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27
HP(HPQ) 가이던스 올렸는데 주가 8.68% 급락 vs 크라우드스트라이크·세일즈포스 두 자릿수 급등 - 메모리값 폭등이 가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명암
무슨 일이 있었나
8월 26일(수) 하루 동안 뉴욕증시에서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개 기업의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며 극명하게 갈린 주가 반응을 만들어냈습니다. PC·프린터 제조업체 HP(뉴욕증권거래소: HPQ)는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웃돌고 연간 가이던스까지 올렸는데도, 정규장에서 2.65달러(8.68%) 급락한 27.87달러로 마감했습니다. 반면 같은 날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한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나스닥: CRWD)는 시간외 거래에서 11% 넘게 뛰었고,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뉴욕증권거래소: CRM)는 시간외에서 한때 14%까지 치솟았습니다. 세 회사 모두 '실적 서프라이즈'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지만, 하나는 급락하고 둘은 급등하는 정반대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HP부터 살펴보면, 회사는 3분기(7월 마감분) 매출 157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었고 시장 예상치(약 146억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비GAAP 기준 희석주당순이익(EPS)은 0.83달러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관세 환급에 따른 0.11달러의 일회성 이익이 포함돼 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PC) 사업을 담당하는 퍼스널시스템즈 부문 매출은 118억달러로 전년 대비 18% 늘며 3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고, 기업용 매출은 22%, 소비자용 매출은 10% 각각 증가했습니다. 회사는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26 회계연도 전체 조정 EPS 가이던스를 기존 대비 상향한 3.19~3.29달러(중간값 3.24달러,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3.04달러 상회)로 제시했고, 잉여현금흐름 가이던스도 30억~32억달러로 높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어닝 비트 앤드 레이즈'였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표면적인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마진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몇 달 사이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순차적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이제 메모리는 PC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원가(BOM)의 약 35%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비중이 커졌습니다. 이 여파로 HP의 퍼스널시스템즈 부문 영업이익률은 4%대 초반까지 눌린 것으로 전해졌고, 캐런 파크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이런 원가 압박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며 회복 시점은 2027 회계연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실적 발표 직후 "메모리값 상승과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탄력성, 4분기 퍼스널시스템즈 영업이익률이 3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언더퍼폼(매도)'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HP는 이에 대응해 컴퓨터 가격 인상, 저비용 공급망 확보, 일부 모델의 메모리 용량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일단 '가이던스 상향'이라는 헤드라인보다 '원가 압박의 실체'에 더 크게 반응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실적을 발표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4억7000만달러로 컨센서스(14억4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성장했습니다. 조정 EPS도 0.31달러로 예상치(0.29달러)를 상회했습니다. 특히 여러 보안 제품을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팔콘 플렉스'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늘었고, 이번 분기에만 935개의 신규 플렉스 계정이 추가됐습니다. 조지 커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회사 역사상 최고의 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회사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59억9000만~60억1000만달러로, 조정 EPS 가이던스를 1.25~1.26달러로 각각 상향했고, 주가는 이 소식에 시간외에서 11% 넘게 뛰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실적은 숫자만 보면 훨씬 더 극적이었습니다. 2027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113억4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약 11% 늘며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았고, 조정 EPS는 5.90달러로 컨센서스(3.27달러)를 80% 넘게 상회했다는 헤드라인이 나왔습니다. 회사는 연간 가이던스도 대폭 올려, 매출 전망치를 461억~464억달러로, 조정 EPS 전망치를 기존 14.06~14.12달러에서 16.67~16.71달러로 상향했습니다. 다만 이 'EPS 서프라이즈 80%'라는 숫자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한 겹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컨센서스 대비 2.63달러의 초과분 가운데 약 2.53달러는 세일즈포스가 보유한 AI 스타트업 앤스로픽 지분에서 발생한 26억달러 규모의 평가이익(마크투마켓)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일회성 투자이익을 제외하면 실질 EPS는 3.37달러 수준으로, 컨센서스 대비 서프라이즈 폭은 80%가 아니라 3%가량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주가가 시간외에서 두 자릿수로 뛴 것은, 투자이익을 걷어내고 봐도 본업 지표가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고정통화 기준 미청구 계약잔고(cRPO) 증가율이 14%로 4년 만에 가장 빠른 신규 수주 증가세를 기록했고,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360'을 합친 연환산매출(ARR)은 약 39억달러로 전년 대비 210% 넘게 늘었습니다. 에이전트포스 단독 ARR은 15억달러를 넘어서며 240% 넘게 성장했습니다. 이날 회사는 앤스로픽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영업 담당자가 앤스로픽의 AI 챗봇 클로드 안에서 곧바로 고객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하는 '클로드포스' 기능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왜 같은 날 실적인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반대로 움직였나
이날의 대조는 결국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는 같은 사건이 사업 구조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HP는 D램·낸드를 직접 사서 완제품(PC)에 넣어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 이를 판매가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하는 한 원가율이 그대로 악화되고, 설령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소비자 수요가 줄어드는 '수요 탄력성' 문제가 뒤따릅니다. 실제로 HP는 이번 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분기 대비 거의 두 배로 뛸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수익성의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뜻입니다. 반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세일즈포스는 물리적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여 제품에 탑재하는 사업 모델이 아닙니다. 이들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임차해 소프트웨어와 AI 서비스를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메모리·낸드 가격 급등이 매출원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같은 흐름의 수혜를 고객사 지출 증가(에이전트포스 ARR 240%↑, 팔콘 플렉스 매출 2배↑)라는 형태로 누리고 있다는 점이 대조적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라는 같은 사건이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도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본지가 앞서 다룬 것처럼(관련 기사 참고) 마이크론·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 등 메모리를 직접 만들어 파는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 상승의 수혜자로 분류돼 주가가 올랐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서버 업체들도 메모리값 상승을 'AI 수요 초과' 신호로 해석해 온 반면, HP처럼 메모리를 사서 완제품에 넣는 하류(다운스트림) 제조업체는 같은 가격 상승이 마진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같은 원자재 가격 변동이라도 공급망에서 '파는 쪽'에 있느냐 '사는 쪽'에 있느냐에 따라 주가에 정반대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을 이번 사례가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입니다.
세일즈포스 사례는 또 다른 교훈을 줍니다. 헤드라인 EPS 서프라이즈(80%)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렸다면 실제 실적의 질을 오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앤스로픽 지분 평가이익이라는 일회성·비영업적 요인이 서프라이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은 분명 걸러서 봐야 할 대목입니다. 다만 시장이 이를 걸러내고도 주가를 두 자릿수로 밀어올린 것은, cRPO 증가율과 에이전트포스 ARR처럼 실제 영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투자이익과 무관하게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즉 이번 급등은 '회계상 착시'가 아니라 '착시를 걷어내고도 남는 본업 성장'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마지막으로, HP의 사례는 이번 실적 시즌 내내 이어져 온 메모리값 폭등 서사(엔비디아의 6거래일 연속 하락, 마이크론·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의 동반 강세 등)가 이제 반도체·서버 업체를 넘어 일반 소비자용 하드웨어 기업의 실적에까지 실질적인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HP 경영진이 회복 시점을 2027 회계연도로 못박은 만큼, 앞으로 나올 다른 PC·노트북 제조업체들의 실적과 가이던스에서도 비슷한 마진 압박이 반복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실적 비트 앤드 레이즈'라는 헤드라인만으로 주가 방향을 예단하지 마세요. HP는 매출·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웃돌고 가이던스까지 올렸지만, 마진을 갉아먹는 구조적 원가 압박이 부각되며 주가는 오히려 8%대 급락했습니다.
-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도 공급망 내 위치에 따라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메모리를 만들어 파는 업체에는 호재, 메모리를 사서 완제품에 넣는 업체에는 악재라는 점을 함께 봐야 원자재발 뉴스의 파급 효과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 헤드라인 EPS 서프라이즈 비율은 반드시 구성 요소를 뜯어봐야 합니다. 세일즈포스의 '80% 서프라이즈'는 일회성 투자이익을 제외하면 3%대로 줄어드는데, 이런 분해 작업 없이는 실적의 질을 오판하기 쉽습니다.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같은 'AI 붐'의 수혜를 받아도 원가 구조가 다르면 주가 반응이 갈릴 수 있습니다. 물리적 부품을 다루는 업체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파는 업체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HP 주가는 언제쯤 반등할 수 있을까요?
회사 스스로 메모리 원가 압박이 2027 회계연도에나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단기간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격 인상 전가, 저비용 공급망 확보, 메모리 용량 축소 등 회사가 언급한 대응책이 실제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다음 분기 퍼스널시스템즈 영업이익률이 실제로 3분기보다 낮아지는지가 확인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일즈포스 실적은 투자이익을 빼면 실망스러운 수준인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앤스로픽 지분 평가이익을 제외한 실질 EPS도 컨센서스를 웃돌았고, 무엇보다 미청구 계약잔고 증가율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과 에이전트포스 연환산매출이 240% 넘게 성장했다는 점은 일회성 요인과 무관한 실제 사업 성장세를 보여줍니다. 다만 헤드라인 숫자(80% 서프라이즈)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런 구성 요소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메모리값 폭등은 다른 PC·하드웨어 업체에도 비슷한 영향을 줄까요?
직접적인 실적 발표 전까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D램·낸드 가격 급등과 부품원가 비중 확대는 HP만의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공급망 이슈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PC·노트북 제조업체들도 다가오는 실적 발표에서 비슷한 마진 압박을 언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기사도 함께 참고해보세요: 엔비디아 6거래일 연속 하락, 메모리값 폭등에 AI 서버가 15%↑, 일론 머스크 '메모리가 AI 최대 병목' 발언에 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 동반 급등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원문 보도를 바탕으로 한 자체 종합·분석 기사이며, 원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최신 수치와 세부 사항은 반드시 원문 기사를 통해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HP earnings beat expectations but shares tumble on lower PC shipments, margin - Investing.com
- HP stock slides 5% as memory costs pressure PC margins - Invezz
- CrowdStrike Stock Jumps After Annual Revenue Outlook Beats - Bloomberg
- Salesforce stock jumps 14% on AI growth and Anthropic investment gain - CNBC
- Salesforce Stock Surges, but 96% of Its EPS Surprise Came From Investments - EBC Financial Group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하므로 투자 결정 전 반드시 최신 정보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