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64/164강 · 고급 · 4분 읽기
토탈리턴스왑(TRS)이란 무엇인가 — 주식을 사지 않고 주식의 손익을 갖는 계약
이 글의 목차
지분을 안 샀는데 지분을 가진 효과를 낸다?
뉴스에서 "A그룹이 TRS 계약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사실상 확보했다"거나 "헤지펀드가 TRS로 지분을 몰래 쌓았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처음 들으면 모순처럼 느껴집니다. 주식을 직접 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지분을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토탈리턴스왑(Total Return Swap, TRS, 총수익스왑)이라는 계약이 정확히 무엇을 사고파는지부터 짚어야 합니다. TRS는 어떤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산에서 나오는 모든 경제적 손익을 그대로 넘겨받는 장외파생상품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TRS의 기본 구조, 기업과 헤지펀드가 이를 쓰는 이유,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 계약이 지분 공시 규제의 사각지대로 논란이 된 배경까지 살펴봅니다.
TRS란 무엇인가 — 소유권과 경제적 손익의 분리
TRS는 두 당사자가 특정 기초자산(주식, 채권, 지수 등)을 기준으로 두 가지 현금흐름을 맞바꾸는 계약입니다. 한쪽(총수익 지급자, total return payer)은 기초자산을 실제로 보유하면서,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가격 변동과 배당·이자 등 모든 수익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넘겨줍니다. 다른 쪽(총수익 수취자, total return receiver)은 그 대가로 지급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보통 기준금리 + 가산금리)를 지급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수취자는 기초자산을 단 한 주도 직접 사지 않으면서도, 그 자산 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 이익을 받고, 내리면 내린 만큼 손실을 떠안습니다. 반대로 지급자는 법적 소유권과 그에 따른 의결권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경제적으로는 그 손익에서 완전히 배제됩니다. 쉽게 말해 TRS는 법적 소유권(의결권, 명의)과 경제적 이해관계(가격 변동 손익)를 완전히 분리해, 한쪽은 "이름만 가진 주인"이 되고 다른 쪽은 "실질적으로 돈을 벌고 잃는 주인 없는 주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보통 지급자 역할은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맡습니다. 증권사가 실제로 해당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그 주식의 손익을 고객(수취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식입니다. 수취자 입장에서 보면 주식을 직접 사는 것과 경제적 효과는 거의 동일하지만, 거쳐야 할 절차와 법적 지위가 완전히 다릅니다.
왜 이런 계약을 맺는가 — 레버리지, 규제 회피, 신속한 노출 확보
TRS가 쓰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자금 부담 없는 레버리지입니다. 주식을 직접 사려면 매수 금액 전체를 당장 지불해야 하지만, TRS는 수취자가 전체 자산 가격을 미리 치르지 않고도 그 가격 변동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게 해줍니다. 통상 수취자는 담보로 일부 현금만 예치하면 되므로, 같은 자본으로 훨씬 큰 규모의 노출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가 특정 종목이나 지수에 베팅할 때 TRS를 즐겨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는 규제·세금·공시상의 이점입니다. 특정 국가나 업종에서는 외국인이나 특정 투자자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데 제약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TRS는 법적 소유권을 금융회사에 남겨둔 채 경제적 노출만 가져가는 구조여서 이런 제약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뒤에서 다룰 한국의 5%룰 공시 회피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는 신속성과 편의성입니다. 대량의 주식을 시장에서 직접 매수하면 그 자체로 가격을 밀어 올려 매수 비용이 커지거나, 매집 사실이 금방 드러날 수 있습니다. TRS는 금융회사가 대신 주식을 사 모으는 동안 계약만으로 노출을 확보할 수 있어, 거래 흔적을 줄이면서 원하는 포지션을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 손익이 오가는 방식
가상의 숫자로 TRS의 현금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헤지펀드 B가 증권사 A와 어떤 주식 100억 원어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짜리 TRS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합니다. 증권사 A는 실제로 그 주식 100억 원어치를 사서 보유하는 지급자이고, 헤지펀드 B는 그 손익만 받아가는 수취자입니다. 계약 조건은 B가 A에게 연 4%(기준금리 + 가산금리)의 수수료를 내고, 그 대가로 해당 주식의 가격 변동과 배당을 모두 받는 것입니다.
1년 뒤 그 주식이 20% 올랐고, 그 기간 배당도 2억 원 들어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A는 B에게 가격 상승분 20억 원과 배당 2억 원, 합쳐서 22억 원을 지급합니다. 동시에 B는 A에게 수수료 4억 원(100억 원의 4%)을 지급합니다. 두 금액을 서로 상계(netting)하면 B는 최종적으로 18억 원의 순이익을 받습니다. 만약 반대로 주식이 20% 떨어졌다면, B는 가격 하락분 20억 원을 A에게 물어줘야 하고, 여기에 수수료 4억 원까지 더해 총 24억 원을 A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처럼 B는 단 한 주도 사지 않았지만, 마치 100억 원을 직접 투자한 것과 거의 동일한 손익 구조를 그대로 떠안습니다. 다만 B가 실제로 예치해야 하는 돈은 계약 전체 금액이 아니라 담보로 요구되는 일부(예: 100억 원의 10~20% 수준)뿐이어서, 같은 자본으로 훨씬 큰 노출을 확보하는 레버리지 효과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한국에서의 쟁점 — TRS로 5%룰을 피할 수 있었던 구조
대량보유상황보고(5%룰)에서 다룬 것처럼,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보유목적과 지분율을 금융당국에 공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규제는 전통적으로 "주식을 직접 보유한 자"를 기준으로 설계됐고, 현금으로 정산되는 TRS 같은 파생상품 계약은 오랫동안 이 보고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수취자는 주식의 가격 변동 손익을 고스란히 가져가면서도, 법적으로는 그 주식을 "보유"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틈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엘리엇 매니지먼트 사건입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직접 매수하는 방식과 함께 TRS 계약을 활용해 경제적 노출을 추가로 쌓았는데, 금융당국은 이렇게 TRS로 확보한 노출까지 사실상의 지분 확대로 보고 5%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다만 검찰은 이후 공시 의무 위반으로 기소하지는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보다 더 자주 거론되는 쟁점은 국내 대기업 그룹들이 TRS를 활용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입니다. 하나의 증권사와 거액의 TRS 계약을 맺는 대신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나눠 쌓으면, 각 계약은 공시 기준에 못 미치는 규모로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상당한 경제적 지분 효과를 쌓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26년 10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도 이런 구조를 지적하며 TRS를 포함한 현금결제형 파생상품에도 지분 공시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실무자들은 TRS 수취자가 지급자(금융회사)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실상 지시하거나, 향후 주식 취득을 사전에 조율하는 경우에는 그 수취자를 실질적 소유자(beneficial owner)로 간주해 공시 의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즉 계약의 법적 형식이 "소유가 아니다"라고 해도, 실질적으로 소유와 다름없는 통제력을 행사한다면 규제가 그 실질을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단순 '파킹' 거래로도 쓰인다
TRS는 상장사 지분 공시 회피뿐 아니라, 비상장 주식의 일시적인 '파킹(parking)' 수단으로도 쓰입니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특정 비상장기업 주식을 당장 명의상으로는 보유하고 싶지 않지만 그 경제적 가치는 그대로 갖고 싶을 때, 금융회사와 TRS 계약을 맺어 주식의 법적 명의는 금융회사에 맡겨두고 가격 변동 손익만 받아가는 방식입니다. 이런 구조는 지분 공시 규제뿐 아니라 특정 거래 규제나 세무상 고려를 피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어, 금융당국이 꾸준히 주시하는 영역입니다.
2021년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 — 레버리지가 터졌을 때
TRS가 쌓일 수 있는 위험의 크기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21년 3월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 사태입니다. 미국의 패밀리오피스(개인 자산관리회사)였던 아케고스는 자기 돈으로 직접 주식을 사는 대신,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크레디트스위스·노무라 등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과 동시에 TRS 계약을 맺어 소수 기술·미디어 종목에 막대한 노출을 쌓았습니다. 핵심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각 은행은 아케고스가 다른 은행들과도 비슷한 TRS를 맺어 같은 종목에 중복으로 노출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 알지 못했습니다. TRS는 장외 계약이라 공개되지 않고, 거래 상대방별로 따로 체결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케고스가 쌓은 레버리지 비율이 자기자본 대비 5배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2021년 3월, 아케고스가 집중 투자했던 종목 중 하나(바이어컴CBS)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각 은행은 TRS 계약에 따라 아케고스에 대규모 추가 담보(마진콜)를 요구했습니다. 아케고스는 이를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고, 담보로 잡고 있던 기초 주식을 은행들이 서둘러 시장에 매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은행이 동시에 같은 종목들을 대량으로 던지면서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졌고, 가장 먼저 매도에 나선 은행은 손실을 줄였지만 뒤늦게 대응한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는 각각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았습니다(크레디트스위스는 이 사태로 약 5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건은 TRS 자체가 위험한 상품이라서가 아니라, 장외에서 비공개로 체결되는 계약 구조 때문에 한 투자자가 여러 거래 상대방에게 분산해 쌓은 레버리지의 총량을 어느 누구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이 진짜 위험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후 글로벌 금융당국은 이 사태를 계기로 대형 투자은행들의 파생상품 포지션 공시와 거래상대방 집중위험 관리 기준을 강화하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CDS·주식 담보대출과 무엇이 다른가
"손익을 넘겨받는다"는 개념이 비슷해 보이는 다른 상품들과 헷갈리기 쉽습니다. CDS(신용부도스왑)는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만을 사고파는 보험형 계약으로, 평상시에는 프리미엄만 오가고 신용사건이 터져야만 정산이 이뤄집니다. 반면 TRS는 부도 여부와 무관하게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전체(상승·하락, 배당까지 포함)를 계약 기간 내내 주고받습니다. 주식 담보대출과도 다릅니다. 담보대출은 대주주가 이미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주식의 법적 소유권과 가격 변동 손익 모두 대주주에게 그대로 남습니다. TRS는 반대로, 소유권은 한쪽에 남기고 가격 변동 손익만 다른 쪽으로 넘기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담보대출과는 설계 자체가 다릅니다.
정리
- TRS(토탈리턴스왑)는 기초자산의 법적 소유권과 경제적 손익을 분리하는 계약으로, 수취자는 자산을 사지 않고도 그 가격 변동 손익을 그대로 넘겨받습니다.
- 지급자(주로 증권사)는 자산을 실제로 보유하며 의결권 등 법적 지위를 유지하지만, 가격 손익에서는 배제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습니다.
- 자금 부담 없는 레버리지 확보, 규제·공시 우회, 매집 흔적을 줄이는 신속성이 TRS를 쓰는 주된 이유입니다.
- 한국에서는 현금결제형 TRS가 전통적인 지분 공시(5%룰) 대상에서 빠져 있어, 계열사나 투자자가 TRS로 실질 지분을 쌓으면서 공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제도적 쟁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 미국 SEC는 수취자가 의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지시하는 경우 실질적 소유자로 간주해 공시 의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 2021년 아케고스 캐피털 사태는 장외에서 비공개로 체결되는 TRS의 특성상, 한 투자자가 여러 은행에 분산해 쌓은 레버리지 총량이 드러나지 않을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개인 투자자도 TRS 계약을 맺을 수 있나요?
사실상 어렵습니다. TRS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헤지펀드, 대기업 등) 사이에 체결되는 장외(OTC) 계약으로, 계약 단위가 크고 신용도 심사와 담보 설정 절차가 필요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얻고 싶다면 차액결제거래(CFD)처럼 소액 단위로 설계된 상품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TRS와 CFD는 같은 개념인가요?
구조상 원리는 비슷하지만 쓰이는 시장과 목적이 다릅니다. CFD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소액 단위로 설계된 상품으로 레버리지 투자 성격이 강한 반면, TRS는 기관 간 대규모 거래에서 지분 확보·헤지·규제 회피 등 더 복합적인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TRS 계약 자체가 불법인가요?
아닙니다. TRS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정상적인 파생상품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해 지분 공시 의무처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회피하는 경우입니다. 각국 금융당국은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공시 규제를 지속적으로 손보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및 교육 목적이며 투자·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사건과 제도는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하며, 실제 공시 의무 판단이나 법적 쟁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지나 법률 전문가를 통해 최신 기준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