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27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 4대 항공사 전부 가이던스 하향 - 이란發 유가 급등에 제트유 비용만 60억달러씩 불어났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몇 주 사이 실적을 발표한 미국 4대 대형 항공사-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가 공교롭게도 전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매출은 대체로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는데, 연간 이익 가이던스는 한목소리로 낮아진 겁니다. 범인은 네 회사 모두가 똑같이 지목했습니다. 바로 제트유 가격입니다.
가장 먼저 10월9일 실적을 내놓은 델타항공은 3분기 조정 연료비가 전년 대비 62% 급증한 4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갤런당 평균 연료 단가는 60% 뛴 3.61달러였습니다. 회사는 연간 조정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를 7월에 제시했던 6.50~7.50달러에서 5.10~5.60달러로 큰 폭으로 낮췄고,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도 30억~40억달러에서 25억달러 안팎으로 줄였습니다. 델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모든 변화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전부 연료비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회사가 연간 흡수해야 할 추가 연료비 증가분만 60억달러에 달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열흘 뒤인 10월20일과 22일에는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이 차례로 실적을 내놨습니다. 유나이티드는 3분기 매출 178억6000만달러, 조정 EPS 2.54달러를 기록했지만, 연료비가 전년 대비 61.6% 급증하면서 운임 인상으로 늘어난 비용의 72%만 상쇄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4분기 이익 전망치를 월가 예상치보다 한참 낮게 제시했습니다. 아메리칸항공은 3분기 매출 163억3500만달러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주당순손실도 0.28달러로 시장 예상치(-0.35달러)보다는 선방했지만, 연료비가 67.5%(19억달러) 급증하며 국제회계기준(GAAP) 기준 2억69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아메리칸의 연간 가이던스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로 깎였습니다. 1월에는 주당 1.70~2.70달러 흑자를 예상했다가, 4월에는 -0.40~+1.10달러로, 7월에는 -0.65~+0.65달러로 낮아졌고, 10월 3분기 실적에서 다시 한 번 손실 폭이 커지는 쪽으로 수정됐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3분기 갤런당 연료 단가가 자체 예상했던 3.70~3.75달러를 웃도는 3.92달러를 기록하면서 연료비가 전년 대비 8억2100만달러 늘었고, 이는 주당순이익을 1.08달러어치 깎아먹는 요인이 됐습니다. 회사는 연간 조정 EPS 가이던스를 애초 4달러 수준에서 7월 3.25~4.25달러로, 다시 10월 2.60~2.85달러로 낮췄습니다. 다만 사우스웨스트의 3분기 순이익 자체는 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5400만달러)보다는 크게 늘었는데, 이는 추가 수하물 수수료 도입과 좌석 배정 유료화 등 비연료 수익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효과가 더해진 결과입니다.
왜 네 회사가 한꺼번에 가이던스를 낮췄나
이 네 건의 가이던스 하향을 하나로 묶는 고리는 분명합니다. 올해 이어진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중동발 원유·제트유 공급에 반복적으로 충격을 줬고,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까지 겹치며 정제유 공급 자체가 빠듯해졌다는 점입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 여파로 2026년 전 세계 항공업계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410억달러에서 230억달러로 거의 반토막 냈고(2025년 실제 순이익은 450억달러), 도이체방크는 올해 초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 실존적 위협(existential threat)"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항공주를 담은 JETS ETF는 유가 충격이 본격화된 구간 동안 18% 넘게 빠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대목은, 항공사별로 체감하는 충격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항공사의 연료비 부담은 '헤지(hedge, 선물환 등으로 미래 가격을 미리 고정하는 것)' 비율에 따라 크게 갈립니다. 예를 들어 라이언에어처럼 2027 회계연도 연료 수요의 80%를 배럴당 약 67달러 수준에 미리 고정해 둔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습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거의 전량을 헤지하지 않고 현물 시장 가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라, 연료비가 오르면 고스란히 비용으로 반영됩니다. 유나이티드 CEO 스콧 커비는 10월21일 "제트유 가격이 2027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불과 두 달 전인 8월에 "내년에는 연료비가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비관적으로 바뀐 전망입니다. 커비는 2027년 두 자릿수 세전 이익률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료비 하락, 업계 전체의 좌석 공급 증가 속도 둔화, 혹은 항공사들이 탑승률보다 운임을 계속 우선시하는 흐름 중 적어도 하나는 현실화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주 유가 흐름이 일부 진정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카타르 중재단이 테헤란에 급파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16달러대에서 114달러대로 소폭 밀렸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항공사들의 4분기 전망치까지 바로 되돌려 놓지는 못했습니다. 유나이티드는 4분기 연료 단가를 갤런당 약 4.80달러, 사우스웨스트는 약 4.55달러로 각각 가정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초 평년 수준이던 3달러대 중반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입니다. 항공사들이 가이던스를 짤 때는 수주~수개월치 선도 가격 곡선(forward curve)을 반영하기 때문에, 단 며칠간의 유가 되돌림만으로는 이미 제시한 전망치를 바로 수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주의 '일시적 안도 랠리'와, 항공사들이 실제로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적으로 높아진 연료비 기준선'은 서로 다른 시간 지평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같은 거시 변수라도 업종별 전달 경로가 다르다. 유가 급등은 증시 전반에서는 '위험자산 회피' 신호로 읽히지만, 항공업종에서는 매출 원가에 직접 꽂히는 구체적 비용 충격으로 작동합니다. 거시 이벤트가 터졌을 때는 어느 업종이 그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가장 먼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지를 따져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 헤지 비율은 같은 업종 안에서도 종목별 민감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다. 라이언에어처럼 연료를 많이 헤지해 둔 항공사와, 유나이티드처럼 거의 헤지하지 않은 항공사는 똑같은 유가 급등에도 전혀 다른 실적 충격을 받습니다. 원자재 가격에 노출된 업종 종목을 비교할 때는 헤지 정책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매출 서프라이즈와 이익 가이던스는 따로 봐야 한다.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모두 분기 매출은 역대급이었지만, 비용 구조가 무너지며 이익 전망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매출 성장'이라는 헤드라인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면 비용 측 리스크를 놓치기 쉽습니다.
- 단기 가격 되돌림과 기업의 전망 수정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이번 주 유가가 소폭 꺾였다고 해서 항공사들이 곧바로 가이던스를 다시 올리지는 않습니다. 기업들은 통상 수개월치 선도 가격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기 때문에, 단기 뉴스 흐름과 기업 실적 가이던스의 반응 속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가가 이번 주 다시 내려갔는데 항공사 실적 전망도 좋아지나요?
곧바로는 아닙니다. 항공사들은 실제 연료 구매 계획을 짤 때 수주에서 수개월치 선도 가격(forward curve)을 참고합니다. 유나이티드와 사우스웨스트가 각각 4분기 연료 단가를 갤런당 4.80달러, 4.55달러로 가정한 것도 이런 선도 가격에 기반한 것이어서, 단 며칠간의 유가 되돌림만으로 바로 수정되지는 않습니다. 유가 하락 흐름이 몇 주 이상 이어져야 가이던스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유나이티드항공이 다른 항공사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나요?
헤지 비율 차이가 큽니다. 유나이티드는 연료 수요의 거의 전량을 헤지하지 않고 현물 시장 가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유가가 오르면 비용 증가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으로 반영됩니다. 반면 라이언에어 같은 항공사는 내년도 연료 수요의 상당 부분을 이미 낮은 가격에 고정해 둔 상태라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습니다.
이 흐름이 비행기 티켓 요금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연료비 상승분의 일부만 운임 인상으로 상쇄하고 있다는 점(유나이티드의 경우 72%만 상쇄)을 감안하면, 유가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사들이 나머지 비용 부담을 메우기 위해 운임을 추가로 올릴 유인이 커집니다. 실제로 유나이티드 CEO도 높은 운임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보도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종합·분석해 작성한 글이며, 원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최신 수치는 아래 원문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Delta Air cuts profit forecast as US$6 billion fuel cost surge outweighs fare gains - BNN Bloomberg
- United Airlines sees elevated fuel costs through 2027, flags margin challenges - BOE Report
- Airlines in Bear Market as Oil Poses 'Existential' Threat -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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