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43/149강 · 고급 · 4분 읽기
감마 스퀴즈란 무엇인가 — 마켓메이커의 델타헤징이 주가를 밀어 올리는 원리
이 글의 목차
콜옵션 매수가 주가를 "저절로" 밀어 올리는 것처럼 보일 때
옵션 그릭스란 무엇인가에서 델타와 감마가 각각 무엇을 재는 지표인지 다뤘습니다. 이번 강의는 그 두 그릭스가 실제 시장에서 만나 어떤 현상을 만드는지를 다룹니다. 특정 종목에 콜옵션 매수가 몰리면, 주식 자체의 매수 주문이 특별히 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등하는 장면이 종종 나타납니다. 더 특이한 점은 주가가 오를수록 그 상승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감마 스퀴즈(gamma squeeze)**라고 부릅니다. 공매도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되갚느라 매수에 나서는 숏스퀴즈와는 뿌리가 다른 현상으로, 감마 스퀴즈를 만드는 매수 주체는 공매도자가 아니라 옵션을 판 쪽 — 주로 마켓메이커입니다. 이 강의에서는 왜 옵션을 "판" 쪽이 오히려 주식을 "사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지, 그리고 그 매수가 어떻게 스스로를 더 키우는 눈덩이가 되는지를 원리부터 설명합니다.
마켓메이커는 옵션을 판 뒤 무엇을 하는가 — 델타헤징의 원리
마켓메이커란 무엇인가에서 다뤘듯, 호가창에 항상 양방향 호가가 걸려 있으려면 누군가는 그 주문을 받아주는 반대편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옵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투자자가 콜옵션을 사겠다는 주문을 내면, 그 반대편에서 콜옵션을 파는 쪽은 대개 개인이 아니라 마켓메이커입니다. 문제는 콜옵션을 판 마켓메이커가 그 순간부터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보는" 방향성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점입니다. 콜옵션을 산 투자자가 이익을 보는 만큼 그 반대편에서 콜옵션을 판 마켓메이커는 정확히 그만큼 손실을 보기 때문입니다.
마켓메이커의 사업 모델은 이 방향성 위험을 떠안고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드로 꾸준히 작은 차익을 쌓는 것입니다. 그래서 콜옵션을 판 순간 그 델타만큼 기초자산인 주식을 사들여 방향성 위험을 상쇄합니다. 이를 **델타헤징(delta hedging)**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델타가 0.4인 콜옵션 1만 계약(1계약당 100주 가정)을 팔았다면, 주가가 1원 오를 때 옵션에서 보는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즉시 주식 40만 주를 사들여 둡니다. 이렇게 해두면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옵션에서 나는 손익"과 "주식에서 나는 손익"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거의 같은 크기만큼 움직여, 마켓메이커의 전체 포지션은 주가 방향과 거의 무관해집니다. 이 상태를 "델타 중립(delta-neutral)"이라고 부릅니다.
감마가 문제를 키운다 — 헤지 물량이 가격에 따라 계속 바뀐다
여기서 끝이라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옵션 그릭스에서 짚었듯 델타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주가에 따라 계속 바뀌고, 그 변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것이 감마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의 델타는 더 커지고, 그 말은 마켓메이커가 "델타 중립"을 유지하려면 주식을 더 사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방금 든 예시를 이어가면, 주가가 조금 더 올라 콜옵션의 델타가 0.4에서 0.5로 커졌다면 헤지 물량도 40만 주에서 50만 주로 늘어나야 합니다. 즉 주가가 오를수록 마켓메이커는 "더 많은 주식을 더 사야 하는" 처지에 몰립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되먹임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마켓메이커의 추가 매수 자체가 주가를 한 번 더 밀어 올리고, 그 상승은 델타를 또 키워 추가 매수를 다시 불러옵니다. 이 되먹임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되면서 주가가 가속적으로 치솟는 현상이 바로 감마 스퀴즈입니다. 핵심은 이 매수가 "이 회사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서" 나온 현물 수요가 아니라, 순전히 옵션 포지션을 중립으로 되돌리기 위한 기계적인 헤지 매수라는 점입니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손이 실제로는 그 회사를 믿어서 사는 투자자가 아니라, 리스크를 없애려는 마켓메이커라는 뜻입니다.
롱 감마 vs 숏 감마 — 변동성을 누르는 쪽과 증폭시키는 쪽
이 되먹임이 항상 가격을 밀어 올리는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는 마켓메이커 전체가 지금 **숏 감마(short gamma)**인지 **롱 감마(long gamma)**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콜옵션을 대량으로 팔아 보유 중인 마켓메이커는 숏 감마 상태입니다 —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내리면 반대로 헤지 물량을 줄이기 위해 더 팔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든 그 움직임을 추격해서 증폭시키는 매매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마켓메이커가 풋옵션을 대량으로 팔아 보유 중이거나 콜옵션을 사들여 보유한 쪽이라면 롱 감마 상태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헤지 매매는 오히려 주가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식입니다. 이는 주가의 출렁임을 누르고 특정 구간에 가격을 붙잡아두는 효과를 냅니다. 즉 롱 감마 상태는 변동성을 완화하는 쪽, 숏 감마 상태는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작동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의 마켓메이커들이 어느 쪽에 더 많이 몰려 있는지를 추정해 보여주는 지표를 **감마 노출(GEX, Gamma Exposure)**이라고 부르며, 시장이 숏 감마에서 롱 감마로, 혹은 그 반대로 뒤집히는 추정 가격대를 **감마 플립(gamma flip)**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수치들은 마켓메이커의 실제 포지션을 거래소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데이터 제공업체가 공개된 옵션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으로 역산한 추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감마 스퀴즈가 눈덩이가 된 사례 — 2021년 게임스탑
감마 스퀴즈가 실제로 얼마나 격렬하게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1월 게임스탑(GameStop) 사태입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짧은 만기의 콜옵션 매수가 급격히 몰렸고, 그 반대편에서 콜옵션을 판 마켓메이커들은 델타헤징을 위해 주식을 사들여야 했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헤지 매수가 더 커지는 되먹임이 반복되면서 주가가 가속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 사태가 특히 극적이었던 이유는 감마 스퀴즈가 혼자 작동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종목에 걸려 있던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의 숏스퀴즈와 동시에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옵션 헤지 매수가 주가를 밀어 올리자 공매도자들이 마진콜과 손실 확대를 피하려고 빌린 주식을 되갚는 매수에 나섰고, 이 두 매수 압력이 서로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겹쳤습니다. 두 메커니즘은 원인이 서로 다르지만(하나는 옵션 헤지, 하나는 공매도 청산), 같은 시기에 같은 종목에서 함께 일어나면서 주가 움직임을 한층 더 극단적으로 증폭시켰다는 점이 이 사례의 핵심입니다.
핀고정과 만기일 근처의 특이 현상
감마가 만드는 되먹임은 급등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옵션 만기일이 가까워지고 특정 행사가격에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이 크게 몰려 있으면, 마켓메이커들의 헤지 매매가 오히려 주가를 그 행사가격 근처에 붙잡아두는 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가가 그 행사가격보다 오르면 헤지 매도가 나와 가격을 끌어내리고, 반대로 떨어지면 헤지 매수가 나와 다시 끌어올리는 식으로 양방향에서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핀고정(pinning)**이라고 부르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옵션 매수자 전체의 손실이 최대가 되는 행사가격으로 만기일 주가가 수렴한다는 "맥스페인(max pain) 이론"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다만 맥스페인 이론은 그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학술적 근거가 약하고, 널리 퍼진 통념 수준의 경험적 관찰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핀고정 자체도 매번 나타나는 보편적 법칙이 아니라, 미결제약정이 특정 행사가격에 충분히 몰려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는 경향에 가깝습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 되먹임 고리가 반복되는 과정
숏 감마 상태의 마켓메이커가 콜옵션을 대량으로 팔아둔 가상의 상황을 단순화해서 따라가 보겠습니다.
| 시점 | 주가 | 콜옵션 평균 델타 | 필요한 헤지 주식 수 (가정: 콜옵션 1,000만 주 분량) |
|---|---|---|---|
| 시작 | 10,000원 | 0.30 | 300만 주 |
| 1차 상승 후 | 10,500원 | 0.45 | 450만 주 (추가 매수 150만 주) |
| 2차 상승 후 | 11,200원 | 0.65 | 650만 주 (추가 매수 200만 주) |
| 3차 상승 후 | 12,000원 | 0.80 | 800만 주 (추가 매수 150만 주) |
(위 숫자는 설명을 위해 단순화한 가상의 예시이며 실제 시장 데이터가 아닙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델타가 커지고, 그만큼 추가로 사들여야 하는 헤지 물량도 함께 늘어납니다. 이 추가 매수 자체가 다음 단계의 주가 상승을 만들어내고, 그 상승이 다시 델타를 키우는 구조가 반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콜옵션들이 만기를 넘기거나 내재변동성이 꺼져 신규 콜 매수세가 잦아들면, 마켓메이커가 더는 델타를 키워야 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이 되먹임도 자연스럽게 멈춥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실질적 의미와 한계
감마 스퀴즈와 델타헤징은 매매 신호로 쓰기 위한 개념이 아닙니다. "GEX가 이 정도면 사라"거나 "핀고정 가격이 여기니 그 근처에서 거래하라"는 식의 진입·청산 규칙으로 접근하면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부딫힙니다. 첫째, 마켓메이커의 실제 포지션은 거래소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공개된 GEX나 감마 플립 수치는 전부 공개된 옵션 거래량·미결제약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산한 추정치일 뿐, 실제 헤지 물량을 그대로 보여주는 숫자가 아닙니다. 둘째, 감마 스퀴즈는 그 되먹임이 언제 끊길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콜옵션 매수세가 식거나 만기가 지나면 되먹임이 꺼지는데, 그 시점을 미리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개념을 알아두는 실질적 쓸모는 다른 데 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가파른 급등락이 펀더멘털 뉴스 없이 나타났을 때, 그 매수나 매도가 반드시 "이 회사를 믿는 현물 수요"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옵션 시장의 포지션이 쌓이고 풀리는 과정에서 기계적으로 나오는 헤지 매매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급격한 가격 변동을 보고 성급하게 "이 회사에 좋은 소식이 있나 보다"라고 단정하는 판단을 한 번 더 점검하게 됩니다.
정리
- 델타헤징은 마켓메이커가 옵션을 팔거나 사면서 생기는 방향성 위험을 기초자산 매매로 상쇄하는 과정입니다.
- 감마는 그 델타가 주가에 따라 얼마나 빨리 바뀌는지를 나타내며, 숏 감마 상태의 마켓메이커는 주가가 오를수록 헤지 매수를 더 늘려야 하는 구조에 놓입니다.
- 이 추가 매수가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고, 그 상승이 다시 델타를 키우는 되먹임이 반복되는 현상이 감마 스퀴즈이며, 공매도 청산이 원인인 숏스퀴즈와는 뿌리가 다릅니다.
- 반대로 롱 감마 상태에서는 헤지 매매가 가격 움직임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해 변동성을 누르고, 특정 행사가격에 가격이 붙잡히는 핀고정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GEX·감마 플립·맥스페인 같은 수치는 마켓메이커의 실제 포지션을 바탕으로 역산한 추정치이자 경험적 통념에 가까우며, 매매 신호가 아니라 급등락의 배경을 이해하는 참고 도구로 다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감마 스퀴즈와 숏스퀴즈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감마 스퀴즈는 콜옵션을 판 마켓메이커가 델타헤징을 위해 주식을 사들이면서 생기는 현상이고, 숏스퀴즈는 공매도 투자자가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에 나서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매수 주체와 그 동기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종목에서 동시에 일어나면 서로를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GEX(감마 노출) 수치를 보고 매매해도 되나요?
GEX는 거래소가 공개하지 않는 마켓메이커의 실제 포지션을 공개된 옵션 데이터로 추정한 값일 뿐입니다. 추정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고, 특정 가격이나 방향을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라 변동성이 증폭되거나 눌리는 구간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다뤄야 합니다.
핀고정은 항상 일어나나요?
아닙니다. 특정 행사가격에 거래량과 미결제약정이 충분히 몰려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주 관찰되는 경향에 가깝고, 모든 만기일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법칙은 아닙니다.
감마 스퀴즈는 언제 끝나나요?
신규 콜옵션 매수세가 식거나 옵션이 만기를 넘기면 마켓메이커가 더는 헤지 물량을 늘릴 이유가 없어지면서 되먹임이 멈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그 정확한 시점을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