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기초 · 167/168강 · 고급 · 4분 읽기
유동성 프리미엄과 비유동성 할인이란 — 거래가 적은 주식이 구조적으로 싸게 거래되는 원리
이 글의 목차
같은 회사인데 왜 한쪽이 더 싸게 거래될까
우선주와 보통주 차이에서 같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인데도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꾸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다뤘습니다. 의결권이 없다는 점 말고도 "유동성 부족"이 또 다른 이유로 등장했는데, 사실 이 유동성 부족이 가격을 깎아내리는 현상은 우선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K-OTC에서 거래되는 비상장주식, 폐쇄형펀드의 지분, 거래량이 유난히 적은 코스닥 소형주까지 — 재무 내용이나 펀더멘털이 똑같다고 가정해도, "사고팔기 어렵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격이 체계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거울상 개념,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과 비유동성 할인(illiquidity discount)이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 밑바탕에 있는 비용 구조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개념이 실제로 어디에서 모습을 드러내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같은 현상, 두 가지 표현 — 수익률로 보면 프리미엄, 가격으로 보면 할인
두 용어는 사실 하나의 현상을 반대쪽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는 "언제든 원하는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위험을 떠안는 대신, 그만큼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요구합니다. 이 추가로 요구되는 수익률을 유동성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미래 현금흐름이 같다면, 요구수익률(할인율)이 높아질수록 그 자산의 현재가치는 낮아집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을 가격 쪽에서 보면 "유동성이 낮은 만큼 가격이 깎여 있다"는 뜻이 되고, 이를 비유동성 할인이라고 부릅니다. 즉 유동성 프리미엄은 "얼마나 더 받아야 하는가"를 수익률로 표현한 것이고, 비유동성 할인은 그 요구가 가격에 반영된 결과를 가리키는, 같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유동성이 왜 비용이 되는가 — 스프레드와 거래충격
이 할인이 단순히 "인기가 없어서 싸다"는 감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마켓메이커란 무엇인가에서 다뤘듯, 매수호가와 매도호가 사이의 간격인 스프레드는 그 자체로 즉시 체결 시 발생하는 거래비용입니다.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는 이 스프레드가 가격의 0.1% 안팎에 그치지만, 거래가 뜸한 소형주나 비상장주식은 스프레드가 몇 퍼센트에서 그 이상까지 벌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해외 연구에서는 대형주의 스프레드가 가격의 0.5% 수준인 반면, 소형주는 6%를 넘는 경우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 시장과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참고치일 뿐이지만, 그 격차의 방향만큼은 뚜렷합니다. 이 스프레드가 넓어지는 이유는 마켓메이커나 유동성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명확합니다. 거래가 뜸한 종목일수록 "지금 이 가격에 팔려는 사람이 나쁜 정보를 알고 있어서 파는 것일 수 있다"는 역선택 위험이 커지고, 거래 상대를 찾기까지 재고를 떠안고 기다려야 하는 재고위험도 커집니다. 호가를 대는 쪽은 이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스프레드를 넓게 벌릴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은 결국 그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자에게 전가됩니다.
여기에 더해 거래충격(price impact)이라는 두 번째 비용이 있습니다.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몇만 주를 한꺼번에 팔아도 호가창이 이를 쉽게 흡수하지만,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서 같은 물량을 팔면 매수호가를 여러 단계 깎아 내려가며 체결해야 해서 평균 체결가가 크게 낮아집니다. 즉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지금 당장 현금화해야 할 때" 가치가 훼손될 위험을 구조적으로 더 많이 안고 있는 셈이고, 투자자는 이 위험에 대한 보상을 평소 가격에서 미리 떼어 받으려 합니다. 1986년 야코브 아미후드(Yakov Amihud)와 하임 멘델슨(Haim Mendelson)이 처음 체계화한 이 논리는 이후 "거래량 대비 가격 변동폭"으로 비유동성을 가늠하는 간단한 지표(아미후드 비유동성 지수)로 발전해, 유동성이 낮을수록 기대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실증적으로도 반복 확인되는 근거가 됐습니다. 다만 이 프리미엄의 크기는 시대와 시장마다 다르게 추정되는 경험적 경향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형주 효과와 같은 것일까 —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
팩터 투자를 다룬 글에서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경향, 흔히 "사이즈 팩터"라 부르는 현상을 언급했습니다. 유동성 프리미엄과 소형주 효과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종종 혼동되지만, 엄밀히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이즈 팩터는 "시가총액이 작다"는 성질 자체에 주목하고, 유동성 프리미엄은 "거래하기 어렵다"는 성질에 주목합니다. 두 성질은 현실에서 강하게 겹칩니다 —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는 대개 유통 물량도 적고 거래량도 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소형주가 수익률이 높은 진짜 이유가 작다는 사실 자체인지, 아니면 그 작은 회사들이 하필 유동성도 낮기 때문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실제로 시가총액을 통제한 뒤에도 유동성 지표 자체가 수익률 차이를 설명하는 힘을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면서, 지금은 유동성을 사이즈와는 별개로 다뤄야 하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즉 "작아서 싼 것"과 "거래하기 어려워서 싼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 할인이 겹쳐 있는 것이지,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숫자로 감 잡기 — 같은 100만 원을 팔 때
가상의 두 종목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A종목은 하루 거래량이 많은 코스피 대형주로 스프레드가 0.1% 수준이고, B종목은 거래가 뜸한 소형주로 스프레드가 4% 수준이라고 가정합니다. 두 종목을 똑같이 100만 원어치 급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A종목은 스프레드만으로 생기는 손실이 약 1,000원에 그치지만, B종목은 같은 상황에서 약 40,000원을 잃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거래충격까지 더해지면 B종목의 실질적인 매도 비용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두 회사의 실적이나 성장성과는 무관하게, 오직 "지금 당장 팔기 쉬운가"라는 성질 하나에서만 발생합니다. 투자자들이 이 비용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애초에 B종목을 살 때 이 잠재적 비용만큼 더 싼 가격에 사려고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비유동성 할인이 가격에 녹아드는 경로입니다.
이 할인은 어디에서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는가
비유동성 할인은 교과서 속 개념이 아니라 실제 시장 곳곳에서 관찰됩니다. 앞서 언급한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할인이 대표적인 예이고, 지주회사 할인에서 다룬 지주사 주가가 보유 자회사 지분 가치의 합보다 낮게 거래되는 현상에도 지주사 지분 자체의 낮은 거래량이 일부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K-OTC에서 거래되는 비상장주식은 정규 거래소보다 거래 빈도가 훨씬 낮아, 같은 업종의 상장사 대비 상당한 할인을 받고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폐쇄형펀드(CEF) 할인도 마찬가지로,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순자산가치(NAV)보다 시장에서 더 싸게 거래되는 이유 중 하나로 펀드 지분 자체의 낮은 유동성이 꼽힙니다. 상장되지 않은 사모펀드나 비상장기업 지분을 평가할 때 감정평가사들이 공식적으로 적용하는 마케터빌리티 할인(marketability discount) 역시 같은 논리를 법적·회계적 틀 안에서 공식화한 것입니다 — 상속·증여 재산 평가나 M&A 거래가격 산정에서 비상장주식에 일정 비율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관행이 여기서 나옵니다.
평상시와 위기 때는 다르게 작동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할인의 크기가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평상시에는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이 더 비싸게,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이 더 싸게 거래되는 패턴이 일반적이지만, 시장이 패닉에 빠져 다들 한꺼번에 현금을 확보하려 드는 구간에서는 이 격차가 오히려 더 크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두가 팔려고만 하는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받아줄 상대를 찾기가 평소보다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극단적인 투매(fire-sale)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조차 일시적으로 헐값에 넘겨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할인 구조가 뒤틀리는 경우도 연구에서 보고됩니다. 즉 비유동성 할인은 평소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마르는 위기 국면에서 갑자기 커지는 비선형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이 성격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펀드 환매연기(환매중단)에서 다룬 상황입니다. 펀드가 평소 거래가 뜸한 비상장채권이나 특수 자산을 담고 있어도, 투자자들이 조용히 한 명씩 환매를 요청하는 평상시에는 별문제 없이 돌아갑니다. 그런데 불안감이 퍼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동시에 환매를 요청하는 순간, 운용사는 그 비유동 자산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할인이 평소보다 훨씬 크게 벌어지며 실제 손실로 확정됩니다. 평소에는 "가격에 이미 반영된 잠재적 비용"으로 조용히 머물던 비유동성 할인이,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는 "실제로 치러야 하는 손실"로 모습을 바꾸는 셈입니다.
투자자가 이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개념을 안다고 해서 "유동성이 낮은 주식을 사서 할인이 좁혀지길 기다리라"는 매매 신호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비유동성 할인은 그 자산을 팔 때 실제로 치러야 할 비용을 미리 가격에 반영해 둔 것일 뿐이고, 그 할인이 좁혀지려면 결국 그 종목의 거래량이나 시장 접근성 자체가 구조적으로 개선돼야 하는데, 이는 투자자 한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개념의 실질적인 쓸모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나 우선주, 비상장주식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그 싼 가격의 일부가 실적이나 가치가 아니라 유동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온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둘째,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자금이라면, 평소 거래량과 호가창의 두께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실제로 겪을 거래 비용을 가늠하는 데 훨씬 현실적인 잣대가 됩니다. 결국 유동성 프리미엄은 "싼 걸 사서 비싸게 팔라"는 신호가 아니라,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가격표 안에 어떤 숨은 비용이 포함돼 있는지를 읽어내는 리터러시에 가깝습니다.
정리
- 유동성 프리미엄은 거래가 어려운 자산에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기대수익률이고, 비유동성 할인은 그 요구가 현재 가격에 반영돼 자산이 싸게 거래되는 현상으로, 같은 현상을 수익률과 가격 중 어느 쪽에서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 이 할인의 근본 원인은 매수-매도 스프레드라는 즉시 체결 비용과, 대량 매도 시 체결가가 밀리는 거래충격 비용이며, 아미후드-멘델슨의 연구 이후 거래량 대비 가격 변동으로 비유동성을 가늠하는 접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 우선주, 지주회사 지분, K-OTC 비상장주식, 폐쇄형펀드처럼 거래가 상대적으로 뜸한 자산에서 이 할인이 반복적으로 관찰되며, 비상장주식 평가에는 마케터빌리티 할인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돼 있습니다.
- 이 할인은 평소에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시장 전체가 패닉에 빠지는 구간에서는 더 크게 벌어지는 비선형적 성격을 가지므로, 매매 신호가 아니라 가격표에 숨어 있는 비용을 읽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유동성 프리미엄이 큰 주식은 결국 저평가된 것 아닌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할인된 가격은 미래에 그 주식을 팔 때 실제로 치러야 할 거래비용을 이미 반영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나 시장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 할인이 좁혀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거래량이 적다고 무조건 유동성 프리미엄이 큰가요?
거래량은 유동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거래량이 적어도 지정참가회사나 유동성공급자 같은 제도적 장치가 있는 종목은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좁게 유지될 수 있고, 반대로 거래량이 어느 정도 있어도 큰 매물이 한 번에 나오면 거래충격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비상장주식의 마케터빌리티 할인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요?
상속·증여 재산 평가나 M&A 거래가격 산정 과정에서 감정평가사나 회계·세무 전문가가 유사 상장기업의 거래 조건, 거래 빈도, 매각까지 걸리는 기간 등을 참고해 할인율을 추정합니다. 법령이 정한 단일한 고정 비율은 없고, 사안별로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결정됩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