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0

고려아연 주가 11%대 급등 - 美 러트닉 상무장관, 테네시 제련소를 핵심광물 '모범사례'로 지목

무슨 일이 있었나

8월 10일 월요일, 코스피 상장사 고려아연(종목코드 010130) 주가가 장 초반부터 강한 상승 흐름을 탔습니다. 오전 9시 17분 무렵 전 거래일 대비 7.87% 오른 119만 3,000원을 기록하며 출발한 주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폭을 더 키웠고, 오전 중반에는 전일 대비 11.21%(12만 4,000원) 오른 123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장중 한때는 125만 원 부근까지 찍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코스피 대형주 가운데 이 정도 급등은 흔치 않은 움직임으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불어났습니다.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정부 고위 인사의 발언이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비철금속 제련소 프로젝트를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모범사례'이자 '미국의 큰 승리(a big win for America)'로 직접 언급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8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핵심광물 관련 라운드테이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채굴·가공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자리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으로, 여러 국내외 매체를 통해 8월 9~10일 사이 잇따라 보도됐습니다. 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자국이 아닌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프로젝트를 정책 성과의 대표 사례로 직접 호명한 셈이어서, 시장은 이를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 정책 우선순위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려아연이 언급된 프로젝트는 흔히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로 불리는 대형 비철금속 통합 제련소 건설 계획입니다. 총 투자 규모는 설비투자(capex) 기준 66억 달러, 여기에 운전자금과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74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미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CHIPS법에 따라 이 프로젝트에 2억 1,000만 달러의 직접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고, 미 국방부(당시 War 부처로 명칭 변경된 기관)도 자금을 일부 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재정적 뒷받침이 이미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신속 인허가 프로그램인 'FAST-41' 대상 사업으로도 지정돼 있어, 정책적 우선순위가 각별하다는 점이 이번 러트닉 장관 발언으로 다시 한번 확인된 모습입니다.

왜 미국은 한국 기업의 테네시 제련소를 콕 짚어 말했나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라는 개념이 왜 요즘 미국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떠올랐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핵심광물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인프라, 방위산업, 전기차 배터리, 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인듐 같은 희소금속을 가리킵니다. 문제는 이들 금속의 정제·가공 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반도체·방위산업용 희소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 공급망을 자국 또는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려아연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연·연 제련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자, 금·은 같은 귀금속은 물론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인듐 등 핵심광물까지 함께 정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정제 인듐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생산자로, 미국에 공급되는 인듐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고려아연이 자국이 아닌 미국 땅, 그것도 테네시주에 대규모 제련 인프라를 짓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검증된 기술력을 그대로 들여올 수 있는" 이상적인 조합으로 평가됩니다. 러트닉 장관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항공우주·국방,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자동차, 산업 전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전략 광물을 미국 내에서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주가 반응의 메커니즘도 이 지점에서 설명됩니다. 정부 고위 관료가 특정 기업의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모범사례'라고 지목하는 것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향후 인허가·보조금·정책 지원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우선순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미 CHIPS법 인센티브와 국방부 자금 지원, FAST-41 신속 인허가까지 확보한 상태에서 상무장관의 공개 발언까지 더해지자, 시장은 이 프로젝트의 완공·가동 가능성과 미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낮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말 처음 투자 계획이 알려졌을 때 고려아연 주가는 한때 26% 넘게 급등했다가, 2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신주 발행 방식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자 13% 넘게 되밀리는 등 상당한 변동성을 겪은 바 있습니다. 최근 한국 법원이 이들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프로젝트 추진의 법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이번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그 위에 정책적 확신까지 더해준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정책 발언이 왜 하필 지금 나왔는가 하는 타이밍입니다. 8월 7일 백악관 라운드테이블에는 러트닉 상무장관뿐 아니라 더그 버검 내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까지 함께 참석해 2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채굴·배터리·자석·광물가공 관련 프로젝트와 1억 8,000만 달러 규모의 광업 인력 양성 투자 계획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즉 고려아연 언급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여러 부처를 동원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구축하려는 훨씬 큰 정책 패키지의 한 조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7월 말에도 회수된 핵심광물의 해외 수출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채굴부터 가공, 재활용까지 공급망 전 단계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미 완공을 향해 실제 착공 단계에 들어선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말뿐인 정책'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내세우기에 적합한 사례였던 셈이고, 시장은 이 점을 정확히 읽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런 종류의 정책 촉매가 특정 개별 종목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의 핵심광물 자립 정책이 계속 강화될수록, 유사한 정제·가공 기술을 보유했거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다른 소재·화학 기업들 역시 비슷한 방식의 정책 모멘텀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고려아연 사례 이전에도 반도체용 특수가스, 이차전지 소재, 희토류 관련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뉴스에 동반 강세를 보이는 흐름이 여러 차례 반복돼 왔습니다. 다만 정책 수혜의 정도는 기업마다 실제 생산능력, 미국 내 투자 진척도, 정부 계약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에, 테마 전체를 뭉뚱그려 접근하기보다 개별 기업의 실행력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지정학적 정책 발언은 특정 종목의 주가를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씩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급등은 실적 발표나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외국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 하나에서 비롯됐습니다. 거시 정책 뉴스를 볼 때 "이 정책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이 수혜를 보는가"까지 연결해서 읽는 습관이 초과수익 기회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정책 수혜주는 변동성도 함께 따라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려아연은 작년 말 투자 계획 발표 당시 26% 급등 후 13% 급락을 겪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정책 모멘텀에 올라탈 때는 상승 뒤에 규제·소송·주주 갈등 같은 되돌림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 공급망 재편은 장기 테마이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미·중 사이의 핵심광물 패권 경쟁은 하루아침에 끝날 사안이 아니며, 이번 발언 역시 8월 7일 백악관 라운드테이블이라는 더 큰 정책 흐름의 일부입니다. 단기 주가 변동에만 반응하기보다 이 테마가 향후 수년간 어떤 기업들에 반복적으로 우호적인 뉴스플로우를 만들어낼지 큰 그림에서 접근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 정부 지원이 확정된 사업이라도 실행 리스크는 별개로 평가해야 합니다. CHIPS법 인센티브, 국방부 자금, 신속 인허가까지 확보했다 해도 실제 가동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어 아직 수년이 남았습니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건설 지연, 비용 초과 같은 변수가 항상 따라붙는 만큼, 뉴스 하나로 형성된 단기 랠리를 프로젝트의 최종 성공과 동일시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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