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트럼프, 러시아산 디젤 수입 허용에 발레로·마라톤페트롤리엄 급락 - 우크라이나 '에너지 휴전' 선언까지 겹치며 올해 최고의 정제마진 트레이드 흔들리다
무슨 일이 있었나
10월 9일(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디젤을 미국 및 국제 시장에 즉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차로 30만톤을 즉시 선적하고 이후 추가 물량이 뒤따를 것이라는 설명이었는데, 공급 규모에 대해서는 보도마다 차이가 있어 일부에서는 연간 480만톤 이상까지 거론됐습니다.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일반허가 135호'를 발표해 러시아산 디젤 거래에 대한 제재를 2027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습니다. 즉 발표와 거의 동시에 실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장치까지 마련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목적이 치솟은 미국 내 기름값을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뚜렷했습니다. 뉴욕 디젤(ULSD) 선물은 갤런당 4.67달러 선까지 내렸고, WTI 원유는 91달러 선에서 90달러 밑으로 잠시 미끄러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던 정유사 주가들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보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마라톤페트롤리엄은 1.79%, 발레로에너지는 2.26% 내렸고, 상대적으로 디젤 노출도가 큰 PBF에너지는 5.67% 급락했습니다. 다른 집계에서는 마라톤·발레로가 약 2%, PBF가 4.6% 내렸다는 숫자도 나왔는데, 정확한 수치는 매체마다 갈리지만 방향성은 일치합니다 - 디젤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소식에 정유주들이 동반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이틀 뒤인 10월 11일(일)에는 또 다른 헤드라인이 겹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않는 '즉각적인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먼저 공격을 멈춘다면 우크라이나도 정유시설 공격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조건부 입장을 밝혔는데, 같은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발전소를 추가로 타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휴전'이라는 단어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바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왔습니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하원의원은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수입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월 12일(월) 아시아·유럽 장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소폭 내린 배럴당 103달러 선, WTI는 91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이날은 콜럼버스데이로 미국 채권시장과 연방준비제도(Fed)는 휴장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정상 거래를 진행합니다. 다우존스·S&P500·나스닥 선물은 지난주 금요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마감 이후 소폭 더 오른 채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벌써 화요일 JP모간·골드만삭스의 3분기 실적과 수요일 발표될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로 넘어가 있는데, 이번 주 디젤·원유 관련 헤드라인이 CPI 수치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힙니다.
정제마진 트레이드가 흔들리는 이유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먼저 '크랙 스프레드(정제마진)'라는 개념을 짚어야 합니다. 크랙 스프레드는 정유사가 원유를 사서 디젤 같은 정제품으로 바꿔 파는 과정에서 남기는 마진으로, 원유 가격이 아니라 '정제품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가 정유사의 실제 수익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올해 이 스프레드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업계 매체 RBN에너지에 따르면 뉴욕하버 디젤 크랙은 9월 2일 장중 배럴당 108.02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9월 10일에는 종가 기준으로도 107.72달러라는 신고가를 다시 썼습니다. 9월 한 달 평균으로도 배럴당 111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월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고, 걸프코스트 저유황디젤(ULSD) 현물가는 9월 10일 갤런당 5.0125달러까지 올라 2006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 비정상적인 마진은 두 가지 공급 충격이 동시에 겹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는 러시아의 디젤 등 정제품 수출이 전쟁과 제재,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주변의 유조선 공격·통항 방해로 중동산 원유·정제품의 해상 운송이 위축된 것입니다. 두 공급원이 동시에 좁아지면서 세계 디젤 재고는 계절 평균을 크게 밑돌았고, 그 희소성이 그대로 정유사들의 마진으로 흘러갔습니다. 실제로 필립스66은 최근 실적에서 전 세계 정제마진이 배럴당 24달러로 두 배 뛰었다고 밝혔고, 마라톤페트롤리엄은 2분기 정제마진이 배럴당 36.33달러로 1년 전 17.58달러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 수치들이 바로 발레로·마라톤페트롤리엄·필립스66·PBF에너지 주가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올랐던 배경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바로 이 희소성을 떠받치던 두 다리 중 하나를 정책적으로 흔드는 조치입니다. 러시아산 디젤이 실제로 미국·국제 시장에 유입되면, 그동안 부족했던 정제품 공급이 늘어나면서 크랙 스프레드가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디젤 공급 확대 소식 하나에 정유주들이 일제히 하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는 이번 디젤 거래를 두고 "타이타닉호에서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실제 기름값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브스 분석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는데, 제재 완화의 법적 효력 자체가 한시적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됩니다. 러시아산 원유 기업 루크오일 관련 거래 허가는 10월 22일에 만료되고, 러시아 자체의 디젤 수출 금지 조치도 10월 31일 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 모든 것이 다시 바뀔 수 있는 '임시 창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러시아산 디젤이 실제 선박에 실려 미국 항구에 도착하기까지는 물류·보험·정제시설 손상 복구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어, 발표와 실제 공급 사이의 시차가 상당히 길 수 있습니다. 에너지 휴전 역시 양측이 공식 확인하지 않은 채 같은 날 추가 공격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이 이를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의 종료'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올해 최고의 트레이드'일수록 그 트레이드를 가능케 한 희소성이 사라질 때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정유주 랠리는 디젤 공급 부족이라는 명확한 원인에서 나왔습니다. 그 원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정책 발표(러시아산 디젤 수입 허용) 하나에 주가가 즉각 반응한 것은, 펀더멘털 스토리가 얼마나 좁은 가정 위에 서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 발표 리스크와 실제 이행 리스크를 구분해야 합니다. OFAC 일반허가가 나왔다고 해서 러시아산 디젤이 다음 주 바로 미국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류, 보험, 정제시설 복구, 그리고 10월 22일·31일로 예정된 관련 제재·수출 금지 조치의 만료 시점까지 감안하면, 발표와 실제 공급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원유 가격이 아니라 스프레드(마진)를 보십시오. 정유주의 실적과 주가는 원유 가격 자체보다 크랙 스프레드, 즉 정제품과 원유 가격의 차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같은 원유 가격 하락이라도 디젤 공급이 동시에 늘어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유사 마진에는 전혀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한쪽만 발표하고 다른 쪽이 확인하지 않은 '합의'는 아직 가격에 완전히 반영할 대상이 아닙니다. 에너지 휴전 발표 당일 추가 공격이 보도된 사례처럼, 공식 확인 없는 일방의 발표는 되돌림(fade) 가능성이 있는 헤드라인으로 다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디젤 가격이 내리는 게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인데, 왜 정유사 주가는 떨어졌나요?
정유사의 이익은 디젤 가격 자체가 아니라 '디젤 가격과 원유 가격의 차이(크랙 스프레드)'에서 나옵니다. 러시아산 디젤이 시장에 더 많이 풀리면 소비자가 내는 디젤 가격은 내려갈 수 있지만, 동시에 정유사들이 그동안 독점적으로 누리던 공급 부족 프리미엄도 줄어듭니다. 즉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정유사의 마진에는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번 거래로 미국 기름값이 실제로 많이 내려갈까요?
단기간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공급 물량 자체가 세계 디젤 수요 대비 크지 않고, 러시아산 제품이 실제로 미국 시장에 도착하기까지 물류·보험·정제시설 복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제재 유예 조치도 2027년 4월까지로 한시적이고, 러시아 자체의 수출 금지 조치는 10월 31일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상황이 다시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정유사가 원유를 사들여 디젤·휘발유 같은 정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할 때 남기는 마진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원유를 배럴당 90달러에 사서, 그것으로 만든 디젤을 배럴당 환산가로 150달러어치 팔았다면 크랙 스프레드는 60달러가 됩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보다, 이 스프레드가 얼마나 넓은지가 정유사의 실제 수익성을 더 직접적으로 결정합니다.
참고 자료
이 기사는 아래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된 독자적인 분석·종합 기사이며,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 Trump announces diesel deal with Russia in bid to lower prices - The Washington Post
- Trump declares 'energy ceasefire' between Russia and Ukraine; Zelenskyy is waiting for details - CNBC
- Russia's deal to supply the U.S. with diesel is unlikely to ease pain at the pump, experts say - Fortune
- Stock market today: Dow, S&P 500, Nasdaq futures rise in lead up to earnings season, oil prices fall - Yahoo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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