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8
버크셔 해서웨이 3분기 순이익 28% 급감, 그런데 자사주 매입은 두 배로 늘렸다 - 그렉 아벨의 역설적 자본배분 신호
무슨 일이 있었나
11월 7일(토) 버크셔 해서웨이가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버크셔는 1분기와 3분기 실적을 통상 토요일 아침에 발표하는 전통을 이어온 회사인데, 이번 공시 역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보고서와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토요일에 공개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결코 좋은 실적은 아니었습니다. 핵심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operating earnings)은 127억5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134억8,500만달러보다 5.8% 줄었습니다. 투자자산의 미실현 손익까지 모두 포함한 순이익(net earnings)은 더 크게 꺾였습니다. 221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307억9,600만달러 대비 28.2% 감소한 수치입니다. 다만 1~9월 누적 영업이익은 370억3,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42억8,600만달러)보다 오히려 8% 늘어난 상태라, 3분기 한 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추세가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연간 누적으로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점도 함께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적이 꺾인 핵심 원인은 보험 부문, 그중에서도 자동차보험 자회사 지코(GEICO)였습니다. 보험 인수(언더라이팅) 부문의 세후 영업이익은 1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3억7,000만달러 대비 43% 급감했습니다. 지코의 보험금 지급(손해) 규모가 커지고 언더라이팅 관련 비용도 함께 늘어난 영향입니다. 보험 부문이 보유한 플로트(보험료 선수금)로 벌어들이는 순투자수익 역시 27억달러로 전년보다 14% 줄었는데, 이는 단기 금리가 낮아지면서 플로트를 굴려 얻는 이자 수익 자체가 줄어든 결과입니다. 다만 모든 사업부가 부진했던 것은 아닙니다. 철도(BNSF), 에너지(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제조·서비스·유통 부문은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늘며 보험 부문의 부진을 상당 부분 상쇄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사주 매입입니다. 버크셔는 3분기에 약 96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는 2분기 매입 규모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금액입니다. 순이익이 28%나 줄어든 분기에, 회사는 오히려 자기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인 셈입니다. 현금 및 단기국채(T-bill) 보유액은 3,774억달러로, 2분기 말 기록했던 역대 최대 수준(약 3,820억달러 안팎)에서 소폭 줄었습니다. 철도·에너지 부문이 보유한 현금과 단기국채 관련 미지급금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가용 현금은 3,523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1.9% 감소한 수준입니다.
왜 순이익이 급감한 분기에 자사주 매입을 두 배로 늘렸나
이번 실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라는 두 숫자가 전혀 다른 성격의 지표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2018년 미국 회계기준 변경 이후, 버크셔는 보유 중인 애플·아메리칸익스프레스·코카콜라 등 주식 포트폴리오의 미실현 평가손익까지도 매 분기 손익계산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번 3분기에도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77억달러의 미실현 평가이익이 발생했지만, 작년 3분기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평가이익이 반영됐던 터라 올해는 상대적으로 '기저효과'에 의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순이익 28% 감소라는 헤드라인 숫자는 실제 사업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 아니라, 주가라는 변동성 큰 변수를 매 분기 억지로 손익에 끼워 넣은 회계 처리 방식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버핏이 수십 년간 주주서한에서 "영업이익을 보라"고 강조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자사주 매입은 늘렸을까요.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정책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명확한 내부 규칙에 따라 작동합니다. 최고경영자(2025년 그렉 아벨에게 승계)가 버핏과 협의해 "보수적으로 산정한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충분히 낮다고 판단할 때만 매입에 나서는 구조입니다. 즉 이번 분기 매입 확대는 아벨이 현재 버크셔 주가를 내재가치 대비 상당히 저평가된 구간으로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역설적으로, 순이익이라는 회계상 숫자가 나빠진 바로 그 분기에 매입을 늘린 것은 아벨이 '회계상 순이익'과 '내재가치'를 전혀 다른 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지코의 보험 인수 손실 확대도 일회성 요인보다는 손해보험 업계 전반의 주기적 현상에 가깝습니다. 자동차 수리비·의료비 인플레이션이 보험금 지급 규모를 끌어올리는 국면에서는 보험사들의 언더라이팅 이익이 일시적으로 눌리는 경우가 흔하며, 가격(보험료) 조정이 뒤따르면서 다음 몇 개 분기에 걸쳐 서서히 회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3,774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유액이 왜 여전히 줄지 않고 쌓여 있는지도 투자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버크셔는 오랫동안 "쓸 만한 가격의 대형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왔습니다. 올해 들어 레나(Lennar)·테일러모리슨 같은 주택건설업체 지분을 늘리는 등 소규모 투자는 이어갔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자사주 매입 확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대형 인수처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아벨이 선택한 차선책이 '저평가된 자사 주식 매입'이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에서 배울 점
첫째, 복합기업(conglomerate)의 실적을 볼 때는 순이익이라는 단일 헤드라인 숫자보다 영업이익과 그 하위 사업부별 숫자를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버크셔처럼 수십 개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은 보험 부문의 일시적 부진이 철도·에너지·제조 부문의 견조한 성장을 가려버릴 수 있습니다. "순이익 28% 감소"라는 제목만 보고 사업 전체가 무너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독입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을 무조건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가가 싸다고 믿는다'는 긍정적 신호로만 해석하기보다, 그 매입을 작동시키는 내부 기준이 무엇인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버크셔는 명시적으로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여부를 기준으로 매입 규모를 조절하는 몇 안 되는 기업입니다. 이런 명확한 기준이 없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 발표는 단순히 주당순이익을 높이기 위한 재무 공학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보험업은 본질적으로 주기(cycle)가 있는 사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코의 언더라이팅 이익이 한 분기 급감했다고 해서 지코나 버크셔의 장기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보험료 인상 사이클이 이어지는 다음 몇 개 분기의 손해율(loss ratio)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훨씬 유용한 투자 판단 근거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순이익이 28%나 줄었는데 왜 주가에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요?
순이익 감소의 대부분은 주식 포트폴리오의 미실현 평가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데서 온 회계상의 기저효과입니다.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들은 버크셔를 평가할 때 변동성이 큰 순이익보다 핵심 사업의 영업이익과 자사주 매입·현금 흐름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또한 발표일이 토요일이라 실제 시장 반응은 월요일 개장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코의 보험 인수 손실은 왜 늘었나요?
자동차 수리비와 의료비 인플레이션으로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지고 언더라이팅 관련 비용도 함께 늘어난 영향입니다. 손해보험업계 전반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기적 현상으로, 이후 보험료 조정이 이어지면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사주 매입 96억달러, 두 배로 늘었다는 게 왜 중요한가요?
버크셔는 아무 때나 자사주를 사지 않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버핏과 협의해 산정한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충분히 낮다고 판단할 때만 매입에 나서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번 매입 확대는 그렉 아벨이 현재 주가를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구간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금 3,774억달러는 왜 여전히 이렇게 많이 쌓여 있나요?
적당한 가격의 대형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레나·테일러모리슨 등 주택건설업체 지분 확대 같은 소규모 투자는 있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 규모 대비로는 제한적입니다. 자사주 매입 확대는 대형 인수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벨이 택한 대안적 자본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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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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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rkshire Hathaway more than doubles buybacks in third quarter as earnings decline - CNBC
- Berkshire Hathaway Boosts Buybacks as Operating Income Slips - Bloomberg
- Berkshire Hathaway's Operating Earnings Fall, Buybacks Rise - Yahoo Finance
- Berkshire Hathaway Inc. News Release, November 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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