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바이빗, 북한·라자루스 그룹 상대 15억 달러 해킹 소송 - 美 법원 자산동결 예비명령까지 확보
무슨 일이 있었나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빗(Bybit)이 북한 정권과 그 정찰총국(RGB), 그리고 이들과 연계된 해킹조직 라자루스 그룹을 상대로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은 지난 6월 18일 비공개로 접수됐다가 이번 주 공개됐으며, 2025년 2월 바이빗에서 발생한 약 15억 달러 규모의 도난 사건 — 암호화폐 역사상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 — 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바이빗은 이 소송에서 조직범죄 단속을 위해 만들어진 RICO법(조직범죄처벌법)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컴퓨터사기남용방지법(CFAA), 외국인불법행위청구법(ATS)까지 함께 동원하며 법적 공세의 폭을 넓혔습니다. 도난당한 자산의 실물 반환, 약 15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그리고 추가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있어 단순한 '해킹 피해 신고'를 넘어서는 전방위적 법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소송 제기와 거의 동시에 예비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까지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미 연방법원은 도난 자산을 보유하거나 이동시키고 있는 신원 미상의 개인·단체(소송에서는 '존 도우' 피고로 명시)를 상대로, 확인된 도난 자산의 이전이나 소진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바이빗이 본안에서 승소할 개연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소송 초기 단계에서 원고 측에 상당히 유리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왜 이 소송이 시장에서 주목받나 — 추적과 법적 압박의 결합
이번 소송이 단순한 '피해 기업의 법적 대응'을 넘어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디스커버리(증거개시) 권한 확보의 의미: 예비 금지명령과 함께 법원이 부여한 디스커버리 권한은 바이빗에게 도난 자산을 이동시킨 중간 매개자(intermediary)들을 실질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법적 도구를 쥐어준 셈입니다.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를 상대로 판결을 받아내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온체인 자금 흐름을 따라가며 아직 추적 가능한 자산의 일부라도 회수하는 현실적인 경로가 열린 것입니다.
- 국가 배후 해킹조직에 대한 최초의 대형 민사소송이라는 선례성: 지금까지 북한 연계 해킹 조직에 대한 대응은 주로 미국 재무부의 제재나 형사 기소, FBI의 성명 발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거래소가 직접 원고로 나서 RICO법까지 동원한 이번 소송은, 앞으로 유사한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다른 거래소나 프로토콜들에게 하나의 법적 대응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선례적 의미가 큽니다.
- 암호화폐 산업의 '보안·신뢰' 서사에 미치는 영향: 2025년 2월 바이빗 해킹은 콜드월렛에서 핫월렛으로 자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 거래소 인프라 자체의 보안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초기 승소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를 입은 거래소도 결국 법적 수단을 통해 최소한 일부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을 조금 더 짚어보면, 라자루스 그룹은 미국 재무부와 FBI가 반복적으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으로 지목해온 해킹 집단입니다. 이들은 2014년 소니 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8,100만 달러 탈취 사건 등으로 이미 악명이 높았고, 최근 몇 년간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파이(DeFi) 프로토콜을 집중적으로 노려왔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전문가 패널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런 해킹으로 확보한 자금 상당 부분을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즉 이번 소송은 단순한 '피해 회복' 차원을 넘어, 국가 주도 사이버 범죄에 대한 금융권의 법적 대응 능력을 시험하는 사건이라는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도난 자산을 추적하는 작업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라자루스 그룹은 통상 탈취한 암호화폐를 수백 개의 지갑 주소로 잘게 쪼갠 뒤, 믹서(mixer)나 크로스체인 브릿지를 반복적으로 거치며 자금 출처를 세탁하는 수법을 씁니다. 온체인 분석업체들의 협조를 받더라도 최종적으로 실물 자산(법정화폐나 실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출금되는 지점을 포착하기 전까지는 실효적인 자산 동결이 쉽지 않습니다. 이번 예비 금지명령이 '확인된' 자산에 한정된다는 점도 이런 현실을 보여줍니다 — 이미 세탁이 끝나 추적이 끊긴 자산은 이번 명령의 사정권 밖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의 역사 속에서 본 이번 사건
2025년 2월 바이빗 해킹의 규모를 가늠하려면 암호화폐 업계의 다른 대형 해킹 사건들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일본 거래소 코인체크에서는 약 5억3,000만 달러 규모의 NEM 코인이 탈취됐고,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습니다. 2021년에는 폴리네트워크에서 6억 달러가 빠져나갔다가 해커가 자진 반환하며 화제가 됐고, 2022년 로닌 네트워크(액시 인피니티 게임의 사이드체인) 해킹에서는 약 6억2,500만 달러가 탈취됐는데, 이 사건 역시 미국 재무부가 라자루스 그룹의 소행으로 공식 지목한 바 있습니다. 바이빗 해킹은 이 모든 사건을 훌쩍 뛰어넘는 15억 달러 규모로, 단일 거래소 해킹으로는 역대 최대일 뿐 아니라 로닌 네트워크 사건의 두 배가 넘는 피해액을 기록했습니다.
과거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소송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규모'가 아니라 '대응 방식'입니다. 코인체크나 폴리네트워크 사건 당시에는 거래소나 프로토콜이 자체적으로 피해액을 보전하거나(코인체크는 자기자본으로 고객 손실을 전액 보상했습니다), 해커와의 협상을 통해 자금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로닌 네트워크 사건 이후에도 미국 정부의 제재와 FBI의 공개 성명이 뒤따랐을 뿐, 피해 당사자가 직접 원고로 나서 국가와 그 산하 기관을 상대로 조직범죄법을 적용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으로부터 예비 승소 판단까지 받아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거래소를 이용한다면 '내가 보유한 것'과 '거래소가 보관 중인 것'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바이빗 해킹처럼 대규모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개별 투자자가 거래소에 예치해둔 자산의 안전은 거래소의 콜드월렛 관리 체계와 보험·보상 정책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자기 자산을 콜드월렛이나 하드웨어 지갑으로 직접 보관하는 '자기수탁'(self-custody)이 왜 반복적으로 권장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암호화폐의 '추적 가능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블록체인 거래는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자금 흐름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지만, 믹서나 크로스체인 브릿지 같은 세탁 기법이 발달하면서 실제 회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온체인이라 안전하다'는 인식과 '온체인이라 오히려 노출되기 쉽다'는 인식 둘 다를 균형 있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 거래소 리스크는 가격 변동성 리스크와는 별개의 리스크입니다. 코인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 별개로, 특정 거래소가 해킹이나 파산으로 자산을 잃을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자산을 한 거래소에 몰아넣지 않고 분산하는 것도 이런 '거래소 특정 리스크(counterparty risk)'를 줄이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 규제·법적 대응의 진전은 장기적으로 업계 신뢰도에 영향을 줍니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초기 승소 가능성을 인정한 점은, 암호화폐 업계가 전통 금융업계처럼 법적 책임 추궁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런 제도적 성숙도는 장기적으로 기관 자금의 암호화폐 시장 유입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참고할 만한 지표입니다.
- 과거 사례를 함께 놓고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코인체크, 폴리네트워크, 로닌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대형 해킹의 계보 속에서 이번 사건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이해하면, 특정 거래소나 프로토콜의 보안 수준을 평가할 때 '역대 최대 규모 해킹이 반복적으로 갱신되고 있다'는 업계 전체의 구조적 리스크를 함께 감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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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실제 보도를 저희가 자체적으로 종합·분석해 작성한 것으로,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최신 소송 진행 상황은 반드시 원문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Bybit sues North Korea and Lazarus Group over $1.5 billion hack, secures asset freeze - CoinDesk
- Bybit Wins Court Support to Trace $1.5B North Korea Hack Funds - Cointelegraph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법적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므로, 실제 투자 판단 전에는 반드시 최신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