과 같은 공급망 뉴스에 반응하기 때문에 상관계수가 보통 0.7~0.9 수준의 높은 양수로 나타납니다. 반면 경기와 무관하게 필수소비재를 파는 회사와 반도체 회사는 상관계수가 이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관계수 자체는 증권사 HTS나 데이터 사이트에서 두 종목의 일별 수익률을 비교해 계산해주는 통계값이라, 투자자가 직접 계산할 필요는 없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아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상관계수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까지 설명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관계수는 어디까지나 과거 가격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요약한 숫자일 뿐, 두 자산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두 종목이 실제로는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우연히 같은 기간 비슷하게 움직여 일시적으로 상관계수가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관계수를 볼 때는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왜 그 두 자산이 비슷하게(또는 다르게) 움직이는지 그 배경 — 같은 업종인지, 같은 매크로 변수에 반응하는지 — 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왜 상관관계가 낮아야 진짜 분산이 될까
핵심 원리는 이렇습니다. 상관계수가 +1인 두 자산을 절반씩 섞으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변동성)은 두 자산 각각의 위험을 그대로 평균 낸 값과 같습니다. 즉 아무리 종목 수를 늘려도 다 같이 오르고 다 같이 내리는 자산들만 모아놓으면 위험이 전혀 줄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관계수가 낮거나 음수인 두 자산을 섞으면, 한쪽이 하락하는 날 다른 쪽이 버텨주거나 오히려 오르면서 포트폴리오 전체의 출렁임이 각 자산을 따로 들고 있을 때보다 더 작아집니다. 두 자산의 기대수익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겪는 변동성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섞는 것이 분산투자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공짜로 얻는 이득"에 가깝다고 표현되곤 합니다.
간단한 예로 감을 잡아보겠습니다. 연평균 변동성이 똑같이 20%인 두 자산 A, B가 있다고 합시다.
| 두 자산의 상관계수 | 절반씩 섞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
|---|---|
| +1.0 (완전히 같은 방향) | 20% (줄어들지 않음) |
| +0.5 | 약 17.3% |
| 0 (무관계) | 약 14.1% |
| -0.5 | 약 10% |
| -1.0 (완전히 반대 방향) | 0% (이론상) |
각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바뀌지 않았는데도, 상관계수 하나가 낮아질수록 포트폴리오 전체가 겪는 출렁임만 줄어드는 것이 보입니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 완벽한 -1 상관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자산 쌍은 거의 없지만, 이 표가 보여주는 방향성 — 상관계수가 낮을수록 같은 기대수익률을 더 적은 변동성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 — 은 분산투자 이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몇 종목이면 충분할까 — 종목 수 늘리기의 한계
그렇다면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인 종목이라도 일단 개수를 늘리면 분산이 될까요.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서로 완전히 무관하지 않은 종목이라도 개수를 늘리면 개별 종목의 특이 리스크(그 회사만의 악재)가 서로 상쇄되면서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다만 이 효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1960년대 후반 에반스와 아처의 고전적인 연구는 무작위로 고른 종목을 10~15개 정도만 담아도 개별 종목 리스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고 봤고, 이후 방법론과 시장 상황이 다른 여러 후속 연구들은 이 숫자를 20~40개, 많게는 그 이상으로까지 다양하게 추정해왔습니다.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론이 갈리지만, 공통된 결론은 하나입니다. 종목 수를 늘려서 없앨 수 있는 위험(비체계적 위험)에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아무리 종목을 추가해도 위험은 잘 줄지 않으며, 애초에 담는 종목들의 상관관계가 낮을수록 더 적은 종목 수로도 같은 분산 효과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즉 "몇 종목을 담았는가"보다 "그 종목들이 서로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가"가 훨씬 중요한 변수라는 뜻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조합: 주식과 채권
이 원리를 실제로 가장 널리 활용해 온 조합이 주식과 채권입니다. 경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로 자금을 옮기는 경향이 있고, 이 과정에서 채권 가격은 오르고(금리는 내리고) 주식 가격은 내리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관찰됐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주식 60%, 채권 40%" 같은 전통적인 자산배분이 널리 쓰였고, 이 조합이 통했던 이유도 두 자산군의 상관계수가 대체로 낮거나 음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가 항상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2022년처럼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국면에서는 이 공식이 어긋났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다룬 할인율 메커니즘 때문에 주식이 눌리는 동시에, 기존에 발행된 채권도 새로 발행되는 채권보다 금리가 낮아 매력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함께 떨어집니다. 실제로 2022년 미국 국채와 주식(S&P500)의 상관계수는 제로금리 시기의 마이너스권에서 플러스권으로 올라섰고, 그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두 자릿수 하락을 겪으면서 "60/40 포트폴리오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즉 상관관계는 자산의 고정된 성질이 아니라, 그 시기 시장을 지배하는 매크로 환경(특히 금리와 인플레이션 방향)에 따라 바뀌는 값이라는 뜻입니다.
위기일수록 상관관계가 1에 가까워지는 이유
분산투자를 설계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낮은 상관관계를 보이던 자산들도,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지는 위기 국면에서는 상관계수가 일제히 1에 가깝게 치솟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식이든 원자재든 신흥국 통화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현금을 확보하려고 서로 다른 자산을 동시에 던지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폭락 국면에서는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심지어 평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부 원자재까지 한꺼번에 급락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평소 잘 분산돼 있다고 믿었던 포트폴리오도 거의 모든 구성 자산이 한꺼번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현상이 주는 교훈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섞는 전략 자체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평상시 상관관계"와 "위기 시 상관관계"는 다른 숫자라는 점을 감안해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목 수를 늘리는 것과 진짜 분산은 다릅니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처음 질문의 답이 명확해집니다. 반도체 대형주 10종목에 나눠 담는 것은 종목 수는 10개지만, 상관계수가 모두 높은 자산끼리 모아놓은 것에 가까워 사실상 "반도체 업황"이라는 하나의 리스크에 집중 투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면 업종을 나누고(반도체·금융·헬스케어 등), 자산군을 나누고(주식·채권·원자재), 지역을 나누는(국내·해외) 것은 서로 다른 수요·공급 구조와 서로 다른 매크로 민감도를 가진 자산을 섞는 일이라, 같은 개수의 자산을 담아도 실질적인 위험 감소 효과가 훨씬 큽니다.
지역 분산도 같은 논리로 이해하면 됩니다. 국내 증시는 특정 산업(예: 반도체·자동차 수출)의 비중이 크고 원화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해외 증시는 각국 고유의 산업 구조와 통화·금리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두 시장이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지만 — 특히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 다른 나라 증시도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 그래도 국내 증시 하나만 들고 있을 때보다는 상관관계가 낮은 편이라, 지역을 나누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분산 축이 됩니다. ETF가 분산투자의 대표적인 도구로 꼽히는 이유도 ETF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것처럼 한 번의 매수로 서로 상관관계가 제각각인 수백 개 종목을 동시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
- 상관계수는 두 자산이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1(정반대)에서 +1(완전히 같은 방향) 사이로 나타낸 숫자입니다.
-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끼리만 모으면 종목 수를 아무리 늘려도 위험은 잘 줄지 않고, 상관관계가 낮거나 음수인 자산을 섞을 때 비로소 변동성이 실질적으로 줄어듭니다.
- 주식과 채권처럼 오랫동안 낮은 상관관계를 보여온 조합도 금리·인플레이션 국면이 바뀌면 상관관계 자체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 위기 국면에서는 평소 상관관계가 낮던 자산들도 함께 급락하는 경향이 있어, "낮은 상관관계"를 영원히 고정된 값으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상관계수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증권사 HTS·MTS의 종목 비교 기능이나 야후 파이낸스, 포트폴리오 분석 사이트 등에서 두 종목·자산의 과거 일별(또는 월별)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산된 상관계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 두 개만 담으면 충분한가요?
두 자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 쌍이라도 특정 사건에 둘 다 취약할 수 있고, 자산군 전체를 대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업종·자산군·지역을 여러 축으로 나눠 담는 것이 두 자산의 상관계수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안정적입니다.
상관관계가 낮으면 무조건 좋은 투자인가요?
아닙니다. 상관관계는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 전체의 흔들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보는 지표일 뿐, 그 자산 자체의 기대수익률이나 성장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상관관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펀더멘털이 부실한 자산을 담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상관계수는 한 번 계산하면 계속 유지되나요?
아닙니다. 상관계수는 계산에 사용한 기간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시장 국면(금리 방향, 인플레이션, 위기 여부)에 따라서도 변합니다. 과거 데이터로 계산된 상관계수를 "앞으로도 영원히 이 정도일 것"이라고 고정된 값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주기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