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65/89강 · 고급 · 4분 읽기
VaR(Value at Risk)란 무엇인가 — 최대예상손실액을 하나의 숫자로 재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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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트폴리오는 하루에 최대 얼마까지 잃을 수 있는가"
은행이나 자산운용사의 리스크 관리 부서가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어떤 자산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가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내일 하루 동안 이 포트폴리오가 잃을 수 있는 손실의 상한선이 얼마인가"를 하나의 금액으로 압축한 숫자입니다. 샤프지수가 "이미 지나간 수익률을 위험 대비로 평가하는" 사후적 지표였다면, 이번 강의에서 다루는 VaR(Value at Risk, 최대예상손실액)는 반대로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손실이 어느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몇 % 확신하는가"를 미리 계산하는 사전적 리스크 지표입니다. JP모건이 1990년대에 사내 리스크 관리 도구로 개발해 공개한 이후, 지금은 은행 자기자본 규제(바젤 협약)의 핵심 기준이자 헤지펀드·자산운용사가 매일 들여다보는 표준 리스크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VaR가 답하는 질문 — 확률과 손실액을 하나로 묶는다
VaR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렇게 문장을 완성해 보는 것입니다.
"95%의 신뢰수준에서, 앞으로 1일 동안 이 포트폴리오의 손실은 X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X가 바로 VaR 값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포트폴리오의 1일 VaR가 95% 신뢰수준에서 5,000만 원이라면, 이는 "내일 하루 손실이 5,000만 원보다 클 확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말하면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이어지는 100일 중 대략 95일은 손실이 5,000만 원 이내에 머무르고, 나머지 5일 정도는 그보다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VaR가 특별한 이유는 이 숫자 하나에 세 가지 정보가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손실 규모(얼마를 잃을 수 있는가), 둘째는 기간(하루인가, 열흘인가), 셋째는 신뢰수준(95%인가, 99%인가)입니다. 이 세 가지를 명시하지 않은 VaR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포트폴리오 VaR는 5,000만 원입니다"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1일, 95% 신뢰수준 기준"이라는 조건이 함께 붙어야 그 숫자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신뢰수준을 95%에서 99%로 올리면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VaR 금액은 커집니다. 더 드문 사건까지 커버하려면 그만큼 더 큰 손실 구간까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VaR는 어떻게 계산하나 — 세 가지 접근법
VaR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고, 어느 쪽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값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산-공분산 방법(모수적 방법)은 자산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고,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표준편차와 신뢰수준에 해당하는 z값(95%면 약 1.65, 99%면 약 2.33)을 곱해 VaR를 구합니다. 계산이 빠르고 간단하지만, 실제 시장 수익률이 정규분포보다 극단적인 사건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뚱뚱한 꼬리, fat tail)이 있다는 점에서 손실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시뮬레이션은 특정 분포를 가정하지 않고, 과거 실제 수익률 데이터(예: 최근 500거래일)를 그대로 나열한 뒤 최악의 구간부터 정렬해서 하위 5%(95% 신뢰수준) 또는 하위 1%(99% 신뢰수준)에 해당하는 손실을 그대로 VaR로 씁니다. 실제 시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 데이터 기간에 극단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미래의 새로운 유형의 충격을 놓칠 수 있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컴퓨터로 수많은 가상의 가격 경로를 무작위로 생성해서 그 분포에서 손실 구간을 뽑아내는 방법입니다. 옵션처럼 가격이 자산 가격과 비선형적으로 움직이는 상품이 섞인 복잡한 포트폴리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산량이 많고 결과가 어떤 가정으로 가상의 가격을 생성했는지에 크게 좌우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 방법 모두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정 위에서 같은 질문에 답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가 한 가지 방법만 쓰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계산한 VaR를 나란히 비교하면서 특정 모델의 가정이 현재 시장 상황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함께 점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하나의 숫자로 압축해야 했나
VaR가 지금처럼 표준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실무적인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형 은행은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 수천 개의 서로 다른 포지션을 동시에 들고 있습니다.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우리 회사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가"를 파악하려 할 때, 개별 포지션의 손익을 하나하나 보고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JP모건이 1994년 리스크메트릭스(RiskMetrics) 방법론을 공개하며 VaR를 널리 알린 것도 바로 이 문제, 즉 서로 다른 자산군에 흩어진 위험을 경영진이 매일 확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숫자로 요약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후 바젤 은행감독위원회가 은행의 자기자본 규제에 VaR 기반 모델을 공식적으로 채택하면서, VaR는 규제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적인 리스크 지표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VaR 백테스팅 — 모델이 맞았는지 검증하는 과정
VaR 모델을 한 번 만들어 놓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리스크 관리 부서는 매일 계산한 VaR와 실제로 그날 발생한 손익을 비교해서, 실제 손실이 VaR 예측치를 넘어선 날(예외, exception)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를 꾸준히 기록합니다. 이를 백테스팅(backtesting)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95% 신뢰수준 VaR를 쓴다면, 이론상 250거래일(약 1년) 중 약 12~13일 정도는 손실이 VaR를 넘어서는 것이 정상입니다. 만약 실제로 그보다 훨씬 자주 VaR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한다면, 이는 그 모델이 현재 시장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이며, 바젤 규제 체계에서는 이런 초과 빈도에 따라 은행이 쌓아야 하는 자기자본을 더 늘리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100억 원 규모의 주식 포트폴리오가 있고, 최근 1년간 일별 수익률의 표준편차(변동성)가 1.5%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분산-공분산 방법으로 95% 신뢰수준의 1일 VaR를 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일 VaR = 포트폴리오 가치 × 표준편차 × 신뢰수준 z값
= 100억 원 × 1.5% × 1.65
≈ 2억 4,750만 원
이 결과는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내일 하루 이 포트폴리오가 2억 4,750만 원 넘게 잃을 확률은 5%"라는 뜻입니다.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신뢰수준을 99%로 올리면 z값이 1.65에서 약 2.33으로 커지기 때문에 VaR는 약 3억 4,950만 원(100억 원 × 1.5% × 2.33)으로 늘어납니다. 더 낮은 확률(1%)의 사건까지 커버하려면 그만큼 더 넓은 손실 구간을 상한선 안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은행이 규제당국에 보고하는 VaR는 대개 99% 신뢰수준을 쓰고, 자산운용사가 내부적으로 매일 확인하는 VaR는 95% 신뢰수준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규제 목적과 일상적인 모니터링 목적이 요구하는 안전 마진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유기간을 10일로 늘리면, 수익률의 표준편차가 시간에 비례해 커진다는 가정 아래 흔히 "제곱근 규칙(square-root-of-time rule)"을 적용해 1일 VaR에 √10(약 3.16)을 곱하는 방식으로 근사치를 구합니다. 다만 이 규칙은 수익률이 매일 독립적이고 동일한 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에 의존하므로, 시장이 급변하는 국면에서는 실제 10일 손실과 오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VaR의 한계 — 알려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VaR는 리스크를 이해하기 쉬운 숫자 하나로 압축해 준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지만, 정확히 그 압축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잃어버립니다.
가장 큰 맹점은 VaR가 신뢰수준을 넘어서는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95% 신뢰수준 VaR가 2억 원이라고 할 때, 이는 "손실이 2억 원을 넘을 확률이 5%"라는 뜻일 뿐, 그 5%의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손실이 2억 1천만 원에 그칠지 20억 원에 이를지는 VaR 숫자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나 1998년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사례에서 실제로 문제가 됐던 것은 VaR 모델이 예측하지 못한 평상시 손실이 아니라, VaR가 애초에 다루지 않는 신뢰구간 바깥의 극단적 사건(꼬리 위험, tail risk)이었습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지표가 CVaR(Conditional VaR, 조건부 VaR), 또는 기대손실(Expected Shortfall)입니다. CVaR는 "신뢰구간을 넘어서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손실들의 평균이 얼마인가"를 계산해서, VaR가 놓치는 꼬리 구간의 심각도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두 번째 한계는 모든 계산 방법이 과거 데이터나 특정 통계적 가정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분산-공분산 방법은 정규분포를 가정하고, 역사적 시뮬레이션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 미래에도 비슷하게 반복된다"고 가정합니다.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거나 과거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충격이 오면, 어떤 방법으로 계산한 VaR도 그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VaR는 기술적으로 분산투자의 효과를 항상 정직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포지션을 합치면 위험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특정 조건에서는 두 포지션을 따로 계산한 VaR의 합보다 합쳐서 계산한 VaR가 오히려 더 커지는 경우가 이론적으로 존재합니다(비가산성, non-subadditivity). CVaR(기대손실)는 수학적으로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CVaR가 VaR의 보완 지표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네 번째로, VaR는 원래 여러 자산이 섞인 대형 포트폴리오나 은행 전체의 위험을 한 숫자로 관리·보고하기 위한 도구로 설계됐습니다. 개인 투자자의 계좌 하나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베타나 샤프지수처럼 VaR 역시 "이 숫자가 무엇을 가정하고 무엇을 빠뜨리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로 다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
- VaR는 "일정 신뢰수준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손실이 특정 금액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형태로 리스크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지표입니다.
- 손실 규모, 보유기간, 신뢰수준 세 가지가 함께 명시돼야 VaR 값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계산 방법은 분산-공분산(모수적), 역사적 시뮬레이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세 가지가 대표적이며, 방법에 따라 같은 포트폴리오도 다른 값이 나올 수 있습니다.
- VaR의 가장 큰 한계는 신뢰구간을 넘어서는 극단적 손실의 크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를 보완하는 지표가 CVaR(기대손실)입니다.
- VaR는 매매 신호가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정상적인 시장에서 감수하고 있는 손실 규모를 가늠하는 리스크 관리 도구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VaR가 낮으면 안전한 포트폴리오라는 뜻인가요?
VaR가 낮다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의 예상 손실 범위가 작다는 뜻이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신뢰구간 바깥의 꼬리 위험까지 보려면 CVaR(기대손실) 같은 보완 지표를 함께 참고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도 VaR를 계산해야 하나요?
직접 계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VaR는 원래 은행이나 자산운용사가 대규모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관리·보고하기 위해 쓰는 지표입니다. 다만 "내 계좌가 하루에 얼마까지 흔들릴 수 있는가"를 대략이라도 가늠해 보는 습관은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VaR와 최대낙폭(MDD)은 어떻게 다른가요?
최대낙폭(MDD)은 특정 기간 동안 고점 대비 실제로 발생했던 최대 하락폭을 사후적으로 계산한 값이고, VaR는 정해진 신뢰수준과 기간을 기준으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사전에 통계적으로 추정한 값입니다. 하나는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다른 하나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의 확률적 범위를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VaR 값이 크면 나쁜 포트폴리오라는 뜻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VaR는 포트폴리오의 규모와 변동성에 비례해서 커지는 숫자이기 때문에, 자산 규모가 큰 포트폴리오는 위험 대비 수익이 좋아도 VaR 금액 자체는 클 수 있습니다. VaR는 절대적인 좋고 나쁨을 가리는 지표라기보다, 포트폴리오 가치 대비 비율로 환산하거나 같은 조건에서 계산된 다른 포트폴리오와 비교할 때 의미가 커지는 지표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