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9
금값, 7주 최저 4,124달러로 급락 - 중동 리스크에도 실질금리 18년來 최고치가 안전자산 수요 압도
무슨 일이 있었나
9월 28일(월)부터 29일(화) 새벽 사이, 국제 금값이 7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미끄러졌습니다. 현물 금 가격은 월요일 하루에만 약 3% 급락해 온스당 4,156.45달러까지 밀렸고, 화요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8월5일 이후 최저치인 온스당 4,124.57달러 부근까지 추가로 내려앉았습니다. 낙폭은 은과 백금에서 더 컸습니다. 은 가격은 하루 만에 5%가 넘게 빠졌고, 백금도 3% 이상 하락하면서 귀금속 관련 채굴주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였습니다.
같은 시각 채권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5.2%를 다시 넘어섰고, 화요일 장중에는 5.2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2002년 이후 단 두 번째로, 그리고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도달한 수준입니다. 물가연동국채(TIPS) 기준으로 계산하는 실질금리는 약 2.9%까지 올라 1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0년물 금리는 월요일 장중 5.58%까지 뛰며 2004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되밀렸고, 2년물 금리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 들어 최고 수준인 4.95% 부근까지 올라섰습니다. 시장은 CME 페드워치 기준 10월 FOMC에서 금리 인상 확률을 약 70%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본지가 지난주 보도한 53%에서 며칠 새 급등한 수치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흐름입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변수도 겹쳤습니다. 브렌트유는 1.9% 오른 배럴당 107.26달러를 기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제안을 거부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으로 손상됐던 동서 송유관을 복구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원유 수출 루트를 재가동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이는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유가 상승폭 자체는 어느 정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아시아 증시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반영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4%, 한국 코스피는 0.9%, 홍콩 항셍지수는 0.7% 각각 내렸습니다.
왜 '전쟁 리스크'인데 금값이 떨어졌나
일반적인 투자 상식대로라면 이번처럼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는 금값이 오히려 뛰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 사이클 초반에는 그런 공식이 통했습니다. 본지가 8월 초 보도한 것처럼, 노동시장 지표 악화로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던 시기에는 금값이 온스당 4,400달러 부근까지 치솟으며 안전자산 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가 동시에 금값을 밀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공식이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한데도 금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금 투자의 '기회비용'을 결정하는 실질금리가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는 자산입니다. 투자자가 금을 보유하는 대가로 포기하는 것은 국채 등 이자가 붙는 안전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수익, 즉 실질금리입니다. 실질금리가 낮거나 마이너스일 때는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이 작기 때문에 안전자산 수요가 금으로 몰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질금리가 18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무 이자도 주지 않는 금을 들고 있는 대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도 연 2.9%에 가까운 확정 수익을 주는 국채를 사는 편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 됩니다.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채금리 상승과 유가 강세, 그리고 Fed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겹치면서 금값에 복합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통상 위기 국면에서 함께 오르던 '금-안전자산' 조합이 이번에는 국채와 달러 쪽으로 쏠리고 실질금리에 밀린 금은 소외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짚어볼 만한 것이 JP모건의 최근 분석입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과거 시장에 충격을 줬던 '5% 국채금리' 임계선이 이제는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한계선'은 5.5%~6% 구간으로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AI·헬스케어·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설비투자와 지출을 이어가는 기업 비중이 커진 '구조적 변화'를 꼽았습니다. 전통적인 금리 전달 경로가 예전만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 진단이 맞다면, 지금의 5%대 국채금리 환경에서도 증시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반면 금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이번 현상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월요일 뉴욕증시는 국채금리 급등과 유가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에도 불구하고 붕괴에 가까운 급락은 피했는데, 이 역시 '금리 민감도'가 예전보다 무뎌졌다는 관측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 금값을 움직이는 것은 '명목금리'가 아니라 '실질금리'입니다. 명목 국채금리가 올라도 물가상승률이 그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 실질금리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고, 이 경우 금값은 상승 압력을 받습니다. 반대로 이번처럼 물가 기대가 안정된 가운데 명목금리만 치솟으면 실질금리가 급등하며 금에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금 관련 뉴스를 볼 때는 반드시 실질금리(TIPS 수익률) 흐름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안전자산이 자동으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사례처럼 여러 안전자산(금, 국채, 달러) 사이에서도 자금이 어디로 쏠리는지는 그때그때 상대적인 매력도(수익률, 유동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기=금값 상승'이라는 단순 공식은 실질금리라는 변수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틀리기 쉽습니다.
- '몇 %가 위험 수위인가'에 대한 시장의 합의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5%대 국채금리는 시장에 공포를 유발하는 수준으로 여겨졌지만,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그 기준선 자체가 이동할 수 있다는 JP모건의 분석은, 과거의 '위험 임계값'을 맹신하기보다 현재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우선적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여러 자산군을 함께 봐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금·은·백금 동반 급락, 국채금리 전 구간 상승, 유가 강세, 아시아 증시 약세가 하나의 스토리(실질금리 급등)로 동시에 설명됩니다. 한 자산의 움직임만 따로 떼어서 보면 '왜 지금'이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중동 리스크가 여전한데 왜 금값이 떨어지나요?
금값에는 안전자산 수요와 실질금리라는 두 힘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이번에는 실질금리가 18년 만의 최고치로 급등하는 힘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금값이 밀렸습니다. 두 요인 중 어느 쪽이 더 큰 폭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는지가 실제 가격 방향을 결정합니다.
실질금리와 명목금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명목금리는 국채 등에 표시된 그대로의 금리이고, 실질금리는 여기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입니다. 미국에서는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이 시장이 보는 실질금리의 대리 지표로 쓰입니다. 명목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그보다 더 높으면 실질금리는 낮거나 마이너스일 수 있고, 이 경우 금에는 오히려 우호적인 환경이 됩니다.
이런 금값 약세가 얼마나 이어질까요?
관건은 국채금리, 특히 실질금리의 추가 상승 여력과 10월 FOMC를 앞둔 인상 확률의 변화입니다. 10월 2일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와 이번 주 나올 PCE 물가지표가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변수입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실제 무력 충돌 등으로 급격히 악화된다면, 안전자산 수요가 실질금리 부담을 다시 압도하며 금값이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 관련주(채굴주)도 같은 폭으로 하락했나요?
귀금속 가격과 연동되는 채굴 기업 주가는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보다 변동성이 더 큰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금·은·백금 가격 하락과 함께 관련 채굴주들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고 전해지는데, 개별 종목의 구체적인 등락폭은 생산 비용 구조나 헤지 정책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종목별 공시와 최신 시세를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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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이 글은 아래 원문 보도를 바탕으로 한 자체 종합·분석 기사이며, 원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최신 수치와 세부 사항은 반드시 원문 기사를 통해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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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하므로 투자 결정 전 반드시 최신 정보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