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79/180강 · 고급 · 4분 읽기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란 무엇인가 —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

같은 탄소 1톤인데, 한국에서는 2만 원, 유럽에서는 12만 원

2026년 5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에서 1톤당 가격은 약 1만9,600원에 낙찰됐습니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은 1톤당 80유로 안팎, 원화로 환산하면 10만 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똑같이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인데, 가격이 6~7배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 격차가 그냥 흥미로운 통계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2026년 1월 1일부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CBAM은 간단히 말해 "EU 안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을 낸 만큼, EU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똑같이 가격을 물리겠다"는 제도입니다. 한국의 탄소 가격이 유럽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는 한국 철강업체들의 유럽 수출 비용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된 셈입니다. 이번 강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왜 나라마다 가격이 이렇게 다른지, 그리고 CBAM이 왜 한국 수출기업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들어와야 하는 변수인지를 다룹니다. 탄소 관련주를 언제 사고팔지를 알려주는 강의가 아니라, 이 제도가 기업의 비용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 메커니즘에 집중합니다.

캡앤트레이드란 — 총량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사고팔게 하는 원리

탄소배출권 거래제(배출권거래제, ETS, Emissions Trading System)의 공식 명칭에는 "거래"라는 말이 들어가지만, 핵심은 거래보다 먼저 정해지는 "캡(cap)", 즉 총량 제한에 있습니다. 정부나 EU 같은 규제기관이 특정 산업군 전체가 한 해 동안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먼저 정합니다. 그리고 그 총량만큼의 "배출권(1장=1톤 배출권리)"을 기업들에게 나눠주거나 경매로 팝니다. 각 기업은 연말에 자신이 실제로 배출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규제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거래가 필요해지는 지점이 생깁니다. 공정을 효율화해서 배출량을 할당받은 양보다 적게 줄인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고, 반대로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긴 기업은 모자란 만큼을 시장에서 사와야 합니다. 이 사고파는 과정 자체가 시장가격을 만들고, 그 가격이 바로 뉴스에 나오는 "탄소배출권 가격"입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 요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캡(총량)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몇 년 단위의 "계획기간"을 두고 매번 총 허용량을 전보다 깎으면, 시장에 풀리는 배출권 자체가 희소해지고, 장기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압력이 구조적으로 생깁니다. 이 점이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또 다른 방식인 "탄소세"와 ETS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입니다. 탄소세는 가격(세율)을 정부가 고정해두고 그 결과로 배출량이 얼마나 줄지는 지켜봐야 하는 방식이고, ETS는 반대로 배출총량(물량)을 고정해두고 그 결과로 가격이 시장에서 얼마로 형성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방식입니다. "물량을 확정하고 가격은 시장에 맡긴다"는 이 설계 때문에 ETS 가격은 경기 상황, 에너지 가격, 할당량 정책 변화에 따라 꽤 출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EU ETS —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탄소시장

2005년 출범한 EU ET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격이 가장 높게 형성된 탄소시장입니다. 전력·발전, 철강, 시멘트, 항공(EU 역내 노선 및 일부 역외 노선), 그리고 2024년부터는 해운까지 포함하는 넓은 범위를 규제 대상으로 삼습니다. 2023년 2월에는 톤당 100유로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고, 2025~2026년에는 대체로 톤당 75~95유로 구간에서 거래됐습니다(정확한 현재가는 시점마다 달라지므로 투자 판단에는 ICE·EEX 같은 거래소의 실시간 시세를 확인해야 합니다). EU ETS에서 특히 중요한 흐름은 무상할당(공짜로 나눠주는 배출권) 비중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입니다. CBAM 대상 산업(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수소·전력)은 2026년부터 무상할당이 매년 조금씩 깎여 2034년에는 무상할당이 전면 폐지되고 전량 경매로 전환되도록 일정이 짜여 있습니다. 즉 EU 기업들도 시간이 갈수록 탄소배출권을 공짜로 받던 데서 직접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쪽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며, 바로 이 변화가 CBAM이라는 국경 조정 장치와 맞물려 움직입니다.

한국의 K-ETS — 2026년부터 시작된 4차 계획기간, 그리고 낮은 가격이라는 숙제

한국은 2015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가 단위 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했고, 2026년부터는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 들어갑니다. 현재 685개 안팎의 대량배출 기업이 대상이며, 이는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대 중반을 포괄하는 수준입니다(단일 사업장 기준 연 2만5,000톤 이상, 또는 기업 전체 기준 연 12만5,000톤 이상 배출하면 대상이 됩니다). K-ETS가 그동안 받아온 가장 큰 비판은 가격이 정책 효과를 내기엔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앞서 본 2026년 5월 경매 낙찰가 1만9,600원은 EU 가격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낮은 가격이 형성된 배경에는 그동안 배출권 대부분을 기업에 공짜로 나눠준 무상할당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철강업계 단체와 경제단체들의 지속적인 로비로 계획기간이 바뀔 때마다 총 허용량이 오히려 늘어난 적도 있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을 줄이는 설비에 투자하기보다 그냥 저렴한 배출권을 사서 메우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 돼버리고, 이는 제도의 원래 목적(실제 배출 감축)을 약화시킵니다.

4차 계획기간부터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가 들어갑니다. 전력 부문의 유상(경매) 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산업 부문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설계됐고, 가격이 급락하거나 급등할 때 물량을 조절하는 시장안정화예비물량(K-MSR) 제도도 새로 도입됩니다. 다만 수출 경쟁력이 걸린 철강 등 일부 업종에는 여전히 무상할당 비율을 높게 유지해주는 예외가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2025년 11월부터는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일반 개인도 K-ETS 배출권에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탄소배출권이 정책 뉴스를 넘어 실제 투자 대상으로도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만합니다.

CBAM — "탄소 가격을 안 낸 수입품"에 EU가 국경에서 매기는 가격

K-ETS처럼 각국이 저마다 다른 가격으로 탄소에 값을 매기면, EU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문제가 생깁니다. EU 안에서 비싼 탄소 비용을 부담하며 철강을 만드는 회사가, 탄소 비용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만든 싼 철강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탄소누출(carbon leakage)"이라 부르는데, 기업이 실제로 배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탄소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생산 자체를 옮겨버려서, 전 세계 총배출량은 줄지 않고 그냥 배출 장소만 옮겨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CBAM은 이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입니다. EU로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수소·전력을 수출하는 기업은, 그 제품을 만들면서 배출한 탄소량에 대해 EU ETS 가격과 동일한 수준의 비용을 국경에서 내야 합니다. 쉽게 말해 "EU에서 만들었다면 냈을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똑같이 물리는 제도입니다.

CBAM의 시행 일정은 단계가 나뉘어 있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말까지는 배출량 데이터만 보고하면 되는 전환 기간이었고, 실제로 돈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본 제도(definitive phase)가 시작돼 CBAM 의무 자체가 그 해 수입분부터 법적으로 적용되지만, 실제 인증서 구매와 결제는 1년의 시차를 두고 2027년부터 이뤄집니다(2026년 수입분에 대한 첫 제출 기한은 2027년 9월 말로 예정돼 있습니다). 또한 CBAM이 매기는 비용은 EU 기업이 아직 받고 있는 무상할당 비율만큼 비례해서 할인되기 때문에, EU 내 무상할당이 완전히 사라지는 2034년이 돼야 CBAM의 비용 부담이 "풀로" 반영됩니다. 즉 CBAM은 2026년에 하루아침에 전면 가동되는 게 아니라, EU ETS의 무상할당 축소 일정과 보폭을 맞춰 2034년까지 서서히 완성되는 긴 전환 과정입니다.

한국에게 이 제도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수출 구조에 있습니다. 한국의 5대 CBAM 대상 품목 수출 중 철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과거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이 15억 달러를 넘는 규모였습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사들은 저탄소 공정(수소환원제철 등) 전환과 기술 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관세 압박까지 겹쳐 수출 환경이 이중으로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만 CBAM이 기업 실적에 구체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더 얹는지는 기업마다, 제품 구성마다 달라서 일반화된 숫자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자가 특정 종목을 볼 때는 그 회사가 실제로 공시하는 CBAM 관련 비용 추정치나 저탄소 전환 투자 계획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읽는 법 — 비용이 되는 쪽과 자산이 되는 쪽

탄소배출권은 재무제표에서 꽤 독특한 방식으로 다뤄집니다. 기업이 보유한 배출권은 대개 무형자산으로 잡히고, 반대로 이미 배출한 만큼 제출해야 할 의무는 회계상 "충당부채"로 잡히는데, 이 부채의 크기는 과거에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결산 시점의 배출권 시장가격을 따라 움직입니다. 정부로부터 받은 무상할당분은 한꺼번에 이익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 "이연수익"으로 분류돼 할당 기간 동안 나눠서 손익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조를 뒤집어보면 투자자에게 중요한 그림이 보입니다. 할당받은 양보다 실제 배출을 더 많이 줄인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한 셈이고, 반대로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업종(철강·시멘트·발전·항공·해운처럼 공정 자체가 탄소 집약적인 산업)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그 부담이 그대로 영업비용으로 잡히는 구조입니다. 즉 탄소배출권 가격의 상승은 모든 기업에 똑같이 작용하는 변수가 아니라, 어떤 업종은 비용 증가로, 어떤 업종은 오히려 보유 자산 가치 상승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변수입니다. 환율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처럼, 탄소 가격도 업종별 노출도를 먼저 따져야 의미 있게 읽히는 변수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비슷합니다.

정리

  • 배출권거래제(ETS)는 정부가 배출 총량(캡)을 먼저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남는 배출권과 모자란 배출권을 기업끼리 사고팔게 하는 제도입니다. 가격을 고정하는 탄소세와 달리, ETS는 물량을 고정하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 EU ETS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격이 높은 탄소시장으로, 최근 1~2년 대략 톤당 75~95유로 구간에서 거래됐으며, CBAM 대상 산업의 무상할당은 2026년부터 매년 줄어 2034년 전면 폐지될 예정입니다.
  • 한국의 K-ETS는 2026년부터 4차 계획기간에 들어가며, 가격이 EU의 6분의 1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있었지만 유상(경매) 할당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 CBAM은 2026년 1월부터 본 제도가 시작됐지만 실제 결제는 2027년부터 이뤄지며, 한국의 대표 수출 품목인 철강이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분야입니다.
  •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은 탄소 집약 업종에는 비용 부담으로, 배출을 할당량보다 많이 줄인 기업에는 자산 가치 상승으로 서로 다르게 작용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모든 기업 주가에 안 좋은가요?

아닙니다. 할당량보다 배출을 많이 줄인 기업이나 저탄소 사업을 하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철강·시멘트·발전처럼 공정 자체가 탄소 집약적인 업종은 비용 부담이 커지는 쪽에 가깝습니다. 업종별 배출권 노출도를 먼저 확인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CBAM은 한국에 매기는 관세인가요?

관세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관세는 수입품 자체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CBAM은 "그 제품을 만들 때 배출된 탄소"에 대해 EU 내 생산자가 이미 내고 있는 탄소 비용과 똑같은 수준을 수입품에도 물리는 제도입니다. 목적도 세수 확보가 아니라 탄소누출(생산지만 옮겨 배출총량이 줄지 않는 현상)을 막는 데 있습니다.

한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낮은 게 왜 문제로 지적되나요?

가격이 충분히 비싸야 기업이 "배출권을 사서 메우기"보다 "실제로 설비를 바꿔 배출을 줄이기"를 선택할 유인이 생깁니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저감 투자보다 그냥 저렴한 배출권을 사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 돼, 제도 본래의 감축 효과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및 교육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탄소배출권 가격과 제도 세부사항은 계획기간과 정책 변경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투자 판단 시에는 거래소·정부 공시 등 최신 1차 자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