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1
비트코인, '10/10 대학살' 1주년에 또 8만달러대 추락 - 그런데 청산 규모는 작년의 18분의 1에 그친 이유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주 비트코인이 다시 8만달러대로 밀렸습니다. 목요일(10월8일) 장중 저점은 8만300달러 부근까지 내려갔는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공급 과잉 우려와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동시에 커진 가운데 레버리지를 쓴 롱 포지션들이 강제 청산되면서 나타난 하락이었습니다. 금요일(10월9일) 오전에는 8만3000달러대 초반까지 일부 되돌림이 나왔지만, 바로 그날 오전 11시(미 동부시간)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100% 관세를 위협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뉴욕증시 전체가 하루 만에 약 2조달러어치 증발하는 급락장이 펼쳐졌고(본지 전날 기사 참조), 비트코인을 포함한 크립토 시장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10월9일 하루 동안의 청산 규모는 약 11억9000만달러로 집계됐고, 코인글래스 데이터를 인용한 또 다른 집계에서는 약 10억9000만달러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토요일(10월10일) 새벽(미 동부시간 오전 2시55분 기준 직전 24시간)에는 청산 규모가 9163만달러까지 크게 줄어들며 시장이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비트코인 역사상 단일 최대 청산 사태로 기록된 2025년 10월10일 '대학살'의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1년 전 이야기를 잠깐 돌이켜보면, 2025년 10월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똑같이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은 금요일 고점 12만2574달러에서 단 몇 시간 만에 10만4782달러까지, 14% 넘게 폭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틀어 약 190억달러(일부 집계는 200억달러까지)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160만 개 이상의 계정이 청산당했습니다. 이는 크립토 역사상 단일 거래일 기준 최대 청산 사태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기록입니다. 알트코인 피해는 더 극단적이었는데, 일부 거래소에서는 ATOM 같은 토큰이 장중 한때 4달러에서 0.001달러까지 순간적으로 폭락하는 등 '오라클 공백'에 따른 가격 왜곡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보다 여전히 30% 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블룸버그 분석(야후파이낸스 통해 게재)에 따르면 크립토퀀트 데이터 기준으로 1년 전 비트코인 연계 무기한선물(perpetual futures)의 미결제약정(오픈 인터레스트)은 약 450억달러에 달했는데, 대학살 이후 6개월 만에 그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이 8만달러대를 다시 회복하며 일부 자신감이 살아나긴 했지만, 미결제약정 자체는 여전히 정점 대비 한참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이번 블룸버그 보도의 핵심 진단입니다.
왜 같은 종류의 충격인데 청산 규모는 18분의 1밖에 안 됐나
이번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트리거가 사실상 거의 똑같았다는 사실입니다. 양쪽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위협하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이 발단이었고, 양쪽 모두 뉴욕증시가 동시에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시장이 받은 충격의 '크기'는 전혀 다릅니다. 2025년에는 190억달러, 2026년에는 약 11억달러. 단순 계산으로도 약 18분의 1 수준입니다. 같은 재료에 시장이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는 뜻인데, 그 답은 관세 뉴스 자체가 아니라 그 뉴스가 터지기 전 시장의 '구조'에 있습니다.
핵심은 레버리지 총량입니다. 2025년 10월10일 당시 비트코인 무기한선물 미결제약정은 약 450억달러 수준으로, 몇 달간 꾸준히 불어난 레버리지가 시장 전체에 쌓여 있던 상태였습니다. 레버리지가 쌓여 있다는 건,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급하게 움직일 때 강제 청산이 사슬처럼 연쇄적으로 번질 '연료'가 가득 차 있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당시 청산은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되먹임 구조로 번졌습니다. 한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되며 추가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그 매도가 가격을 더 떨어뜨려 또 다른 포지션의 청산 가격을 건드리는 식의 연쇄반응이었습니다. 여기에 일부 중앙화거래소(CEX)의 가격 오라클이 자사 호가창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구조적 약점까지 겹치면서, 유동성이 얕은 특정 거래소에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되고 그 왜곡된 가격이 다시 다른 포지션의 강제 청산 기준으로 쓰이는 악순환까지 발생했습니다.
반면 이번 10월에는 그 '연료'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대학살 이후 6개월 만에 미결제약정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후로도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데 더뎠다는 것이 블룸버그가 짚은 핵심 대목입니다. 쌓여 있는 레버리지 자체가 작으니,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강제 청산될 '물량'이 원천적으로 작았던 셈입니다. 게다가 이번 하락은 트럼프의 관세 게시글이 단독 트리거가 아니라, 그보다 하루 앞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이미 레버리지 롱 포지션들을 솎아내고 있던 상황에 관세 충격이 추가로 얹힌 형태였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이 관세 뉴스가 뜨기 전에 이미 한 차례 '청산할 사람은 청산된' 상태였다는 뜻으로, 이것 역시 두 번째 충격파의 규모를 줄이는 데 한몫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시장 구조가 완전히 안전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칼라단의 줄리아 저우는 블룸버그를 통해 시장이 여전히 상당히 파편화돼 있고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갤럭시디지털의 루카스 체얀도 "10/10에 무너졌던 그 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체한 새로운 시장은 이제 막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졌을 뿐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디파이라마 데이터 기준 실물자산(RWA) 연계 무기한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이미 170억달러를 넘어서며 하이퍼리퀴드 같은 신생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데, 이는 레버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비트코인·이더리움 중심의 기존 CEX 구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라는 신호로도 해석됩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똑같은 뉴스 트리거라도 시장이 받는 충격의 크기는 '그 직전까지 쌓여 있던 레버리지 총량'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5년과 2026년 모두 트럼프의 중국 100% 관세 위협이 발단이었지만, 청산 규모는 190억달러 대 11억달러로 18배 차이가 났습니다. 뉴스 자체의 '내용'보다 그 뉴스가 터지는 '타이밍'의 시장 구조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미결제약정(오픈 인터레스트)은 가격 차트만큼 중요한 선행 지표입니다. 레버리지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면, 평온해 보이는 시장도 작은 충격 하나로 큰 연쇄 청산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결제약정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면 같은 크기의 악재라도 시장이 상대적으로 잘 흡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청산 사태 직후의 '해독' 기간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대학살 이후 6개월간 미결제약정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사실은, 큰 청산 사태 이후 시장이 레버리지를 다시 쌓아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기간 동안은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1년 전과 같은 규모의 연쇄 반응이 재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레버리지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실물자산 연계 무기한선물 시장이 170억달러를 넘어서며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은, 다음 번 충격이 터질 때는 전혀 다른 플랫폼과 자산군에서 예상 밖의 청산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왜 2025년과 2026년 모두 10월에 비슷한 트럼프 관세 위협이 나왔나요?
두 사건 모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25년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가, 2026년에도 비슷한 패턴의 긴장이 배경에 있었습니다. 다만 매년 반드시 같은 시기에 같은 사건이 재발하는 '계절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양국 간 협상이 특정 시점마다 고조되는 우연이 겹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비트코인 미결제약정이 줄어든 게 왜 투자자에게 중요한 신호인가요?
미결제약정은 시장에 아직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레버리지 포지션의 총량을 보여줍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이 급변할 때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낮을수록 같은 충격에도 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흔들립니다. 즉 미결제약정은 '지금 시장이 얼마나 레버리지로 부풀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위험 신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청산 규모가 작았다는 게 비트코인이 이제 안전해졌다는 뜻인가요?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칼라단과 갤럭시디지털 같은 시장 참여자들은 유동성이 여전히 파편화돼 있고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레버리지가 비트코인·이더리움 중심의 전통적인 거래소 구조에서 실물자산 연계 무기한선물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도 있어, 다음 충격이 어디서 어떤 규모로 나타날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원문 보도를 바탕으로 한 자체 종합·분석 기사이며, 원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최신 수치와 세부 사항은 반드시 원문 기사를 통해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One Year After $19 Billion Crash, Crypto Faces a New Reality - Bloomberg (via Yahoo Finance)
- Bitcoin's $19 billion wake-up call: One-year after flash crash, has crypto learned anything? - CoinDesk
- Bitcoin Price Liquidations Cross $1 Billion Amid Market Drop - The Crypt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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