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81/181강 · 고급 · 4분 읽기

DLF(파생결합펀드)란 무엇인가 — 독일 국채 금리 하나가 원금 98%를 삼킨 구조의 원리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간다고요?" — 아무도 각오하지 않았던 손실

2019년 하반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창구에서 가입한 투자자 수천 명이 만기 통지서를 받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가입한 펀드가 원금의 거의 전부를 돌려주지 못한다는 통지였습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상품 중 9월 26일 만기였던 건의 손실률은 98.1%, 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도 46%의 손실률로 만기를 맞았습니다. 두 은행이 판매한 전체 DLF·DLS 규모는 약 8,224억원이었고, 이 중 89%가 개인투자자의 돈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리가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뒤에도 두 은행이 827억원어치를 추가로 더 팔았고, 가입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48.4%에 달했다는 점입니다.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가정 위에 설계된 상품이, 바로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투자자에게 손실을 그대로 되돌려준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DLF가 정확히 어떤 구조의 상품이고, 왜 금리가 "조금" 떨어졌을 뿐인데 원금이 "거의 전부" 사라지는 일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이 사태가 어떻게 지금의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바꿔놓았는지를 다룹니다.

DLS와 DLF란 무엇인가 — ELS와 같은 핏줄, 다른 기초자산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다뤘듯, 구조화상품의 기본 설계는 투자자가 발행사에게 풋옵션을 파는 대가로 프리미엄을 "확정 쿠폰"이라는 이름으로 나눠 받는 것입니다. 기초자산이 정해둔 선 안에 머물면 쿠폰을 챙기고, 선을 벗어나면 그만큼 손실을 떠안습니다. DLS(Derivative-Linked Securities, 파생결합증권)는 이 설계를 그대로 쓰면서 기초자산만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이 아니라 금리, 환율, 원자재, 신용(회사채 부도 여부) 같은 비주식 자산으로 바꾼 상품입니다. 그리고 DLF(Derivative-Linked Fund, 파생결합펀드)는 이 DLS를 직접 들고 있는 게 아니라, DLS를 편입해서 운용하는 펀드(집합투자기구) 형태로 한 번 더 감싼 상품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가 발행한 DLS를 직접 사는 대신, 은행이나 자산운용사가 그 DLS를 담아 만든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2019년 사태의 당사자는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은 독일·영국 금리에 연계된 DLF를, 하나은행은 미국·영국 금리에 연계된 DLF를 각각 판매했는데, 이 DLF들은 대부분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비공개로 판매하는 사모펀드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공모펀드와 달리 투자설명서 공시 의무가 가볍고, 은행 PB(프라이빗뱅커) 창구를 통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팔릴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구간형(레인지) 구조 — 금리가 "그 선 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

2019년 문제가 된 DLF가 편입한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미국·영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같은 기준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았습니다. 금리스왑(IRS)에서 다룬 금리라는 변수를 그대로 기초자산으로 쓴 구조입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합니다. 만기 시점에 기준금리가 가입 당시 미리 정해둔 구간 안(또는 특정 선 위)에 머물러 있으면 연 3~5%대의 쿠폰을 받고 원금을 돌려받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그 구간을 벗어나 떨어지면, 하락한 만큼이 아니라 미리 정해둔 손실배수를 곱한 만큼 손실률이 증폭되는 구조였습니다. 주가지수는 이론적으로 0까지 떨어지려면 모든 상장사가 망해야 하는 극단적인 사건이 필요하지만, 금리는 몇 년 전만 해도 "0%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었을 뿐 그 자체로 하한선이 없는 변수입니다.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쪽은 "그렇게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제로 꽤 높은 쿠폰을 제시했고, 투자자는 이 숫자가 꽤 안전해 보이는 금리 상품처럼 들렸습니다. 문제는 이 손실배수 구조 때문에, 기준금리가 구간 밖으로 "조금만" 더 떨어져도 원금 손실률은 선형이 아니라 훨씬 가파르게 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금리가 1~2%p 움직이는 것은 채권시장에서 드문 일이 아닌데, 그 작은 움직임 하나가 레버리지를 먹은 채 원금 전체를 집어삼키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가상의 숫자로 이 구조를 단순화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실제 2019년 상품의 정확한 조건과는 다른,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입니다). 가입 시점 기준금리가 1.5%였고, "만기 시점 금리가 0% 이상이면 연 4% 쿠폰, 0% 밑으로 떨어지면 하락분의 수백 배를 손실률에 곱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금리가 0.3%까지만 내려가도 쿠폰을 받고 끝나지만, 금리가 0%를 뚫고 -0.3%까지만 더 떨어지면 그 0.3%p의 하락이 손실배수를 거쳐 원금의 상당 부분을 깎아먹는 손실률로 둔갑합니다.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0.3%p 움직이는 것은 특별히 드문 사건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흔한 움직임"이 구간의 어느 쪽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투자자가 느끼는 결과가 "쿠폰 수령"과 "원금 대부분 손실"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 실제로 벌어진 일 — 아무도 울린 적 없는 경고음

2019년 상반기,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통화완화를 시사하면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깊은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졌습니다. 상품을 설계할 때 "일어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분류됐던 일이 몇 달 만에 현실이 된 것입니다. 더 뼈아픈 지점은, 금리가 이미 하락하기 시작한 뒤에도 두 은행이 827억원어치의 DLF를 추가로 더 팔았다는 사실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중간 검사에서는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48.4%(1,462명)에 달한다는 점, 그리고 판매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챙긴 수수료 합계가 투자금의 4.93%에 이른다는 점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9월 26일 만기였던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연계 상품은 98.1%의 손실률로, 하나은행 상품은 46%의 손실률로 각각 확정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통보했고, 이후 분쟁조정 절차에서는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최대 80%까지 배상이 인정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이 사태가 유독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피해자 다수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인 줄 알았다"거나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상품설명서 어딘가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을 손실 조건이, 판매 현장에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은행 창구였나 — 신탁이라는 유통 경로의 문제

ELS는 대체로 증권사 창구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팔립니다. 고객은 증권사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투자 상품을 사러 왔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2019년 DLF는 은행 창구에서, 신탁(trust)이라는 형태로 포장돼 팔렸습니다. 예금을 맡기러 왔거나 자산관리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이 PB와 상담하다가 "예금보다 조금 더 주는 상품"으로 안내받는 경로였던 셈입니다. 은행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신뢰감, 그리고 신탁이라는 이름이 주는 "맡겨둔다"는 어감이, 실제로는 파생상품이 내재된 고위험 상품이라는 본질을 가리는 데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기업어음(CP)과 ABCP에서 다룬 레고랜드 사태가 "지자체 보증이니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며 번진 사건이었다면, DLF 사태는 "은행 창구에서 파는 상품이니 안전할 것"이라는 다른 종류의 믿음이 흔들린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태 모두 상품 구조 자체보다, 그 상품이 유통되는 경로가 만들어내는 신뢰가 실제 위험을 가렸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사태 이후 —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새로운 규제 카테고리

이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원회는 2019년 11월 고위험 투자상품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파생상품이 내재돼 있어 최대 손실 가능성이 일정 수준을 넘고 그 구조를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새 범주로 묶은 것입니다. 이 범주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와 파생상품이 내재된 신탁 상품은 은행과 보험사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됐고, 다만 상대적으로 공시 의무가 무거운 고난도 공모펀드는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남겨뒀습니다. 공모·사모 구분 없이 핵심설명서 교부도 의무화됐습니다. 이 규제는 2025년 10월에도 한 차례 더 강화됐습니다. 금융위는 상품설명서 가장 윗부분에 그 상품에 맞지 않는 소비자 유형, 손실 가능성, 과거 손실 발생 사례를 반드시 적도록 하는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고, 2026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면 상담을 받은 고객에게 설명 의무를 피하려고 비대면 계약을 유도하는 행위도 부당권유로 새롭게 금지됐습니다. 2019년 DLF 사태가 "이런 상품을 특정 경로로 못 팔게 막는" 1차 대응이었다면, 2025년 개정은 "팔더라도 위험을 처음부터 분명히 알게 하는" 2차 보완에 해당합니다.

투자자가 가져가야 할 교훈 — 복잡성과 유통 경로를 함께 봐야 한다

DLF 사태의 교훈은 "파생결합상품은 다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닙니다. 구조화상품 자체는 특정 시나리오에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합법적인 금융기법입니다. 진짜 교훈은 두 가지가 겹쳤을 때 위험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첫째, 기초자산의 움직임이 손실률로 그대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손실배수를 거쳐 증폭되는 구조라면, "일어나기 어렵다"고 들었던 시나리오가 실제로는 생각보다 자주,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숫자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상품을 파는 장소와 그 장소에 대한 신뢰가 상품 자체의 위험도와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PB가 권유했다는 사실이 상품의 안전성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지금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확인은 핵심설명서에서 "최악의 경우 손실이 얼마까지 날 수 있는가"라는 문장을 직접 찾아 읽는 것, 그리고 그 최악의 시나리오가 과거 몇 년 안에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는 일인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DLF 사태에서 "독일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는 일"은 상품 설계 시점에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취급됐지만, 몇 달 뒤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정리

  • DLF(파생결합펀드)는 금리·환율·원자재·신용 같은 비주식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로, ELS와 설계 원리는 같고 기초자산만 다릅니다.
  • 2019년 사태의 상품은 기준금리가 정해둔 구간을 벗어나면 손실배수가 곱해져 손실률이 가파르게 커지는 구조였고,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초로 깊은 마이너스권에 진입하면서 원금의 98.1%(우리은행)와 46%(하나은행)가 각각 손실로 확정됐습니다.
  • 두 은행이 판매한 DLF·DLS 규모는 약 8,224억원(개인투자자 비중 89%)이었고, 금리가 이미 하락한 뒤에도 827억원어치가 추가 판매됐으며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48.4%에 달했습니다.
  • 이 상품들은 사모펀드·신탁 형태로 은행 창구를 통해 유통됐는데, 은행과 신탁이라는 경로가 주는 신뢰감이 실제 파생상품 위험을 가리는 데 일정 부분 작용했습니다.
  • 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규제가 도입돼 은행·보험사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가 제한됐고, 2026년 1월부터는 손실 가능성과 과거 손실 사례를 설명서 최상단에 명시하도록 한 추가 규제가 시행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DLS와 DLF는 어떻게 다른가요?

DLS(파생결합증권)는 증권사가 발행하는 증권 자체이고, DLF(파생결합펀드)는 그 DLS를 편입해서 운용하는 펀드입니다. 투자자가 DLS를 직접 사는지, DLS를 담은 펀드에 가입하는지의 차이이며 손익이 결정되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지금도 이런 상품을 은행에서 살 수 있나요?

2019년 종합대책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와 파생상품 내재 신탁은 은행과 보험사가 판매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공시 의무가 더 무거운 고난도 공모펀드는 은행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며, 이 경우에도 핵심설명서를 반드시 받아 손실 조건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DLF가 항상 손실을 내는 위험한 상품인가요?

아닙니다. 기초자산이 정해둔 구간 안에 머무르면 예금보다 높은 쿠폰을 받는 구조이며, 실제로 만기까지 문제없이 쿠폰을 지급한 DLF도 많습니다. 2019년 사태는 특정 기초자산(독일 국채 금리)이 설계 당시 가정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면서 손실배수 구조가 그대로 작동한 사례이며, 이는 구조화상품이라면 원리상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교훈으로 남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본문에 인용된 수치는 2019년 금융감독원 조사 발표 및 보도 내용을 기준으로 하며, 현재 판매되는 개별 상품의 조건과는 무관합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