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25/125강 · 고급 · 4분 읽기
변동성 스마일과 스큐란 — 같은 종목 옵션인데 왜 변동성이 다르게 매겨질까
이 글의 목차
블랙-숄즈가 가정한 "하나의 변동성", 그리고 실제 시장
블랙-숄즈 모형이란에서 옵션 가격을 계산할 때 들어가는 다섯 개 입력값 중 유일하게 시장에서 바로 관측되지 않는 값이 변동성이라고 짚었습니다. 모형은 같은 종목, 같은 만기라면 행사가격이 달라져도 이 변동성 하나를 그대로 적용합니다. 주가가 앞으로 얼마나 출렁일지는 행사가격이 50,000원인 옵션이든 60,000원인 옵션이든 똑같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인 가정입니다. 주가 자체는 하나인데, 그 주가가 미래에 얼마나 흔들릴지에 대한 예상이 옵션 행사가격에 따라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옵션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거꾸로 풀어 내재변동성을 역산해 보면, 이 가정이 깨지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등가격(주가와 행사가격이 비슷한) 옵션과 외가격(주가에서 멀리 떨어진 행사가격) 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서로 다르게 나오고, 그 값들을 행사가격 순서로 그래프에 찍어보면 평평한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그려집니다. 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변동성 스마일(volatility smile)과 변동성 스큐(volatility skew)입니다. 두 용어 모두 "같은 종목, 같은 만기인데 행사가격에 따라 내재변동성이 다르게 매겨지는 현상"을 가리키며, 그래프의 모양에 따라 구분해서 부릅니다.
왜 하필 외가격 풋옵션이 비싸게 매겨질까 — 스큐가 생기는 메커니즘
개별주식이나 지수 옵션 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모양은 "스큐"입니다.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훨씬 낮은 외가격 풋옵션일수록 내재변동성이 유독 높게 매겨지고, 반대로 주가보다 훨씬 높은 외가격 콜옵션의 내재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지는 비대칭적인 모양입니다. 그래프로 그리면 왼쪽(낮은 행사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오른쪽(높은 행사가격)은 완만하게 내려가는, 웃는 모양보다는 "비웃는" 모양에 가까워 영어로는 종종 "스마일" 대신 "스머크(smirk)"라고도 부릅니다.
이 비대칭이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수요와 공급입니다. 옵션이란 무엇인가에서 풋옵션을 하락에 대비하는 보험으로 비유했는데, 보유 주식이나 포트폴리오 전체의 급락을 막기 위한 보험 수요는 평온한 시기에도 끊이지 않고 존재합니다. 연금펀드나 자산운용사 같은 큰 기관일수록 포트폴리오 전체를 외가격 풋옵션으로 "꼬리 위험(tail risk)"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많고, 이 수요가 몰릴수록 외가격 풋옵션 가격, 즉 그 가격을 역산한 내재변동성이 높게 유지됩니다. 반면 외가격 콜옵션을 "로또처럼" 사려는 수요는 있지만 꼬리 위험을 헤지하려는 기관 수요만큼 꾸준하지 않아 가격, 즉 내재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주 언급되는 설명이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그 회사의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기고, 이는 주가의 변동성 자체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논리입니다. 즉 주가가 떨어질수록 그 수준에서의 실제 변동성도 함께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고, 옵션 시장은 이 관계를 가격에 미리 반영해 낮은 행사가격일수록 변동성을 더 높게 매긴다는 설명입니다. 이 스큐 현상이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관찰되기 시작한 계기로 흔히 꼽히는 사건이 1987년 10월의 '블랙 먼데이'입니다. 당시 하루 만에 지수가 20%가 넘게 폭락한 충격 이후, 시장은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급락"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가격에 영구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외가격 풋옵션에 대한 꾸준한 프리미엄, 즉 풋스큐가 이후 지수 옵션 시장의 구조적인 특징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됩니다.
스마일이냐 스큐냐 — 자산마다 모양이 다른 이유
모든 옵션 시장이 똑같이 한쪽으로 치우친 스큐 모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지수나 개별주식 옵션은 앞서 설명한 이유로 하락 쪽에 쏠린 비대칭적 스큐가 뚜렷하지만, 환율(FX) 옵션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양쪽 끝이 함께 올라가는 "스마일"에 가까운 모양이 더 자주 관찰됩니다. 이는 환율이라는 자산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급등하는 것과 급락하는 것은 둘 다 그 통화를 보유한 쪽이나 그 통화로 빚을 진 쪽 모두에게 현실적인 위험이 될 수 있어, 양방향 꼬리 위험에 대한 헤지 수요가 비교적 고르게 존재합니다. 반면 주식은 "오르는 쪽 꼬리"보다 "급락하는 쪽 꼬리"가 압도적으로 더 큰 공포와 헤지 수요를 만들어낸다는 비대칭이 있어 스큐 모양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결국 스마일이든 스큐든, 그 모양 자체가 "이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 방향의 꼬리 위험을 더 비싼 값에 사려 하는가"를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스큐에도 "만기별 모양"이 있다
스큐는 한 가지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만기에 따라서도 모양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을수록 스큐가 더 가파르게, 만기가 길수록 더 완만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벤트(실적 발표, 중앙은행 회의, 지정학적 뉴스 등)로 단기간에 급락이 날 수 있다는 우려는 가까운 만기의 풋옵션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만, 1년 뒤까지 내다보는 장기 옵션은 그 사이 여러 번의 안정기와 불안기가 뒤섞일 것으로 가정되기 때문에 단기 스큐의 극단적인 모양이 그대로 희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무에서는 스큐를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행사가격 × 만기"라는 2차원 표면(변동성 표면, volatility surface)으로 다루며, 같은 풋스큐라도 그것이 1주 만기 옵션에서 나타나는지 1년 만기 옵션에서 나타나는지에 따라 시장이 두려워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코스피200 같은 지수옵션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스큐 모양을 단순화한 가상의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지수가 350포인트이고 한 달 만기 옵션들의 내재변동성을 행사가격별로 역산했다고 가정합니다.
| 행사가격 (지수 대비) | 옵션 종류 | 내재변동성(예시) |
|---|---|---|
| 320 (−9%, 깊은 외가격) | 풋 | 약 28% |
| 335 (−4%, 외가격) | 풋 | 약 22% |
| 350 (등가격) | 콜/풋 공통 | 약 17% |
| 365 (+4%, 외가격) | 콜 | 약 15% |
| 380 (+9%, 깊은 외가격) | 콜 | 약 14% |
(위 숫자는 설명을 위해 단순화한 예시이며 실제 시장 데이터가 아닙니다.) 등가격에서 멀어질수록, 특히 하락 쪽으로 멀어질수록 내재변동성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지수옵션 풋스큐입니다. 같은 지수, 같은 만기인데 "얼마나 깊이 떨어질 상황을 가정하는가"에 따라 시장이 매기는 변동성이 다르다는 뜻이고, 이는 블랙-숄즈 모형이 가정한 "하나의 일정한 변동성"과는 명확히 어긋나는 현실입니다.
스큐가 투자자에게 알려주는 것 — VIX와는 다른 층위의 정보
VIX 지수란에서 다룬 VIX는 여러 행사가격의 옵션 가격을 가중평균해 "시장 전체가 앞으로 얼마나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는가"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한 지표입니다. 반면 스큐는 그 변동성 기대가 어느 방향에 더 쏠려 있는가를 보여주는, VIX와는 다른 층위의 정보입니다. 예를 들어 VIX 수준 자체는 낮게 유지되고 있어도 외가격 풋옵션과 콜옵션의 내재변동성 격차(스큐)만 유독 가팔라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당장 큰 충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하락이 온다면 꽤 깊을 수 있다"는 쪽으로 시장 심리가 조심스럽게 기울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곤 합니다. 반대로 시장이 패닉에 가까운 급락을 겪을 때는 VIX와 풋스큐가 함께 치솟는 경우가 많아, 두 지표를 나란히 보면 "변동성이 얼마나 커졌는가"와 "그 공포가 어느 방향에 집중돼 있는가"를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직전 몇 주 동안, VIX 자체는 아직 평상시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단기 풋스큐만 먼저 가팔라지는 모습이 나타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 시장이 아직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이 "혹시 급락이 온다면 상당히 깊을 수 있다"는 쪽에 선제적으로 보험을 사두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흐름입니다. 이후 실제로 급락장이 펼쳐지자 VIX와 풋스큐가 함께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 스큐는 VIX보다 먼저, 혹은 VIX와는 다른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 두 지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시장 심리를 더 폭넓게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스큐를 읽을 때도 VIX와 마찬가지로 유념할 한계가 있습니다. 스큐가 가파르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하락 위험에 보험료를 더 비싸게 지불하고 있다는 뜻일 뿐, 실제로 그 하락이 일어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또한 스큐는 기관의 헤지 수요나 특정 상품(예: 커버드콜 ETF 운용사의 콜옵션 매도 물량)처럼 가격과 무관한 구조적 수급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순수하게 "시장의 공포 수준"만을 담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스큐를 특정 매매 신호로 쓰기보다, 옵션 매도자나 헤지펀드의 리스크 관리팀이 "지금 시장이 어느 방향의 극단적 상황에 얼마의 값을 매기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 변동성 스마일·스큐는 같은 종목, 같은 만기의 옵션이라도 행사가격에 따라 내재변동성이 다르게 매겨지는 현상으로, 블랙-숄즈 모형이 가정한 "하나의 일정한 변동성"과 현실 시장이 어긋나는 대표적인 지점입니다.
- 주가지수·개별주식 옵션에서는 외가격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유독 높게 매겨지는 비대칭적 "스큐"가 흔하며, 이는 하락 위험을 헤지하려는 구조적 수요와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시장이 급락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다고 설명됩니다.
- 환율 옵션처럼 양방향 꼬리 위험이 함께 존재하는 자산에서는 비대칭이 덜한 "스마일"에 가까운 모양이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 VIX가 변동성의 전체적인 크기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스큐는 그 변동성 기대가 어느 방향(상승·하락)에 더 쏠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별개의 정보입니다.
- 스큐는 시장의 공포가 어느 방향에 집중돼 있는지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이지, 실제 미래를 예측하거나 매매 신호로 쓰기 위한 지표는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변동성 스마일과 스큐는 같은 말인가요?
넓게는 "행사가격마다 내재변동성이 다르게 매겨지는 현상" 전체를 가리키는 데 두 용어가 혼용됩니다. 다만 그래프 모양을 구분해서 말할 때는, 양쪽 끝이 함께 올라가는 U자 모양을 스마일, 한쪽으로 기울어 비대칭을 보이는 모양을 스큐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풋스큐가 가파르게 치솟으면 곧 주가가 떨어진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풋스큐는 시장 참여자들이 하락에 대한 보험료를 얼마나 비싸게 쳐주고 있는지를 보여줄 뿐, 실제로 그 하락이 일어날지 아닐지를 예측하는 지표는 아닙니다. 보험료가 비싸졌다는 사실과 사고가 실제로 난다는 사실은 별개의 질문입니다.
개인 투자자가 이 개념을 꼭 알아야 하나요?
직접 옵션을 거래하지 않는 투자자라면 당장 계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시장이 지금 하락 위험에 얼마나 비싼 값을 매기고 있는가"라는 정보가 뉴스에 "풋스큐가 가팔라졌다"는 식으로 종종 인용되는 만큼,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은 시장 심리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