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57/89강 · 고급 · 4분 읽기

리츠 FFO란 무엇인가 — PER 대신 FFO·AFFO로 밸류에이션하는 이유

배당률은 높은데 PER은 왜 이렇게 비싸 보일까

장기 배당주 포트폴리오를 고르다 보면 리츠(REIT, 부동산투자신탁)를 꼭 한 번은 마주치게 됩니다. 배당수익률이 5~7%씩 나오는 종목도 흔해서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증권 앱에서 PER을 확인해보면 30배, 심하면 50배 넘게 찍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익 대비 주가가 이렇게 비싼데 배당은 왜 이렇게 후할까요.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하는 게 정상일까, 아니면 회사가 무리하고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는 리츠가 아니라 PER 쪽에 있습니다. 리츠의 회계상 순이익은 실제로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는 현금창출력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왜 그런 왜곡이 생기는지, 그리고 PER·PBR·PSR·EV/EBITDA를 배웠다면 리츠를 평가할 때는 왜 완전히 다른 지표인 FFO(Funds From Operations)와 AFFO(Adjusted FFO)를 써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감가상각이라는 '유령 비용'

일반 제조업 회사가 공장 설비를 사면, 그 설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모되고 결국 못 쓰게 됩니다. 그래서 회계 기준은 설비 가격을 내용연수에 걸쳐 나눠 비용으로 인식하는 감가상각을 요구하고, 이는 실제 가치 하락을 합리적으로 반영합니다. 그런데 리츠가 보유한 자산은 대부분 건물입니다. 건물도 물리적으로는 낡아가지만, 입지가 좋고 관리가 잘 된 부동산은 감가상각 스케줄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회계 기준은 건물에 대해서도 기계 설비와 똑같이 정액법 감가상각을 강제합니다. 그 결과 리츠의 손익계산서에는 실제로 현금이 나가지 않는데도 순이익을 큰 폭으로 깎아 먹는 비용 항목이 해마다 잡힙니다. 미국 리츠 업계 단체인 NAREIT은 이를 두고 회사의 실제 영업 성과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령 비용(phantom expense)"이라고 표현합니다. 감가상각은 보통 리츠의 비용 항목 중 가장 큰 축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왜곡을 그대로 둔 순이익이나 EPS는 리츠의 진짜 현금창출력을 심하게 과소평가하거나 심지어 적자로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PER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FFO란 무엇인가 — 유령 비용을 되돌려놓기

이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미국 리츠 업계가 1990년대 초 표준화한 지표가 FFO(Funds From Operations, 영업이익현금흐름)입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FFO = 당기순이익
    + 부동산 자산의 감가상각비
    − 부동산 매각 차익
    + 부동산 매각 차손

논리는 단순합니다. 순이익에서 시작해, 현금 유출이 없는 감가상각비를 다시 더해주고, 대신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일회성 손익(차익·차손)은 반복되지 않는 노이즈이므로 빼거나 더해서 제거합니다. 이렇게 남는 숫자는 그 리츠가 임대 사업 자체에서 매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현금 흐름에 훨씬 가깝습니다. FFO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비GAAP 지표로, 거의 모든 리츠가 실적 발표 때 순이익과 함께 FFO를 나란히 공시합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점 하나. FFO는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과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운전자본 변동 등 훨씬 많은 항목을 반영하는 현금흐름표상의 공식 계정이고, FFO는 순이익에서 출발해 감가상각과 매각손익만 조정하는 리츠 업계 특유의 비GAAP 지표입니다. 둘의 목적이 다르므로 숫자도 다르게 나옵니다.

AFFO — FFO에서 한 걸음 더 정교하게

FFO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손보면 AFFO(Adjusted FFO, 조정영업이익현금흐름)가 됩니다.

첫째는 경상 자본적지출(recurring capex)입니다. 건물은 감가상각과 별개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붕 교체나 설비 보수 같은 유지·보수 지출이 실제로 꾸준히 들어갑니다. FFO는 이 지출을 전혀 반영하지 않으므로, AFFO는 이 경상 자본적지출을 다시 빼줍니다.

둘째는 임대료 정액법(straight-lining) 조정입니다. 회계 기준은 계약 기간에 걸쳐 임대료가 매년 오르는 장기 임대차 계약이라도, 총 임대료를 계약 기간으로 균등하게 나눠 매년 같은 금액으로 인식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오는 현금은 초반에는 정액법 인식액보다 적고 후반에는 더 많습니다. AFFO는 이 정액법으로 인식되었지만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부분을 제거해, 실제로 그 기간에 들어온 현금에 더 가깝게 맞춥니다.

AFFO를 계산하는 정확한 방식은 FFO처럼 업계 표준 공식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리츠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리츠의 AFFO를 비교할 때는 각 사가 정확히 어떤 항목을 조정했는지 실적 발표 자료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AFFO는 배당으로 실제 나눠줄 수 있는 현금에 FFO보다 더 가깝기 때문에, 리츠의 배당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때 흔히 FFO보다 우선적으로 참고되는 지표입니다.

왜 PER 대신 P/FFO를 쓰는가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순이익이 감가상각 때문에 체계적으로 왜곡되어 있다면, 그 순이익을 분모로 쓰는 PER도 함께 왜곡됩니다. 그래서 리츠를 비교할 때 업계에서는 PER 대신 P/FFO(주가 ÷ 주당 FFO), 더 정교하게는 P/AFFO를 씁니다. 계산 방식은 PER과 동일하게 "주가가 연간 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는 것이지만, 분모의 이익을 리츠에 맞게 고친 것뿐입니다.

가상의 리츠 A사로 숫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주당 순이익(EPS)이 500원이고 주가가 20,000원이라면 PER은 40배로 상당히 비싸 보입니다. 하지만 이 EPS에는 주당 1,200원어치의 부동산 감가상각비가 이미 차감되어 있고, 올해 부동산 매각차익은 없었다고 가정하면 주당 FFO는 500원 + 1,200원 = 1,700원이 됩니다. 이 경우 P/FFO는 20,000 ÷ 1,700 ≈ 11.8배로, PER 40배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같은 리츠를 두고 PER만 봤을 때와 P/FFO로 봤을 때 밸류에이션 판단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경상 자본적지출로 주당 300원을 빼면 AFFO는 1,400원이 되고, P/AFFO는 약 14.3배로 조정됩니다. P/FFO와 P/AFFO는 절대적인 숫자 자체보다 같은 리츠의 과거 밴드나 같은 섹터 내 다른 리츠들과 비교할 때 의미가 커집니다.

다른 각도에서 검증하기 — 환원율(Cap Rate)과 NAV

FFO·AFFO가 리츠 주식 자체의 수익력을 보는 방식이라면, 부동산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써온 환원율(Capitalization Rate, Cap Rate)은 그 리츠가 들고 있는 부동산 자산 자체의 가치를 따로 검증하는 방법입니다.

환원율 = 순영업소득(NOI) ÷ 부동산 가치

예를 들어 어떤 오피스 빌딩이 연간 순영업소득 10억 원을 내고 있고, 유사한 입지의 오피스 빌딩들이 시장에서 5% 환원율에 거래되고 있다면, 이 빌딩의 추정 가치는 10억 원 ÷ 5% = 200억 원이 됩니다. 환원율이 낮을수록(즉 같은 소득 대비 더 비싸게 거래될수록) 시장이 그 자산을 더 안전하고 프리미엄이 있다고 평가한다는 뜻이고, 환원율이 높을수록 더 위험하거나 저평가된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뜻입니다.

이 환원율을 리츠가 보유한 전체 포트폴리오의 순영업소득에 적용해 사모(비상장) 시장 기준의 자산가치를 추정하고, 여기서 부채를 빼고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리츠의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NAV를 실제 주가와 비교하면, 그 리츠가 보유 부동산의 사모시장 가치 대비 할증(프리미엄)에 거래되는지 할인(디스카운트)에 거래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EV)와 지분가치에서 다룬 것처럼 부동산 자산의 가치는 결국 그 자산이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환원율과 NAV는 DCF배당할인모형(DDM)과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환원율 가정을 조금만 바꿔도 추정 NAV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금리가 유독 리츠 밸류에이션을 크게 흔드는 이유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다뤘듯, 할인율이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줄어듭니다. 리츠는 이 원리가 유독 강하게 작동하는 자산군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환원율 자체가 국채 금리와 밀접하게 연동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부동산에서도 더 높은 소득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환원율 상승, 즉 같은 순영업소득이라도 더 낮은 자산가치로 이어집니다. 둘째, 리츠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상 이익을 사업에 재투자하기보다 신규 투자 재원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쌓아둔 부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신규 자산 매입에 필요한 자금 조달 비용도 함께 비싸집니다. 이 두 힘이 겹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리츠의 NAV 대비 할인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프리미엄이 붙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FFO·AFFO 자체는 금리와 직접 연결된 숫자는 아니지만, 그 위에 얹히는 P/FFO 배수나 환원율 가정은 결국 금리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리츠 시장에서는 어떻게 쓰이나

한국에도 국토교통부의 리츠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상장 리츠가 다수 존재하고, 오피스·물류센터·주유소·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들이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FFO나 AFFO는 K-IFRS 재무제표에 표준적으로 공시되는 계정 과목이 아니어서, 미국 리츠처럼 실적 발표 자료에 FFO가 항상 나란히 표시되지는 않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국내 리츠의 FFO를 보려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재무제표에서 당기순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자산매각손익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직접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미국 리츠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라면 회사가 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이미 계산해서 공개하는 FFO·AFFO 숫자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자본환원율이라는 용어 자체는 감정평가나 부동산 금융 실무에서도 널리 쓰이는 개념이므로 부동산 관련 리츠 공시나 리서치 자료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됩니다.

정리 — 무엇을 기억하면 되는가

리츠를 평가할 때 PER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리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감가상각이라는 비현금성 비용이 순이익을 체계적으로 눌러버리기 때문입니다. FFO는 이 왜곡을 순이익에 감가상각을 되돌려 더하고 매각손익을 제거해서 바로잡은 지표이고, AFFO는 여기서 실제로 나가는 유지·보수 지출과 임대료 정액법 왜곡까지 한 번 더 걸러낸, 배당 지속가능성에 더 가까운 지표입니다. 그래서 리츠를 비교할 때는 PER 대신 P/FFO·P/AFFO를 보고, 필요하다면 환원율을 이용한 NAV로 그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자체의 가치까지 교차 확인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그림을 줍니다. 이 지표들 역시 특정 리츠의 매수·매도를 판단하는 공식이 아니라, 리츠라는 자산군을 다른 일반 주식과 똑같은 잣대로 잘못 비교하지 않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FO가 높은데 배당을 순이익보다 많이 주는 리츠는 위험한 신호 아닌가요?

아닙니다.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이 100%를 넘더라도 FFO나 AFFO 대비로 계산하면 훨씬 안정적인 비율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츠는 세제 혜택을 받는 대가로 과세소득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아서, 회계상 순이익보다 배당을 많이 주는 것 자체는 리츠라는 자산군에서 흔한 일입니다. 다만 AFFO 대비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100%에 가깝거나 넘어선다면 배당 여력이 빠듯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FFO만 보면 리츠 밸류에이션 판단이 끝나나요?

FFO·AFFO는 리츠의 수익력을 보는 출발점일 뿐, 자산의 질(입지·임차인 구성·계약 만기 구조)이나 부채비율, 금리 민감도 같은 요소는 별도로 봐야 합니다. 환원율과 NAV를 함께 확인하면 리츠 주가와 보유 부동산의 사모시장 가치 사이에 괴리가 있는지도 교차 검증할 수 있습니다.

국내 리츠에도 P/FFO 같은 지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나요?

개념적으로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국내 리츠는 FFO를 표준적으로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무제표에서 직접 계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감가상각비와 자산매각손익 항목이 어디에 표시되는지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