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비트코인 사이드체인 '리퀴드 네트워크' 3억2000만달러 해킹 - 보유자산 95% 유출, 해커는 '반환 조건' 제시

무슨 일이 있었나

9월 6일(일) 비트코인 기반 결제·정산 네트워크 '리퀴드 네트워크(Liquid Network)'가 대규모 해킹 피해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리퀴드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페더레이션(연합) 지갑에서 약 4000개의 비트코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약 3억2000만달러 규모가 인출된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비율입니다. 해킹 발생 전 이 지갑이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은 총 4200개 정도였는데, 이 중 약 95%가 한 번에 빠져나갔습니다. 사실상 리퀴드 네트워크의 담보 자산 거의 전부가 통째로 유출된 셈입니다.

리퀴드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개발사 블록스트림(Blockstream)이 2018년 출범시킨 '사이드체인'입니다. 사이드체인이란 비트코인 본체(메인넷)와 별도로 운영되지만 비트코인과 1대1로 교환 가능한 파생 자산(L-BTC)을 발행해, 거래소 간 정산이나 스테이블코인·자산 발행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보조 네트워크입니다. L-BTC가 유통되려면 그만큼의 실제 비트코인이 페더레이션 지갑에 고스란히 예치돼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 담보 자산이 사실상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사건 직후 리퀴드 네트워크는 신규 거래를 처리하는 브릿지 노드를 즉시 중단했고, 주요 거래소들도 L-BTC 입출금을 잇달아 정지했습니다.

왜 '해킹'인데 개인키는 안전하다고 했을까

이번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금 인출에 사용된 서명 키 자체는 탈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출은 SideSwap이라는, 리퀴드 네트워크에서 정상적으로 인출 권한을 부여받은 정산 플랫폼의 '페그아웃 승인 키(PAK)'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즉 자물쇠를 부수거나 열쇠를 훔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출입 절차를 밟았는데도 있어서는 안 될 만큼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블록스트림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리퀴드 네트워크의 기반 소프트웨어인 '엘리먼츠(Elements)'의 검증 로직 버그로 지목했습니다. 외부 분석에 따르면, 기밀거래(confidential transaction)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레인지프루프(rangeproof)'를 캐싱하는 과정에서 자산 종류와 스크립트 정보를 구분하지 않는 캐시 키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검증됐던 증명이 다른 맥락에서도 재사용 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실제로는 뒷받침되지 않는 L-BTC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부 노드가 이렇게 생성된 위조 자산을 정상 자산으로 받아들이면서, SideSwap 입장에서는 어느 코인이 버그로 생성된 것이고 어느 코인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결국 둘을 동일하게 처리하면서 대규모 인출이 실행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더 특이하게 만드는 대목은 자금을 빼간 쪽의 행동입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화이트해커(모의 해킹을 통해 보안 취약점을 알리는 선의의 해커)'라고 주장하며, 온체인 트랜잭션에 메시지를 남겨 블록스트림 측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취약점이 패치되면 자금을 안전하게 돌려주겠다는 조건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9월 7일 블록스트림이 패치 완료를 확인하자, 해커는 예고한 대로 탈취 자금의 약 85%에 해당하는 3400비트코인을 리퀴드 네트워크의 페더레이션 지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나머지 약 598.5비트코인(약 4700만달러 상당, 전체의 약 15%)은 반환하지 않고 자신의 지갑에 남겨둬, 사실상 '수수료' 내지 '포상금' 명목으로 챙긴 모양새가 됐습니다. 이는 자금을 곧바로 세탁하거나 현금화하려는 전형적인 악의적 해킹과는 확연히 다른 패턴으로, 업계에서는 남겨진 자금이 이 상태로 유지될지, 이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정리될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미국 증시·투자자에게 갖는 의미

이 사건이 한국이나 특정 지역 시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증시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트코인은 이제 코인베이스(Coinbase), 스트래티지(Strategy, 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나스닥 상장사들의 핵심 사업·재무 전략과 직결돼 있고,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전통 자산운용 시장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비트코인 관련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신뢰 사고는 이런 종목들의 투자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입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이번 주 초 8만달러 선 아래에서 등락하며 지난달 저점 이후 반등분의 일부를 되돌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런 시점에 인프라 신뢰 이슈가 겹치면 안 그래도 예민한 위험선호 심리를 추가로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사건은 올해 9월 첫째 주에만 벌써 3억2200만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 해킹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9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이번 주 예정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굵직한 매크로 이벤트를 앞두고 이미 예민해진 상황에서, 암호화폐 인프라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개인키 탈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검증 로직의 논리적 결함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지갑 보안만 철저히 하면 안전하다"는 통념을 흔드는 사례로도 해석됩니다. 아무리 접근 권한 관리가 잘 되어 있어도, 그 시스템이 의존하는 코드 자체에 결함이 있다면 자산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이드체인·브릿지 인프라 리스크는 사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주제입니다. 과거에도 여러 크로스체인 브릿지에서 검증 로직의 허점을 이용한 대규모 자금 유출 사건이 발생했고, 매번 해당 생태계에 대한 신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과거 사례들과 다른 점은 해커 스스로 반환을 약속하며 협상 창구를 열어뒀다는 점입니다. 이는 피해 규모를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남기는 동시에, 사건이 '완전한 손실 확정'과 '전액 회수' 사이 어느 지점에서 마무리될지 시장이 계속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코인베이스나 스트래티지 같은 관련주 투자자라면, 이런 인프라 이슈가 실제 회사 재무나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더라도,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과 위험선호 심리에 미치는 파급력은 별도로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자산의 안전성은 '누가 열쇠를 갖고 있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번 인출은 정상적으로 부여된 권한(PAK)을 통해 이뤄졌지만, 그 권한이 작동하는 근본 시스템(검증 로직)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어떤 금융 시스템을 평가할 때도 접근 통제와 시스템 자체의 견고성을 별개로 따져봐야 합니다.
  • 파생·연동 자산은 기초자산과 100% 같은 리스크를 지니지 않습니다. L-BTC는 비트코인과 1대1 교환을 약속하는 파생물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그 약속을 뒷받침하는 담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기초자산(비트코인 본체)이 안전해도 파생물의 가치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 자산이 정확히 어떤 구조로 뒷받침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뉴스의 성격(악재/호재)과 시장의 실제 반응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번처럼 자금 반환이 패치 완료 직후 하루 만에 대부분 이뤄진 사건은, 처음 헤드라인이 시사하던 것보다 최종 피해 규모가 훨씬 작게 확정되기도 합니다. 헤드라인만 보고 성급하게 매매 결정을 내리기보다, 사건의 진행 상황과 실제 자금 이동 여부를 함께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거시 이벤트가 몰린 시기에는 작은 리스크 요인도 증폭될 수 있습니다. 9월 FOMC와 CPI 발표를 앞둔 지금처럼 시장 전반의 긴장도가 높은 시기에는, 평소라면 국지적 이슈로 그쳤을 사건도 위험자산 전반의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번 해킹으로 비트코인 가격 자체가 위험해진 건가요?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은 비트코인 메인넷이 아니라, 그 위에서 파생 자산(L-BTC)을 발행하는 별도의 사이드체인 '리퀴드 네트워크'입니다. 비트코인 본체의 프로토콜과 보안성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신뢰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 심리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해커가 정말 자금을 돌려줬나요?

대부분은 돌려줬습니다. 블록스트림이 9월 7일 취약점 패치를 마쳤다고 확인하자, 해커는 예고한 대로 탈취 자금의 약 85%인 3400비트코인을 리퀴드 네트워크 주소로 반환했습니다. 다만 나머지 약 598.5비트코인(약 4700만달러 상당)은 반환하지 않고 자신의 주소에 남겨뒀는데, 이 부분이 사전에 합의된 '포상금'인지 해커가 일방적으로 챙긴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보유한 비트코인도 영향을 받나요?

직접 리퀴드 네트워크나 L-BTC를 이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비트코인 보유자(거래소 계정이나 개인 지갑의 비트코인 본체)에게 이번 사건이 직접적인 자산 손실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리퀴드 네트워크를 이용해 L-BTC를 보유했거나, 관련 거래소·플랫폼을 이용 중이라면 입출금 제한 등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해당 플랫폼의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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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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