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7
골드만삭스 '숨은 베어마켓' 경고 - S&P500은 신고점 3% 앞인데 구성종목 60%는 이미 '개별 베어마켓'인 이유
무슨 일이 있었나
11월 들어 미국 증시를 설명하는 숫자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주식 execution 업무를 총괄하는 트레이더 밥 몰라비(Bobby Molavi)가 고객 노트에서 지금 시장을 "숨은 베어마켓(hidden bear market)" 혹은 "스텔스 베어마켓(stealth bear market)"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가 짚은 숫자는 단순하지만 꽤 충격적입니다. S&P500 지수 자체는 10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약 3% 떨어진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인데, 그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종목의 약 60%는 각자의 52주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한, 교과서적 정의상 이미 '개별 베어마켓'에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수만 보면 "건강한 소폭 조정" 수준이지만, 그 밑을 들여다보면 절반을 훌쩍 넘는 종목들이 이미 침체장 수준으로 무너져 있다는 뜻입니다.
몰라비가 이 괴리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AI 투자 구조 그 자체입니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자본지출이 그 돈을 받는 반도체·클라우드·전력 관련 공급사들의 주가를 밀어 올리는 동시에, 그 투자를 집행하는 빅테크 본인들의 주가는 '지출이 과도하다'는 우려로 함께 끌려 내려가는 기이한 역학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실적 시즌에서 발표된 숫자들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이런 반응은 예전에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 노트는 골드만삭스의 공식 리서치 보고서가 아니라 한 트레이더 개인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회사 전체의 공식 입장과는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만 그 숫자 자체가 소셜미디어와 여러 금융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느끼고 있던 "왜 내 포트폴리오는 지수보다 훨씬 더 아픈가"라는 체감을 명확한 숫자로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습니다.
이 괴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알파벳(구글 모회사)입니다. 10월 29일 알파벳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정규장에서 약 12%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하루 만에 증발했는데, 이는 알파벳 자체의 사상 최악의 하루였을 뿐 아니라 미국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하루 시가총액 손실 기록이었습니다(이 사건의 상세한 배경은 본지가 10월 30일 별도 기사로 다뤘습니다). 그런데 같은 10월 한 달 동안 알파벳은 누적으로 약 7,580억달러를 잃어, 월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악의 한 달을 기록했습니다. 한 종목에서만 이 정도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S&P500 지수가 신고점 근처를 맴돌 수 있었던 이유는, 지수가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구성돼 있어 몇몇 초대형 종목이 버텨주기만 하면 지수 전체의 '겉모습'은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플랫폼스·엔비디아·테슬라) 전체로 보면 10월 15일 이후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4조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집계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는 지난 11월 5일 중간선거 공포로 매그니피센트7이 단 하루 만에 1조달러를 잃었던 사건(본지가 11월 6일 별도로 다룬 사건)과는 다른, 약 3주에 걸쳐 누적된 더 큰 그림의 손실 규모입니다.
지수는 멀쩡한데 왜 개별 종목은 무너지는가
이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은 '시장 폭(market breadth)'이라는 개념입니다. 지수 수익률과 시장 폭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지표입니다. 지수 수익률은 "오늘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가 얼마나 변했나"를 알려주고, 시장 폭은 "얼마나 많은 종목이 실제로 오르고 내렸나"를 알려줍니다. 지금처럼 몇 개의 초대형 종목이 지수 가중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에서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수의 종목이 지수 가중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선방하거나 심지어 약간만 하락해도 지수 전체는 '괜찮아 보이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지수에 포함된 나머지 수백 개 종목은 각자의 사업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부담, AI 관련 기대감의 되돌림에 따라 저마다 다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가 위험한 이유는, 지수만 보는 투자자에게는 "시장이 아직 괜찮다"는 잘못된 안도감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들어 AI 테마에 올라탄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센터 관련주들은 실적 기대가 조금이라도 둔화되는 신호가 나오면 가혹하게 두들겨 맞았습니다. 본지가 이미 다룬 암(ARM)홀딩스의 로열티 성장률 둔화, 퀄컴의 핸드셋 매출 급감, AMD·인텔·퀄컴이 하루 만에 두 자릿수 퍼센트씩 빠졌던 나스닥100 재조정 사례들이 모두 이 '숨은 베어마켓'의 구체적인 사례들입니다. 이들 종목 각각은 뉴스에서 한 번씩 조명을 받았지만, 몰라비의 분석이 특별한 것은 이런 개별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이것이 우연한 산발적 사건들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퍼진 구조적 패턴"이라고 짚어낸 데 있습니다.
물론 이 60%라는 숫자를 받아들일 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첫째, '베어마켓'의 기준점을 어느 시점의 52주 최고가로 잡느냐에 따라 이 비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숫자는 골드만삭스의 공식 발표 리서치가 아니라 한 트레이더의 고객 노트에서 나온 것으로, 회사의 공식 전망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베어마켓에 진입한 종목이 반드시 계속 하락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과매도 구간에서 저가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실제로 11월 6일 발표된 깜짝 고용지표에 과매도됐던 종목들이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이 숫자가 의미 있는 이유는, 지수 레벨에서 보이는 '평온함'과 그 밑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개별 종목 차원의 혼란'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첫째, 지수 수익률만으로 포트폴리오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면 안 됩니다. "S&P500이 신고점 근처에 있으니 시장은 괜찮다"는 생각은, 만약 내 포트폴리오가 지수 상위 몇 개 종목에 집중돼 있지 않다면 완전히 틀린 결론일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이나 섹터 ETF를 들고 있다면, 지수 차트보다 그 종목·섹터 자체의 52주 고점 대비 하락률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둘째, 시가총액 가중 지수의 구조적 맹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몇 개의 초대형주가 지수를 떠받치고 있을 때는, 지수 자체가 시장 전반의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쏠림(concentration)'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동일가중 지수(equal-weight index)나 상승·하락 종목 비율(advance-decline line) 같은 시장 폭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헤드라인 지수 하나만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정직한 시장 진단을 제공합니다.
셋째, 출처의 성격을 구분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번 "숨은 베어마켓" 경고는 골드만삭스라는 신뢰도 높은 기관에서 나왔지만, 공식 리서치 보고서가 아니라 한 개인 트레이더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을 조정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시에 그 숫자가 알파벳의 5,000억달러 증발, 매그니피센트7의 누적 4조달러 손실, 반도체주들의 잇따른 급락 같은 이미 확인된 개별 사건들과 서로 들어맞는다는 점은, 이 경고를 단순한 과장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베어마켓'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정의되나요?
일반적으로 베어마켓은 특정 지수나 종목이 직전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번 골드만삭스 트레이더의 분석은 S&P500 지수 전체가 아니라, 그 구성종목 개별 하나하나를 각자의 52주 최고가와 비교해 20% 이상 떨어진 종목의 비율을 계산한 것입니다. 지수 자체는 베어마켓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수를 구성하는 다수의 개별 종목들은 이미 그 기준을 충족했다는 뜻입니다.
왜 S&P500 지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나요?
S&P500은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처럼 지수 내 비중이 큰 초대형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면 지수 전체의 하락폭은 제한적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지수에 포함된 수백 개의 중소형 비중 종목들이 각자 크게 떨어지더라도, 이들의 지수 기여도가 작기 때문에 지수 전체 수치에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가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가까운 체크포인트는 11월 10일(화) CoreWeave의 3분기 실적과 같은 날 발표되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입니다. CPI는 전년 대비 3.9% 전후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와 있어, 이 지표가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개별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는 지수 수준의 등락뿐 아니라, 보유 종목 각각의 52주 최고가 대비 하락률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숨은 베어마켓'에 노출돼 있는지 가늠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관련 기사: 알파벳 주가 정규장서 12%대 폭락, 5000억달러 증발, 매그니피센트7, 단 하루에 시가총액 1조달러 증발
참고 자료
이 기사는 아래 출처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종합·분석해 작성한 것으로, 원문 보도를 그대로 재구성한 것이 아닙니다. 최신 수치와 세부 내용은 아래 원문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Goldman's Molavi Says 60% of S&P 500 Is in Bear Market Territory - Yahoo Finance
- 60% of S&P 500 Stocks Are in a Bear Market, With the Index Near a Record - 24/7 Wall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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