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52/89강 · 고급 · 4분 읽기

일감몰아주기란 무엇인가 — 내부거래가 승계 자금으로 바뀌는 원리

매출의 70%가 계열사에서 나오는 회사, 무슨 뜻일까

순환출자자사주의 마법에서 다룬 구조들은 모두 "적은 자본으로 큰 지배력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일감몰아주기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지배력을 늘리는 게 아니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가진 작은 회사에 그룹의 이익을 몰아줘서 그 회사의 몸값 자체를 부풀리는 방식입니다. 시스템통합(SI), 물류, 광고 대행 같은 업종에서 유독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업종은 그룹 계열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지만, 정말 시장 가격에 경쟁 입찰로 맡겼는지 확인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에서 나온다는 사실 자체는 뉴스에서 흔히 접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고 왜 세법까지 동원해서 규제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일감몰아주기가 실제로 어떤 구조로 이익을 만들어내는지, 그 이익이 어떻게 승계 자금으로 바뀌는지,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와 부당지원행위 규제가 어떤 논리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일감몰아주기란 무엇인가 — 내부거래와 무엇이 다른가

계열사끼리 거래하는 내부거래 자체는 전 세계 어느 기업집단에나 있는 흔한 현상입니다. 그룹 계열사에 자재를 공급하거나, 계열사의 물류·IT 시스템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두는 것은 효율성이나 보안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내부거래가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할 때 생깁니다. 하나는 오너 일가, 특히 승계 대상인 자녀가 그 거래 상대방 회사의 지분을 개인적으로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회사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혹은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그룹 물량의 상당 부분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이 두 조건이 겹치면 내부거래는 단순한 효율화 수단이 아니라, 그룹 전체(넓게는 다른 계열사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오너 일가 개인 소유 회사로 옮기는 통로가 됩니다. 공정거래법은 이런 행위를 두 갈래로 규율합니다. 부당한 조건으로 특수관계인을 지원하는 부당지원행위와, 그 지원으로 실제 이익을 챙기는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편취(私益偏取) 행위입니다. 전자가 "회사가 특수관계인을 부당하게 도와준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는 "그 결과 총수 일가가 실제로 이익을 봤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이익은 어떻게 승계 자금으로 바뀌는가

일감몰아주기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먼저 오너 일가의 자녀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회사가 설립되거나 이미 존재합니다. 이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주면, 이 회사는 별다른 영업 위험 없이도 안정적으로 높은 매출과 이익을 냅니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도 함께 오릅니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입니다. 이렇게 부풀려진 가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승계 자금이나 지배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자녀가 이 회사 지분 일부를 상장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화해서 다른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거나 상속·증여세를 낼 재원으로 씁니다. 둘째, 이 회사 지분 자체를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로 자녀에게 증여합니다. 셋째, 이 회사가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나 지배 정점에 있는 회사와 합병되면서, 부풀려진 기업가치만큼 합병 후 존속회사에 대한 자녀의 지분율이 높아집니다. 세 경우 모두 공통점은, 계열사들이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물량을 몰아준 대가를 다른 계열사의 일반 주주가 나눠서 부담했다는 것입니다. 물량을 받은 회사와 거래한 계열사가 상장회사라면, 그 계열사에 투자한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이익 일부가 정당한 사업상 이유 없이 오너 일가 소유 회사로 흘러간 셈이 됩니다.

이 세 가지 규제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문제를 겨냥합니다.

구분 근거 법령 초점 제재 방식
부당지원행위 공정거래법 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유리한 조건을 준 행위 자체 시정명령, 과징금
사익편취 공정거래법 그 지원으로 총수 일가가 실제로 이익을 챙겼는지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상속세및증여세법 45조의3 총수 일가 지분율과 계열사 거래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는지 증여세 부과

부당지원행위·사익편취가 "거래 자체가 불공정했는가"를 따진다면, 증여세 조항은 불공정성을 따지지 않고도 비율 기준만 충족하면 기계적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제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입증 부담도 크지만, 국세청의 증여세는 매출 구조와 지분율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숫자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이 세법 조항이 더 즉각적인 억제 효과를 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증여세 부과 방식

한국은 이런 구조를 억제하기 위해 2012년부터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 흔히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라 불리는 조항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논리는 독특합니다. 실제로 주식이나 현금이 오가지 않아도, 특정 회사가 특수관계법인(그룹 계열사들)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매출을 얻고 그 회사의 지배주주 일가가 그 회사 지분을 상당히 갖고 있다면, 국세청은 그 초과 이익만큼을 지배주주 일가가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깁니다. 과세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두 가지 비율입니다. 하나는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로, 회사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이 비율이 일반 기업은 30%, 중견기업은 40%, 중소기업은 50%를 넘으면 과세 대상 검토에 들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지배주주 일가가 그 회사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로, 일반 기업은 3%, 중견·중소기업은 10%를 넘는 지분을 보유해야 대상이 됩니다. 두 조건을 모두 넘기면, (세후영업이익) × (실제 거래비율 − 정상거래비율) × (지배주주 일가 지분율 − 한계보유비율)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증여의제이익을 계산해 증여세를 부과합니다. 이 계산식이 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매출이 계열사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그 회사 지분을 오너 일가가 많이 들고 있을수록, 그 초과분만큼은 정상적인 사업 수익이 아니라 사실상 그룹이 몰아준 이익으로 보고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반복돼 온 패턴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특정 회사 하나의 문제라기보다, 대기업집단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에 가깝습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유형을 보면 공통점이 뚜렷합니다. 그룹의 물류를 전담하는 계열사, 시스템통합(SI)·IT 서비스를 전담하는 계열사, 그룹 광고를 전담하는 광고 대행 계열사가 설립 초기부터 오너 2세·3세가 대주주였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얻은 사례들이 여러 차례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이후 밟은 경로도 비슷합니다. 상장을 통해 지분 가치를 확정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사회적 비판을 계기로 오너 일가가 지분 일부를 매각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거나,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와 합병돼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되는 식입니다. 이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일감몰아주기가 적발되고 제재를 받는다고 해서 그 회사가 이미 쌓은 기업가치나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지분 관계가 자동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제는 앞으로의 행위를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어도, 이미 벌어진 가치 이전을 소급해서 무효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정상적 내부거래와 어떻게 구분하는가

투자자 입장에서 까다로운 지점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일감몰아주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장비를 계열사에만 공급하는 회사, 그룹 전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IT 계열사처럼 사업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와 일감몰아주기를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격과 계약 방식입니다.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물량을 받는지, 그리고 그 가격이 동종 업계의 시장 가격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인지가 핵심입니다. 둘째는 독립적인 사업 기반입니다. 그룹 밖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즉 그룹이 물량을 끊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 경쟁력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셋째는 지분 구조입니다. 그 회사 지분이 그룹 계열사나 지주회사 명의로 돼 있는지, 아니면 오너 일가 개인, 특히 승계 대상 자녀 명의로 집중돼 있는지가 결정적입니다. 같은 정도의 내부거래 비중이라도, 지분이 지주회사나 그룹 명의로 돼 있으면 그룹 전체의 효율화 문제로 볼 여지가 크지만, 승계 대상 자녀 개인 지분이 압도적이라면 사익편취 소지를 의심해볼 필요가 커집니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들

일감몰아주기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려면 몇 가지 공개 자료를 함께 봐야 합니다.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은 그 회사가 계열사와 어떤 거래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매출·매입 항목별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매출 대비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유독 높고, 그 비중이 최근 몇 년간 줄어들기보다 유지되거나 늘어나는 추세라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자산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를 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이사회 의결과 공시를 거쳐야 하는 대규모내부거래에 해당하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이 공시 의무 기준금액이 2024년부터 기존보다 상향 조정됐는데, 이는 소규모 내부거래까지 일일이 공시하게 하는 대신 실제로 문제가 될 만한 규모의 거래에 감시를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확인할 만한 자료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현황입니다. 여기서 거래 상대방 회사에 승계 대상인 오너 일가 자녀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그 지분율이 최근 상장이나 지분 매각, 합병 과정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함께 보면, 단순한 사업상 내부거래인지 승계 구조와 맞물린 거래인지에 대한 판단 근거가 쌓입니다. 다만 이런 거래가 확인된다고 해서 계열사 전체가 투자 부적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내부거래로 이익을 몰아받는 쪽 회사가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쪽 계열사에 투자하고 있다면 그 이익 유출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정리

  •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들이 오너 일가 소유 회사에 시장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물량을 몰아줘 그 회사의 매출·이익·기업가치를 부풀리는 구조입니다.
  • 이렇게 부풀려진 가치는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 저율 증여, 지주회사와의 합병 등을 거쳐 오너 일가의 승계 자금이나 지배력으로 전환됩니다.
  • 공정거래법은 부당지원행위·사익편취로, 상속세및증여세법 제45조의3은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과 지배주주 지분율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증여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합니다.
  •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무조건 문제인 것은 아니며, 경쟁 입찰 여부·가격의 합리성·독립적 사업 기반·지분이 누구 명의인지를 함께 봐야 정상적 내부거래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 대규모내부거래 공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현황을 함께 확인하면 이 리스크를 실전에서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내부거래 비중이 30%가 넘으면 무조건 증여세를 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일반 기업 30%, 중견기업 40%, 중소기업 50%)과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일반 기업 3%, 중견·중소기업 10%) 두 기준을 모두 넘어야 과세 대상 검토에 들어가며, 실제 증여의제이익은 세후영업이익과 두 비율의 초과분을 곱한 별도 계산식으로 산정됩니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기준 미달이면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무조건 피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룹 전용 인프라나 보안이 중요한 사업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구조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 업종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비중 자체가 아니라 경쟁 입찰 여부, 가격의 합리성, 그룹 밖 고객 기반 여부, 그리고 이익을 받는 회사의 지분이 오너 일가 개인에게 집중돼 있는지입니다.

이런 정보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주석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소유주식 현황" 항목에서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대규모내부거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통해서도 별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세법·공시 기준금액은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이며 이후 개정될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