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52/152강 · 고급 · 4분 읽기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이란 — 95% 지분으로 소수주주를 강제로 내보내는 스퀴즈아웃의 원리

95%를 채운 지배주주가 나머지 5%를 강제로 사들이는 제도

주식매수청구권에서는 합병이나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내 지분을 사 가라"고 요구하는 권리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상법에는 이 흐름을 정확히 거꾸로 뒤집은 권리도 존재합니다. 회사 지분의 95%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가, 나머지 5% 미만을 들고 있는 소수주주들에게 "당신 주식을 내게 팔아라"고 먼저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를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상법 제360조의24)이라 부르고, 해외에서는 흔히 스퀴즈아웃(squeeze-out) 또는 프리즈아웃(freeze-out)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제도와 같은 계열입니다. 소수주주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지배주주가 충족하면 소수주주는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할 의무를 집니다. 왜 이런 강제적인 제도가 존재하는지,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발동되는지, 그리고 이 권리가 앞서 다룬 매수청구권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왜 95%를 채운 지배주주가 나머지를 굳이 사들이려 할까

지분을 95% 넘게 가진 지배주주는 이미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혼자서 통과시킬 수 있는 수준의 지배력을 쥔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나머지 5% 미만을 들고 있는 소수주주를 마저 사들이려는 유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관리 비용입니다. 상장회사든 비상장회사든, 주주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주주총회 소집통지, 배당 지급, 주주명부 관리 같은 절차적 의무를 계속 이행해야 합니다. 지분이 1%도 안 되는 소수주주 수백 명을 상대로 매번 이런 절차를 반복하는 비용이, 차라리 그 지분을 공정한 가격에 사들이는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구조 개편의 효율성입니다. 완전한 100% 자회사로 만들어야 그룹 내 사업 재편, 합병, 지주회사 전환 같은 작업을 소수주주의 동의나 반대 없이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홀딩컴퍼니 전환이나 사업부 재편을 앞둔 기업이 그 직전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완전자회사로 만들어두는 사례가 실제로 종종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자진 상장폐지와 맞물리는 경우입니다. 대주주가 공개매수로 지분을 95% 이상까지 끌어올린 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남은 극소수 주주를 매도청구권으로 마저 정리해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하는 흐름이 대표적입니다.

요건과 절차 — 95%라는 문턱과 주주총회 승인

이 권리를 행사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순서대로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지배주주는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95% 이상을 자기 계산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자기 계산"이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지배주주 본인 명의의 주식뿐 아니라 모회사·자회사 관계에 있는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까지 합산해 95%를 채울 수 있습니다. 둘째, 단순히 95%를 채웠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매도청구를 하려는 "경영상 목적"을 밝히고 미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총회 소집통지에는 지배주주의 보유 현황, 매도청구의 목적, 그리고 공인된 감정인이 평가한 가격 산정 근거까지 함께 적어야 합니다. 셋째, 실제 매도청구를 하기 최소 1개월 전에는 그 사실을 공고하고 소수주주 개개인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야 지배주주는 소수주주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청구를 받은 소수주주는 그날로부터 2개월 안에 주식을 넘겨야 할 의무를 집니다. 가격은 원칙적으로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협의로 정하지만,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법원에 매매가액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2018다224699)는 지배주주가 이 권리를 행사할 때 소수주주가 가진 주식의 일부만 골라 사들일 수 없고, 반드시 해당 소수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부에 대해 행사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즉 "마음에 드는 지분만 사고 나머지는 남겨두는" 선택적 행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왜 하필 95%인가 — 90% 약식합병 기준과의 차이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상법에는 이미 지분 90%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약식합병 제도가 있는데, 매도청구권의 기준은 왜 이보다 더 높은 95%로 정해졌을까요. 매도청구권 도입 논의 당시 국회에서는 약식합병 기준과 맞춰 90%로 낮추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95%로 더 높게 제한됐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도청구권은 소수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을 강제로 빼앗는, 사적 재산권에 대한 매우 강력한 개입입니다. 기준을 90%로 낮추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지배주주가 이 강제력을 손쉽게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제도가 남용될 위험이 커집니다. 95%라는 더 높은 문턱을 두어 "정말로 지배력이 압도적인 경우"에만 이 강력한 권리를 쓸 수 있도록 제한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함께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매도청구권의 반대편에는 소수주주도 똑같은 95% 기준이 충족된 상태라면 거꾸로 지배주주에게 "내 주식을 사 달라"고 먼저 요구할 수 있는 소수주주의 매수청구권이 함께 마련돼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청구하든, 95% 이상의 지배력이 확인되면 결국 소수지분이 지배주주에게 넘어가는 결과로 수렴하도록 설계된 한 쌍의 제도인 셈입니다.

매도청구권과 매수청구권, 방향이 정반대인 두 제도

주식매수청구권에서 다룬 제도와 이번 매도청구권은 이름도 비슷하고 둘 다 "강제로 주식을 사고판다"는 결과를 낳지만, 발동 주체와 목적이 정반대입니다. 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구분 소수주주의 매수청구권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
청구하는 쪽 합병·분할 등에 반대하는 소수주주 95% 이상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
발동 상황 합병·분할·영업양도 등 특별결의 안건 지배주주가 경영상 목적을 내세운 별도 승인
목적 반대 주주의 투자금 회수(출구 보장) 소수지분 정리를 통한 완전자회사화
주식을 팔아야 하는 쪽 회사(매수 의무를 짐) 소수주주(매도 의무를 짐)
소수주주 입장 원하면 행사, 원치 않으면 그대로 보유 가능 지배주주가 청구하면 반드시 매도해야 함
가격 분쟁 해결 협의 불성립 시 법원 결정 청구 협의 불성립 시 법원 결정 청구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줄은 "소수주주 입장"입니다. 매수청구권은 소수주주에게 선택권이 있는 방어적 권리이지만, 매도청구권은 지배주주가 요건을 채우면 소수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발동되는 일방적 의무라는 점이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숫자로 보는 예시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가상의 사례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A사는 원래 상장회사였고, 지배주주 B가 공개매수와 장내 매집을 거쳐 지분을 96%까지 끌어올렸다고 가정합니다. 남은 4%는 1,000명 가까운 소수주주가 나눠 들고 있습니다. B는 A사를 완전자회사로 만들어 그룹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려는 경영상 목적을 밝히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뒤, 공인 감정인이 평가한 주당 50,000원을 제시하며 전체 소수주주에게 매도청구를 합니다. 이 통지를 받은 소수주주들은 2개월 안에 주식을 넘겨야 하는데, 만약 그 가격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가 있다면 30일 안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에 매매가액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감정인의 50,000원보다 더 높은 55,000원을 적정 가격으로 판단한다면, B는 그 소수주주에게 차액을 더 지급해야 합니다. 반대로 법원이 더 낮은 가격을 확정하면 B는 그만큼 적게 지급하고도 주식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 쟁점은 "팔아야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에 팔아야 하느냐"로 좁혀진다는 점을 이 사례가 보여줍니다.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

소수주주 입장에서 매도청구를 받았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지배주주가 95% 요건과 주주총회 승인, 사전 통지 같은 절차적 요건을 실제로 모두 충족했는지입니다.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청구 자체의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절차가 적법하다면 다음 쟁점은 가격입니다. 제시된 가격이 공인 감정인의 평가에만 의존한 것인지, 그 평가가 최근 거래량가중평균가나 회사의 자산가치·수익가치를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살펴야 하고, 동의하기 어렵다면 법원에 매매가액 결정을 청구하는 절차가 열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만 이 절차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고 결과가 반드시 더 높은 가격으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합병비율이나 매수청구권을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제도는 2024년 국회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에서 95% 산정 시 자기주식을 발행주식총수와 보유주식수 양쪽에서 모두 제외하도록 다듬고, 매매가액 산정 근거 자료를 일정 기간 비치·열람하도록 의무화해 축출 남용을 더 촘촘히 막으려는 방향으로 계속 손질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입법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매도청구를 실제로 받았거나 지배주주 입장에서 이 제도를 검토하는 상황이라면 그 시점의 최신 법령과 전문가 조력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

  •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상법 제360조의24)은 지분 95% 이상을 가진 지배주주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나머지 소수주주에게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해외의 스퀴즈아웃·프리즈아웃 제도와 같은 계열입니다.
  • 지배주주가 소수지분을 정리하려는 주된 이유는 주주관리 비용 절감, 완전자회사화를 통한 구조 개편, 그리고 공개매수 이후 남은 극소수 지분을 마저 정리해 상장폐지를 마무리하려는 목적입니다.
  • 기준이 약식합병의 90%보다 더 높은 95%로 정해진 것은 소수주주의 재산권을 강제로 침해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남용을 막으려는 취지이며, 이 요건이 충족되면 소수주주도 거꾸로 지배주주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대응 권리가 함께 주어집니다.
  • 소수주주의 매수청구권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방향은 정반대로, 매수청구권은 소수주주가 선택할 수 있는 방어적 권리이고 매도청구권은 지배주주가 요건을 채우면 소수주주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일방적 의무입니다.
  • 가격에 동의하지 않는 소수주주는 30일 내 협의가 불성립하면 법원에 매매가액 결정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결과가 반드시 더 유리하게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배주주가 95%만 넘으면 자동으로 소수주주 주식이 넘어가나요?

아닙니다. 95% 지분 보유는 필요조건일 뿐이고, 경영상 목적을 밝힌 주주총회 승인과 사전 공고·개별 통지 같은 절차를 모두 거쳐야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95%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소수주주의 주식이 저절로 이전되지는 않습니다.

소수주주가 매도청구를 거부하고 계속 주식을 들고 있을 수 있나요?

적법한 요건과 절차를 모두 충족한 매도청구라면 소수주주는 보유 주식 전부를 매도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다만 가격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협의나 법원의 매매가액 결정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고, 절차 자체에 하자가 있다면 그 효력을 다툴 여지도 있습니다.

이 제도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는 같은 것인가요?

아닙니다. 공개매수는 매수자가 공개적으로 가격·기간·수량을 알리고 주주들의 자발적인 청약을 받는 절차이고, 매도청구권은 이미 95% 이상을 확보한 지배주주가 남은 소수주주에게 매도를 강제하는 별도의 권리입니다. 실제로는 공개매수로 95%까지 지분을 끌어올린 뒤, 응하지 않고 남은 극소수 지분을 매도청구권으로 마저 정리해 상장폐지를 마무리하는 흐름으로 두 제도가 이어져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및 교육 목적이며 투자·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에서 설명한 요건·절차·수치는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참고 기준이며, 상법 개정이나 판례 변경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최신 법령과 전문가의 자문을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